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과학자들이 인간 뇌의 내부에서 나침반 역할을 하는 신경을 발견, 뇌 신경의 비밀을 푸는 데 획기적 성과를 냈다.
2025년 8월 18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연구진이 복잡한 가상 도시 환경에서 인간이 방향 감각을 유지하는 내부 신경 나침반 역할을 하는 두 개의 특정 뇌 영역을 식별했다. 신경과학 저널(Journal of Neuroscience)에 발표된 이 획기적인 연구는 뇌가 다양한 환경과 상황에서 어떻게 일관되게 전진 방향을 추적하는지를 보여준다.
News Medical, virtual reality cities, scienceblog, Nature, Alzheimer's Research UK, University of Birmingham 등의 보도와 연구결과를 취합 정리해 이번 연구의 성과와 의미를 알아봤다.
인간 내비게이션 이해의 획기적 발전
젠강 루(Zhengang Lu)와 러셀 엡스타인(Russell Epstein)이 이끄는 연구팀은 가상현실(VR)로 15명의 참가자가 택시 운전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뇌의 활동을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관찰했다. 이를 통해 후내측 피질에 위치한 후각복합체(retrosplenial complex)와 상두정소엽(superior parietal lobule)이 외부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일관된 전진 방향 신호를 내며 ‘내부 신경 나침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 두 뇌 영역은 시각적 단서나 장소 변화에 구애받지 않고, 환경의 남북 축을 기준으로 한 방향 정보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연구 책임자인 젠강 루( Zhengang Lu)와 러셀 엡스타인(Russell Epstein)은 이 발견이 기존의 설치류 연구에서 밝혀진 '머리 방향 세포' 개념을 인간에게 처음으로 적용한 중대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신경퇴행성 질환 진단과 관리에 기여할 임상적 시사점
연구진은 방향 감각 상실이 알츠하이머병 및 치매 환자에서 초기 증상으로 나타난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 두 영역의 기능 연구가 조기 진단에 활용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경우 방향 감각 및 공간 인지 장애는 진단 초기 70% 이상에서 나타나는 주요 증상이며, 이로 인해 환자의 일상생활 능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엡스타인 박사는 “이 두 뇌 영역의 신경 메커니즘을 정밀히 탐구하는 것은 신경퇴행성 질환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 경과를 모니터링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시각 장애인을 포함한 다양한 길찾기 장애 환자에 대한 맞춤형 재활 및 보조기술 개발에도 응용될 여지가 크다.

심층 연구와 기술적 혁신의 결합
이번 연구는 가상현실 기반 태스크와 고해상도 fMRI를 결합해 신경 신호를 정량적으로 분석한 최초 사례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특히, 복잡한 도시 환경 내에서 위치와 임무 단계 변화에도 방향 정보를 정확히 유지하는 뇌 영역의 기능적 특성이 정량적으로 입증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과 유럽의 다른 연구진들도 인간 내비게이션 관련 뇌 영역에 대한 분자 수준 및 전기생리학적 연구를 진행 중이며, 전체적으로 인간 뇌의 공간 인지 체계에 대한 이해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향후 연구 전망
향후 연구에서는 이 신경 나침반 기능이 시간 인지나 기억과 어떻게 통합되는지, 그리고 뇌 질환별로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더불어 AI 및 로봇 분야에서도 인간의 내비게이션 메커니즘을 모방, 발전시켜 자율주행 및 환경 인식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는 인간이 어떻게 복잡한 환경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고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에 답함으로써, 뇌 기능 장애 진단의 새 장을 열고 관련 기술과 치료법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