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첫 유인 달 궤도 복귀 임무인 아르테미스 II가 역사적인 달 근접 비행을 하루 앞두고 ‘생존 우주복’ 전면 점검에 나서며 본격적인 귀환 시퀀스를 향해 속도를 높이고 있다.
space.com, Phys.org, nasa, CBS News에 따르면, 승무원 4명이 탑승한 오리온(Orion) 우주선은 발사 5일째인 일요일(미 동부시간 기준)에 달로부터 약 6만 마일(약 9만6,500km) 이내 거리까지 접근한 상황에서, 비상 시 생사를 가를 오리온 승무원 생존 시스템(Crew Survival System) 우주복을 실제 우주 환경에서 테스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생존 우주복, 발사·재진입·감압 비상까지 ‘마지막 방어선’
이날 비행통제센터(Mission Control)는 동부시간 오전 11시50분 CeeLo Green의 ‘Working Class Heroes (Work)’를 기상 음악으로 송출한 뒤, 아폴로 16호 달 착륙 우주비행사 찰리 듀크(Charlie Duke)의 음성 메시지를 연결했다. 듀크는 “아르테미스로 우리의 아폴로 유산을 이어가라”고 당부하며 반세기 만에 재개된 유인 달 탐사의 상징성을 강조했다.
선장 리드 와이즈먼(Reid Wiseman), 조종사 빅터 글로버(Victor Glover), 미션 스페셜리스트 크리스티나 코크(Christina Koch), 제러미 한센(Jeremy Hansen)은 곧바로 이날 핵심 일정인 오리온 승무원 생존 우주복 전면 평가에 착수했다. 이 주황색 압력복은 발사·재진입뿐 아니라 선실 감압 등 비상 상황에서 승무원을 보호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시스템으로, NASA는 우주왕복선 시절 우주복을 전면 재설계해 가동 범위를 넓히고 안전성을 높였다.
NASA가 사전 공개한 일일 운용 계획에 따르면, 아르테미스 II 승무원들은 이날 우주복을 실제로 착용한 뒤 가압 및 누출 점검, 좌석 장착과 모의 착석, 우주복을 입은 상태에서의 기동성 평가, 헬멧 포트(포트홀)를 통한 음식물·수분 섭취 시험 등 ‘풀 시퀀스’를 수행했다. 특히 발사 후 달 전이 궤도 진입 준비 과정에서 한차례 선실 누출 경보가 오작동을 일으킨 전례가 있어, 감압 비상 상황에 대비한 압력 유지 능력과 누출 감지 체계 검증에 무게가 실렸다.
NASA는 이번 우주복이 기존 ‘S·M·L’ 규격 위주의 셔틀용 우주복과 달리, 각 승무원의 신체 치수에 맞춘 맞춤형 설계를 통해 장시간 착용 시 피로도와 작업 위험을 낮췄다고 설명한다. 아르테미스 II는 이 신형 생존 우주복을 실제 심우주 환경에서 시험하는 첫 유인 임무로, 향후 달 착륙이 예정된 아르테미스 III·IV의 기준 규격을 확정하는 데 결정적 데이터를 제공하게 된다.
달 중력권 진입·ECLSS 검증, ‘성공 여부 가르는 분수령’
오리온 우주선은 4월 6일 월요일(미 동부시간) 오전 0시41분께 달의 중력권, 즉 달의 중력이 지구보다 우세해지는 구간을 통과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이후 예정된 달 근접 비행 및 지구 귀환 궤도 진입을 위한 핵심 분기점으로, 궤도 역학과 추진계 성능이 동시에 검증되는 관문이다.
