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칼럼] 美 CEO "정리해고를 AI 성공의 증거·AI가 해고 합리화 명분"…도덕적 부담에서 전략적 이점으로

  • 등록 2025.07.30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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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AI가 촉발한 대규모 정리해고가 ‘위기 신호’에서 ‘경영 성과’로 탈바꿈하며 2025년 미국 기업 고용문화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CEO들이 인력 감축을 더 이상 조직의 위기 신호로 숨기지 않고, 오히려 AI 성공과 효율화의 지표로 짜임새 있게 포장해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공개적으로 과시하는 새로운 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CNBC 등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미국 대기업 경영진들은 정기 실적 발표에서 “AI 투자에 따른 생산성 혁신”과 “고효율 경영 체계”를 강조하며, 전례 없는 속도의 인력 감축 데이터를 동반해 이를 ‘전략적 성취’로 내세우고 있다.

 

웰스파고·뱅크오브아메리카·버라이즌…“효율 우선, headcount는 줄일수록 좋다”


웰스파고(CEO 찰리 샤프)는 최근 5년 만에 직원 수를 23% 줄였고, 20분기 연속 감축 행진을 이어갔다. 2024년 6월 기준 직원은 22만2544명으로, 2023년 대비 약 3300명, 2019년 이후로는 약 6만7000명 감축됐다. 웰스파고 샤프 CEO는 “자연 감원을 ‘우리의 친구로’ 삼아, AI 기반 솔루션 도입으로 인건비를 대폭 절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CEO 브라이언 모이니한) 역시 "15년간 8만8000명의 인력을 줄였다"며 “계속해서 workforce를 다운시켜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2025년에는 전체 IT 예산 중 40억 달러(약 33%)를 AI 및 신기술 혁신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현재 글로벌 직원 21만2000명 중 95% 이상이 AI 기반 업무툴을 활용해 명확한 업무 생산성 개선 효과도 확인된다고 전했다.

 

버라이즌(CEO 한스 베스트버그)도 2012년 이후 약 8만4000명의 일자리를 줄여왔다. 2024~2025년 약 4800명을 추가 감원하고,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복 인력도 대거 줄일 계획이다. 직원 1인당 매출은 2012년 63만1000달러에서 2025년 135만 달러로 100%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빅테크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I 인프라 구축에만 올해 약 800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상반기 1만5000명의 인원을 감축했다. 이는 전체 직원(22만8000명)의 약 7%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과감한 인력 구조조정에도 실적은 오히려 사상 최대 분기 매출 701억 달러(+13%)를 기록했다.

 

 

구조조정 범람…AI가 ‘도덕적 잣대’를 중립화하다


자본시장분야 Sloane & Co의 잭 무케 대표는 “정리해고에 대한 도덕적 부담, 부정적 이미지가 거의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특히 대형 금융, 테크, 통신사들은 이제 ‘인력이 많을수록 오히려 경영 효율성이 낮다’는 인식에 기초, AI 자동화 솔루션 도입을 인력 감축의 주된 동기로 명확히 제시한다.


월드이코노믹포럼(WEF) 2025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고용주의 41%가 “AI가 자동화할 수 있는 부문에서 인력 감소 계획”을 갖고 있다. 2025년 미국 테크·금융 업계에서는 13만명 이상이 해고됐으며, 매일 476~627명꼴로 일자리를 잃고 있다. IBM, 인텔, 메타, 아마존 등도 연쇄적으로 수천~수만 명 규모 감원 대열에 동참했다.

 

시장 압력 + 대규모 AI 투자, ‘끊임없는 해고의 시대’ 견인


이러한 트렌드의 이면에는 시장의 냉혹한 현실이 있다. 인플레이션 둔화와 노동 시장의 열기 식음에 따라, 경영진은 공격적인 해고 드라이브에도 생산성 손실 우려가 크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데이터센터 및 AI 인프라 투자에 연간 수십억~수백억 달러가 쏟아지면서, 자금조달과 이익률 방어를 위해 인건비를 대폭 줄이는 것이 ‘경영 최우선 과제’로 여겨진다. 실제 유니온 퍼시픽도 인력 3% 감축과 동시에, 분기별 직원 1인당 생산 화차 마일을 9%나 늘리고, 사상 최고 순이익·최저 영업비율을 달성했다.

 

“AI-정리해고 시대, 고용·사회 구조까지 뒤흔든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AI 기반 해고 트렌드가 미·중·일 선진국뿐만 아니라 한국 등 신흥 경제에도 확산될 가능성을 지적한다.

 

WEF와 맥킨지 등은 앞으로 수천만 단위의 일자리가 AI 자동화로 대체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채용 시장은 AI를 적극 활용하는 ‘슈퍼 직장인’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

 

2025년은 “AI가 해고의 새로운 합리화 명분이자 경영 성과로 대우받는 시대”임이 명확히 드러난 한 해로 기록된다.

 

이제 CEO들에게 인력 감축은 위기가 아닌 혁신과 생존의 상징이 되고 있다. AI라는 판도라의 상자는 인간 구조조정의 ‘뉴노멀’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다.

이종화 기자 macgufin@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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