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조일섭 기자] LG전자가 2025년 9월 TV사업을 담당하는 MS(미디어엔터테인먼트솔루션)사업본부를 시작으로 50세 이상 직원과 최근 3년간 성과가 낮은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는 사실이 업계에 충격 파장을 던지고 있다.
인력 선순환과 경쟁력 강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심각한 실적 악화와 고령화된 인력 구조, 글로벌 악재가 맞물리며 허리띠 졸라매기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희망퇴직은 철저히 본인이 원하는 경우에만 진행된다"며 “젊고 힘있는 조직으로의 변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LG전자 전체 직원 중 50세 이상 인력이 1만1993명(16.3%)으로 최근 2년간 23.7%나 급증한 반면, 핵심 연령층인 30~49세 인력은 오히려 2.5% 감소했다. 이미 2023년에도 55세 이상을 대상으로 최대 3년치 연봉을 퇴직금으로 지급한 바 있으며, 올해도 연차별로 달라지는 위로금과 자녀학자금 등 넉넉한 수준의 보상이 예고된다.
실적 악화는 뼈아프게 드러난다. 2025년 2분기 LG전자의 영업이익은 63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6%나 급감했다. 특히 MS사업본부에서는 TV 판매 감소와 중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로 인해 무려 19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시장 수요 부진과 판가 인하, 마케팅비용 증가가 수익성 악화를 직접적으로 이끌었다. 이에 따라 LG전자 임원 복지후생비와 해외 출장 비용도 대폭 삭감 중이다.
이러한 구조조정 위기는 LG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5년 대기업의 희망퇴직 확대는 국내외 악재가 총체적으로 겹친 결과다. LG디스플레이는 40세 이상 또는 책임급 이상 사무직을 대상으로 30개월치 기본급과 자녀 학자금을 주는 희망퇴직을 단행했고, LG헬로비전도 만 50세 이상 또는 10년 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연봉 2년치 지급과 함께 첫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엔씨소프트, 신세계면세점, SK온, KT 등 주요 그룹사들이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인력구조조정이 일상화되는 모습이다. KT의 경우 최대 4억3000만원까지 지급하며 전체 인력의 약 1/6이 신청했다.
해외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일본의 파나소닉은 2026년 3월까지 글로벌에서 1만명 감축을 발표했고, 삼성전자 역시 동남아와 해외 자회사를 중심으로 최대 30%의 인력감축을 검토 중이다. 전방위적 구조조정이 실적 부진과 중국·북미 시장 발 악재, 관세 부담 가중 등과 얽혀 나타난다.
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2025년 2월부터 북미·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와 관련, 미국 내 TV, 반도체, 자동차 등 한국 수출 주력산업에 타격이 예상된다. 5월 기준 중국산 전자제품 관세가 145%까지 치솟았고, 일부 품목은 90일간 인하를 허용했으나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상황이다. 한국 기업 역시 협상과정에서 전략산업 중심의 대미 대응이 시급하다.
대기업 내부에서는 더 이상 장기근속만이 기업의 경쟁력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저성과자, 장기진급누락자를 대상으로 한 수시 구조조정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재계 전체가 장기적인 인력 효율화와 사업 재편 압박에 직면한 모습이다. 이사회 승인 하에 단행한 2025년 LG전자 조직개편도 ‘사업본부 재편’과 플랫폼 기반 혁신, B2B, 신성장동력 확보 등 미래 비전 실현을 위한 체질개선에 중심을 뒀다.
재계관계자는 "2025년 들어 지속된 경기침체와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 대표기업의 대대적 구조조정 바람은 결국 임직원 충격, 소비자 신뢰 하락, 사회적 긴장까지 함께 불러오는 부정적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며 "LG전자발 희망퇴직 쇼크는 대기업 현장에 ‘중견·고연차 퇴출’이라는 새로운 현실, 그리고 생존을 위한 무리한 구조조정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