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최동현 기자] 대기업집단 산하 공익법인 4곳 중 1곳 가량이 수입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자금을 사업수행비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별로 보면, KCC가 운영중인 공익법인의 사업수행비용 비율이 1.4%로 가장 낮았다. 이어 LS, KG, 동국제강, 롯데 산하 공익법인도 사업수행비용 비율이 낮았다. 또한 사업수행비용이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HD현대였으며,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현대자동차로 조사됐다.
특히, 공익법인중에서 SK그룹이 운영중인 행복전통마을, SM그룹의 필의료재단 등 일부는 최근 2년 연속 사업수행비용이 전무 했던 것으로 나타나, 공익목적의 법인 존립 자체도 의문시 되고 있다. 또한 전년 대비 수입이 큰폭으로 늘었지만, 오히려 사업비용을 줄인 공익법인도 숲과나눔(SK), 아산정책연구원(HD현대) 등 33곳에 달했다.
반면, 신영의 공익법인은 수입이 전무했지만, 사업수행비용을 지출한 유일한 곳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아모레퍼시픽(211.3%), 넥슨(120.9%), 카카오(115.5%), 하림(108.5%) 산하 공익법인도 수입 대비 사업수행비용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24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대표 조원만)가 공시대상기업집단의 특수관계인인 공익법인의 사업수행비 지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73개 그룹의 188개 공익법인의 사업수입은 9조5954억원, 사업수행비용은 6조9209억원으로 수입 대비 사업수행비용 비율이 72.1%를 기록했다.
이는 이전년도인 2023년 대기업집단 공익법인의 사업수입 9조7767억원, 사업수행비용 7조1043억원, 수입 대비 사업수행비용 비율이 72.7%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0.6%p 하락한 수치다. 이는 대기업집단 공익법인의 사업수행비용이 1년 새 1834억원(2.6%) 감소한 영향이 컸다. 공익법인의 수입이 감소하면서, 지난해 대기업 공익법인 188곳 중 44.1%(83곳)가 이전년도 대비 사업수행비용을 줄였다.
사업수행비용은 공익법인 등이 추구하는 본연의 임무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혜자, 고객, 회원 등에게 재화나 용역을 제공하는 활동에서 발생하는 비용이다. 사업수행비용이 제대로 지출되지 않고 있다면, 공익법인이 본래 설립목적에 따라 공익사업에 집중하기 보다는 오너일가의 우호지분이나 절세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전체 조사대상 73개 대기업집단 중 23.3%에 해당하는 17곳이 수입 대비 지출이 절반에도 못 미쳤다.
해당 기업집단은 ▲KCC(1.4%) ▲LS(4.4%) ▲KG(13.6%) ▲동국제강(16.4%) ▲롯데(22.2%) ▲한화(23.6%) ▲KT(23.8%) ▲코오롱(28.1%) ▲사조(28.9%) ▲태광(33.2%) ▲HDC(36.6%) ▲넷마블(45.2%) ▲반도홀딩스(46.3%) ▲한진(46.6%) ▲아이에스지주(47.0%) ▲DB(48.3%) ▲한솔(49.9%) 등으로 조사됐다.
이중 수입 대비 사업수행비용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KCC로 나타났다. KCC가 운영중인 서전문화재단과 엠앤제이문화복지재단 등 2곳의 지난해 사업수입을 합산한 결과 160억원에 달했지만, 실제 재단 설립 취지에 맞게 사용한 사업수행비용은 2억원(1.4%)에 그쳤다. 특히 서전문화재단은 지난해 사업수입이 160억원으로 전년(74억원) 대비 116.0% 급증했지만, 사업수행비용은 2023년 1억5000만원에서 2024년 8000만원으로 1년 새 46.7% 줄였다.
대기업 공익법인 중 사업수행비용 지출이 2년 동안 전무 한 곳도 있었다. SK 공익법인인 행복전통마을은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12억원, 14억원의 수입이 발생했다. 그러나 2023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2년 연속 사업수행비용이 0원을 기록했다. 행복전통마을은 고택과 문화재 보수·관리와 이를 활용해 발생한 수익으로 지역소외계층 일자리 창출로 사회에 환원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해당 공익법인을 설립한 출연자는 SK 공익법인인 행복나눔재단과 SK에너지다.
또한 SM 공익법인인 필의료재단도 사업비용을 모두 일반관리비용으로 분류하면서 사업수행비용이 2년 연속 전무했다. 필의료재단은 서울 강서구에서 강서필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우오현 SM그룹 회장 아들인 우기원 SM하이플러스 대표가 지난해 1675억원에 해당하는 삼라, 동아건설산업, SM스틸 등 계열사 주식을 필의료재단에 기부했다.
이 주식의 상당수는 2023년 9월 모친인 고(故) 김혜란 전 삼라마이다스 이사가 별세하면서 상속받은 지분이다. 필의료재단은 지난해말 기준 승계 핵심 회사로 꼽히는 삼라의 보통주 지분 5%(12만6359주)를 쥐고 있으며, 해당 지분은 임원임면, 정관변경 등의 일부 안건에 대해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이번 조사에서 수입 대비 사업수행비용 비율이 가장 높은 대기업집단 1위는 신영이 차지했다. 신영문화재단은 지난해 사업수입이 0원이었으나, 같은 기간 1억8600만원을 사업수행비용으로 지출했다. 이어 ▲아모레퍼시픽(211.3%) ▲넥슨(120.9%) ▲카카오(115.5%) ▲하림(108.5%) ▲영풍(103.3%) ▲부영(101.2%) ▲현대백화점(100.9%) ▲대신 (99.8%) ▲효성(98.9%) 등도 사업수행비용 비율이 높은 상위 10위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사업수행비용이 액수 기준으로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HD현대로 조사됐다. HD현대그룹 산하 9개 공익법인의 사업수행비용은 지난해 2조8966억원으로 지난 2023년 3조927억원 대비 1961억원 감소했다. 이어 사업수행비용 감소액 하위 10곳은 ▲포스코(269억원↓) ▲SK(69억원↓) ▲네이버(63억원↓) ▲카카오(59억원↓) ▲LG(40억원↓) ▲농협(36억원↓) ▲SM(19억원↓) ▲삼성(18억원↓) ▲KT(15억원↓) 등으로 조사됐다.
반면, 지난해 사업수행비용 액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현대자동차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 산하 5개 공익법인의 사업수행비용은 2023년 3121억원에서 지난해 3341억원으로 220억원 늘었다. 이어 ▲한진(163억원↑) ▲OCI(78억원↑) ▲GS(53억원↑) ▲파라다이스(44억원↑) ▲한화(33억원↑) ▲부영(22억원↑) ▲효성(19억원↑) ▲삼천리(16억원↑) ▲글로벌세아(16억원↑) 등도 공익법인의 사업수행비용이 크게 증가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명확히 공개된 대기업 소속 공익법인 리스트가 확인되지 않아 연1회 공시(계열사 지분 보유 공익법인, 특수관계인인 공익법인과의 거래에 공시된 공익법인), 각 그룹 홈페이지 및 언론 보도 자료 등을 참고해 조사대상을 선정했다.
학원법인이 아닌 대학교, 산학협력단, 미소금융재단(성균관대학, 삼성미소금융재단 외 18곳), 총수일가 특수관계 해소 및 특수관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명확한 공익법인(같이 걷는 길 외 4곳), 2023년 이후 설립으로 전년 비교가 부적합한 공익법인(에이치디현대희망재단 외 7곳)은 조사에서 제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