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칼럼] “인간이 꾼 꿈, AI가 해독한다”...정신질환 징후·약물치료 효과 모니터링 통한 '정신건강 조기 경보 시스템' 될까

  • 등록 2026.04.29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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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이탈리아 IMT 고등연구원이 인간의 꿈을 대규모로 분석한 끝에, 인공지능이 인간 전문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꿈의 의미를 읽어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neurosciencenews, arxiv, ccsn.imtlucca.it, pmc.ncbi.nlm.nih, Nature, digitalmanuscriptpedia의 보도와 연구결과에 따르면, 꿈은 개인의 성격적 특성과 현실의 경험에 의해 형성되며, 인공지능 또한 인간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꿈의 내용을 해독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꿈은 더 이상 ‘의미 없는 뇌 노이즈’가 아니라, 개인의 성격·정신 상태·사회적 사건이 촘촘히 각인된 심리 보고서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3300여건 꿈·각성 보고서, 성격·삶의 사건과 정밀 매칭


이번 연구는 네이처 포트폴리오 계열 학술지인 《Communications Psychology》에 “Individual traits and experiences predict the content of dreams(개인 특성과 경험이 꿈의 내용을 예측한다)”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연구진은 18~70세 성인 287명을 대상으로, 2주간 총 3,366~3,700여건에 이르는 꿈과 깨어있는 상태의 경험 보고서를 수집했다. 참가자들은 매일 자신이 겪은 꿈과 일상 경험을 상세히 기록했고, 연구진은 동시에 수면의 질, 수면 습관, 인지능력, 성격 특성, 심리 상태 등 다차원 데이터를 함께 모았다.

 

IMT 고등연구원 인지신경과학팀은 이 텍스트들을 자연어 처리(NLP) 모델로 분석해, 각 보고서의 의미·주제·감정 구조를 수치화했다. 그 결과, 같은 사람이 쓴 꿈과 깨어있는 경험 보고서 사이에는 공통된 의미 패턴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반면, 사람마다 꿈의 전개 방식·정서 톤·공간 배경이 뚜렷이 달랐다. 연구진은 “꿈의 내용은 개인 특성과 생활환경의 연속선 위에 있으며, 통계적으로 예측 가능한 구조를 가진다”고 결론 내렸다.

 

‘능동적 재구성’으로 본 꿈…팬데믹, 꿈의 정조까지 바꿨다

 

연구를 이끈 발렌티나 엘체(Valentina Elce) 박사팀은 꿈을 “각성 경험의 단순 재생이 아니라, 기억·감정·상상이 재편되는 능동적 재구성 과정”으로 규정한다. 실제로 같은 직장·병원·가정이라는 공간이 꿈 속에서는 구조가 왜곡되고 등장인물이 뒤섞인 초현실적 무대로 재배치되지만, 텍스트 수준에서 보면 ‘업무’, ‘돌봄’, ‘갈등’, ‘위협’ 같은 의미 축은 깨어있을 때 경험과 정렬돼 있었다.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거대한 사회적 사건이 꿈의 구조를 어떻게 바꾸는지도 기존 선행 연구와 함께 짚어냈다. 로마 사피엔차대 연구진은 이탈리아 전국 봉쇄(lockdown) 시기 수천 건의 꿈 보고서를 수집해, 봉쇄 이전보다 꿈의 길이, 정서 강도, 기이함(bizarreness), 부정 정서 비중이 모두 유의미하게 증가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특히 우울 증상, 수면의 질 저하, 야간 불안 행동을 보이는 집단, 그리고 코로나19에 직접 노출됐거나 가족·지인 감염을 경험한 집단에서 꿈의 부정적 정서와 강도가 더 높았다.

 

IMT 연구진은 이 이탈리아 봉쇄기 데이터를 자사 분석 틀에 접목해, “사회적 제약과 불확실성이 강화된 시기에는 ‘제한’, ‘갇힘’, ‘통제’에 대한 서술이 꿈에서 더 자주 등장했고, 봉쇄가 완화되며 이러한 특징이 점차 줄었다”고 재확인했다. 이는 꿈의 내용이 거시적 환경 변화와 심리적 적응 과정을 동시 반영하는 ‘심리 기상도’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성격이 바꾸는 꿈의 문법…공상형 vs 의미중시형


연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누가 어떤 방식으로 꿈을 꾸는가’에 대한 정량 분석이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성격, 특히 마음방황(mind-wandering) 성향과 꿈에 대한 관심도 등을 척도로 계량화해 꿈의 언어 구조와 비교했다.