재러드 아이작먼(Jared Isaacman) NASA 국장은 CBS ‘페이스 더 네이션(Face the Nation)’ 인터뷰에서 “현재 임무 단계의 최우선 목적은 오리온 우주선의 생명 유지 시스템(ECLSS) 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수집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오리온에 인간이 탑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산소 공급·이산화탄소 제거·온도 및 습도 제어 등 전반적인 ECLSS 운용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1년 뒤 예정된 아르테미스 III 달 착륙 임무의 전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아르테미스 II는 총 10일 안팎 일정으로 SLS(우주발사시스템) 로켓과 오리온 우주선을 동시에 검증하는 첫 유인 비행 시험이다. NASA 자료에 따르면 이번 임무는 약 60만 마일(약 96만5,000km)에 달하는 자유귀환 궤도를 따라 지구–달 시스템을 한 바퀴 도는 구조로 설계됐다. 발사 5일차 오후 기준 오리온은 지구로부터 약 21만8,000마일(약 35만km) 떨어져 있었으며, 시속 약 1,592마일(약 2,563km/h) 속도로 달을 향해 접근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달 근접 비행과 인류 최장거리 기록 경신
NASA에 따르면 6시간가량 예정된 달 근접 비행은 월요일 오후 2시45분(미 동부시간)에 시작되며, 오후 9시40분까지 이어진다. 이때 오리온 주 선실의 대형 창은 달 표면을 향하도록 자세가 조정되고, 승무원들은 인간이 직접 관측한 적이 없는 일부 달 뒷면(far side) 지형을 포함해 달 표면을 고해상도 카메라로 촬영할 계획이다. NASA 과학자들은 태양광 입사각이 낮은 시점에 긴 그림자가 드리워져 능선과 크레이터 림이 선명하게 드러나, 향후 착륙 후보지 분석과 달 지질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입체 데이터가 확보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임무의 상징적 정점은 인류 유인 비행 사상 최장거리 기록 경신이다. NASA 공식 블로그와 아르테미스 II 개요 자료에 따르면 오리온은 월요일 오후 7시5분(동부시간) 지구로부터 최대 25만2,757마일(약 40만6,773km)까지 멀어지게 되는데, 이는 1970년 아폴로 13호가 보유한 24만8,655마일(약 40만171km) 기록을 약 4,102마일(약 6,600km) 상회하는 수치다. 이 구간에서 오리온은 달 뒷면을 통과하면서 약 40분간 지구와의 통신이 완전히 두절되는 블랙아웃을 겪으며, 완전 자율 비행 및 비상 절차 유효성이 시험된다.
NASA는 아폴로 시대와 달리,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궁극적 목표를 ‘지속가능한 달 거점 구축’과 ‘화성 유인 탐사 교두보 마련’으로 설정하고 있다. 아르테미스 II가 기록하는 40만6,000km대의 극단적 원지점은 향후 보다 안정적인 저고도 달 궤도 운용과 게이트웨이(달 궤도 전진기지) 연계 운용 등을 설계하는 데 필수적인 궤도·복사 환경 데이터를 제공할 전망이다.
귀환 시나리오와 ‘포스트 아폴로’ 시대 전환 의미
아르테미스 II 임무 계획에 따르면 오리온은 달 근접 비행과 원지점 통과 후 자유귀환 궤도를 따라 지구로 방향을 돌려, 4월 10일 금요일 샌디에이고 인근 해상에 착수(splashdown)할 예정이다. 대기권 재진입 속도는 아폴로 임무와 유사한 시속 2만5,000마일(약 4만km/h) 수준으로 예상되며, 이 과정에서 열차폐막(heat shield) 성능과 유도·항법·제어(GNC) 시스템의 정밀도가 함께 검증된다.
아이작먼 국장은 “아르테미스 III는 불과 1년 뒤 예정돼 있다”며, “이번 임무에서 오리온과 생명 유지 시스템, 추진·항법 체계에 대한 최대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이후 달 착륙과 게이트웨이 임무의 성공 여부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테미스 III는 동일한 오리온 우주선을 활용해 달 궤도에서 상용 달 착륙선과 도킹한 뒤, 미국 우주인을 다시 달 표면에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28년 아르테미스 IV에서는 달 궤도의 게이트웨이를 활용한 본격적인 환승 운용이 계획돼 있다.
결국 아르테미스 II의 생존 우주복 시험과 달 근접 비행, 인류 최장거리 비행 기록 경신은 단순한 ‘기록 깨기’ 이벤트를 넘어, 심우주 유인 탐사를 위한 안전 기준과 설계 철학을 재정의하는 분수령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반세기 전 아폴로가 ‘달에 가는 법’을 증명했다면, 아르테미스 II는 ‘심우주에서 오래 버티는 법’을 데이터로 입증하는 단계에 들어섰고, 그 출발점에 바로 주황색 생존 우주복과 오리온의 ECLSS가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