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논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 증가 허용하며 유가하락…“완전한 재개보다는 점진적 완충 단계"

  • 등록 2026.03.21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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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을 개시한 지 3주가 지난 지금,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수가 점차 증가하면서 유가가 소폭 조정되는 양상이지만, 여전히 브렌트유는 배럴당 약 109달러 수준에서 거래되며 2022년 중반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한 상태다. 이란이 해협을 사실상 폐쇄하는 방식으로 걸프 지역 이웃 국가들의 에너지 인프라를 공격하면서, 전 세계 원유 흐름의 약 20%를 좌우하는 촉각이 계속된 탓이다.

 

해사 정보 기업 윈드워드가 공개한 선박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이란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수를 소수지만 증가시켜, 과거 수준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까지 허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브렌트유 가격은 한때 119달러까지 치솟았던 19일 장중 고점에서 약 109달러 수준으로 후퇴하며, 단기적 긴장 완화 기대를 반영했다.

 

다만 윈드워드 측은 여전히 통과 선박 수가 평상시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라며, “완전한 재개”라기보다는 ‘점진적 완충’ 단계라고 평가했다.

 

미국 에너지 전문 매체는 이란이 호르무즈를 통한 걸프산 원유 수출량의 약 7~10%를 전면 차단하면서, 에너지 시장에 상당한 물량 충격을 안겨줬다고 분석했다. 이 여파로 브렌트유는 전쟁 발발 전(2월 28일 기준 배럴당 72.9달러 수준)에서 불과 3주 만에 109달러 안팎까지 상승하며, 약 50% 내외의 급등을 기록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흐름의 20%를 담당하는 ‘세계 에너지의 핵심 게이트웨이’로, 연간 약 1,700만 배럴 수준의 원유가 이곳을 통해 이동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해협이 단 한 분기(3개월)만 폐쇄되더라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98달러까지 치솟고, 글로벌 GDP 성장률이 연 2.9%포인트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보다 긴장된 3분기(9개월) 폐쇄 시에는 WTI가 132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극단 시나리오도 제시됐다.

 

실제 시장에서는 이미 증가하는 ‘리스크 프리미엄’이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해협이 완전 폐쇄될 경우 배럴당 10~15달러 수준의 물량 프리미엄에 더해, 투자 심리에 따른 위험자산 프리미엄 약 18달러가 추가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에 따라 일부 분석가들은 해협 폐쇄가 장기화될 경우, “배럴당 200달러 유가”도 충분히 가능한 극단 상황으로 보고 있다.


이번 주 들어 이스라엘은 이란의 남부 가스전인 사우스 파르스(남부 파르스) 가스전을 공습하며, 세계 최대 천연가스 매장지에 대한 직접 타격을 시도했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은 카타르의 라스 라판 LNG 단지와 쿠웨이트의 정유시설, 사우디 얀부 정유시설 등 걸프산 에너지 인프라를 연쇄적으로 타격했다. 이러한 공격은 연료유·디젤·항공유 등 하류제품의 공급망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면서, 아시아와 서아프리카에서의 선박용 연료(벙커유) 부족이 이미 감지되고 있다.​

 

해운업계는 싱가포르 등 일부 항만에서 선박용 연료를 배급제로 운영하는 등, 긴급 상황에 대비한 조치를 시작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입 물류 원가와 보험료가 동반 상승하면서, 소비자 물가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실질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에너지 충격은 금융시장으로도 즉각 전이됐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6% 이상 상승해 109달러를 돌파한 17~19일경, 미국·유럽·아시아 주요 지수는 동반 하락을 기록했고, S&P 500 지수는 올해 들어 마이너스 수익률로 전환했다. 인플레이션 불안과 금리 정책 전망 재검토가 맞물리며, 국채 수익률은 급등했다.

 

연구기관들은 호르무즈가 최소 한 분기 폐쇄될 경우, 선박 운임과 연료비 상승이 글로벌 소비자 물가를 1~2%포인트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는 추정을 내놓고 있다. 이 경우 소비자 심리 위축과 투자 수요 약화가 병행되며, 2026년 하반기 글로벌 경제 성장률이 상당 폭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 내부에서는 유가 급등에 따른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해 정책적 조치가 속속 가동되고 있다. 조지아주 정부는 주 유통 가격이 1개월 만에 갤런당 약 96센트 오르며 3.77달러 수준에 이르자, 주 휘발유세 33센트와 디젤세 37센트를 60일간 면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미국 내에서 이란 전쟁으로 인해 유가가 급등한 이후 ‘최초’로 주 정부가 휘발유세를 전면 동결한 사례로 평가된다. 다만 연방 정부 차원의 대규모 감세·비축유 방출 등은 아직 논의 단계에 머무르면서, 세계 각국은 여전히 ‘지속적인 유가 상승’에 대비한 재정·통화 정책 여지를 확보하고 있다.

 

결국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부분적으로라도 완충해 선박 통과를 허용하면서 유가 하락 신호가 나타나긴 했지만, 핵심 에너지 통로의 폐쇄 리스크와 걸프 지역 인프라에 대한 공격이 계속되는 한, 국제 유가와 글로벌 물가·성장률은 당분간 ‘고위험’ 상태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희선 기자 jas020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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