 

분석 결과 마음방황 성향이 높은 집단은 꿈 보고에서 장면 전환이 잦고, 등장 인물·장소가 빠르게 바뀌는 단편적·파편적 서사가 두드러졌다. 반대로 꿈의 의미를 중요하게 여기고, 꿈을 자주 기록하는 집단은 감각 묘사가 풍부하고 서사가 비교적 일관된, 몰입감 높은 꿈을 보고하는 경향이 강했다. 수면의 질은 꿈의 정서 강도·불안·기이함과 유의미하게 연결돼, 수면이 나쁠수록 감정적으로 과잉 각성된 꿈을 꾸는 패턴이 관찰됐다.

 

이미 팬데믹 시기 다수 연구에서 여성, 젊은 층, 우울·불안 수준이 높은 집단이 더 자주, 더 길고 감정적으로 강렬한 꿈을 보고한다는 결과가 제시된 바 있다. 이번 IMT 연구는 이런 정신건강·성격 변수와 꿈 콘텐츠 간 연관성을, 인공지능 기반 의미 분석이라는 도구로 재검증하고 보다 정밀한 수치 패턴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AI, 인간 평가자와 ‘맞먹는’ 꿈 해독력 입증


이번 연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목은 인공지능의 성능이다. 연구진은 대규모 언어모델 계열의 NLP 시스템을 활용해 각 꿈 보고서의 주제·정서·사회적 상호작용 등을 자동 분류하고, 그 결과를 인간 평가자의 코딩과 비교했다. 그 결과 AI의 판정은 인간 독립 평가자들 사이에서 관찰되는 상호 일치도(inter-rater reliability)에 필적하는 수준의 일치도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수치(카파 계수 등 세부 통계치는 논문 원문에 제시, 기사에는 요약 수준으로 소개됨)는 공개 보도에서 제한적으로 언급됐지만, 연구진은 “AI가 수천 건의 꿈을 몇 초~수 분 내 처리하면서도 숙련된 심리학자 집단과 비슷한 수준으로 주제·정서를 포착한다”고 설명했다. 이전 코로나19 봉쇄기 연구들이 수백~수천 건의 꿈을 수동 코딩에 의존하며 상당한 시간·인력 비용을 들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꿈 연구의 스케일과 속도를 질적으로 바꿀 수 있는 대목이다.

 

연구를 보도한 뇌과학 전문 매체 Neuroscience News는 “AI가 꿈 보고의 의미와 구조를 인간 전문가만큼 정확히 포착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의식·기억·정신건강을 대규모로, 재현 가능하게 연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IMT 측 역시 “기계학습을 활용해 이전에는 포착하기 어려웠던 꿈의 의미 구조를 대규모 데이터에서 끌어냈다”며, 향후 정신질환 조기 징후 탐지, 약물·치료 효과 모니터링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밝혔다.

 

꿈, 정신건강 조기 경보 시스템 될까


코로나19 봉쇄기 이탈리아 연구에서 꿈 빈도·길이·정서 강도·기이함이 모두 증가했고, 특히 우울·수면장애·실직·위협 경험 등의 정신사회적 스트레스 변수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사실은 이미 검증됐다. IMT 팀의 최신 연구는 여기에 성격·인지특성·삶의 사건을 더해, “개인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지가 꿈의 의미·정서·구조를 통계적으로 예측한다”는 증거를 추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자들은 장기적으로는 스마트폰 앱·수면 장치 등에서 수집되는 꿈·수면 텍스트 데이터와 AI 분석을 결합해, 우울·불안·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 정신질환의 조기 경보 시스템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일상적·문화적 맥락에 따라 꿈의 상징과 언어 표현이 다르고, 프라이버시·윤리 문제가 얽혀 있어, 임상 현장에 도입하기까지는 추가 검증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연구자들은 강조하고 있다.

 

IMT 고등연구원의 이번 연구는 BIAL 재단과 유럽연구위원회(ERC) 신진 연구자 지원 프로그램 ‘TweakDreams’의 후원을 받았으며, 로마 사피엔차대·카메리노대 등과 국제 공동연구 형태로 진행됐다. 수천 년간 인간 문화와 종교, 예술의 영감 원천으로만 여겨졌던 ‘꿈’이, 인공지능을 만나 데이터로 읽히는 두뇌의 또 다른 언어로 재해석되고 있다.

이종화 기자 macgufin@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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