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이 클레이턴 국가정보국장(DNI)을 백악관 ‘AI 차르’로 임명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국의 인공지능 정책이 산업진흥 중심을 넘어 정보·안보 체계와 직접 결합하는 새 국면에 들어갈지 주목된다. 다만 백악관은 아직 인선을 공식 확인하지 않았고, ‘AI 차르’의 법적 권한·조직·예산·타 부처 조정 방식도 공개하지 않았다.
인선의 핵심…‘AI 총괄’이 아니라 안보형 조정관
로이터는 2일(현지시간) CNN 보도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클레이턴 DNI를 새 AI 차르로 지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CBS뉴스도 복수의 사안 정통 소식통을 인용해 클레이턴이 유력 후보이며, 행정부가 그가 DNI 직을 유지한 채 AI 업무를 겸임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고 전했다. CNN은 대통령이 이르면 2일 인선을 발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인선을 확인하지 않았다. 백악관 관계자는 CBS뉴스와 CNN에 “인사 발표는 대통령이 직접 할 것”이라며 사전 보도를 “근거 없는 추측”이라고 규정했다. 즉, 클레이턴의 AI 차르 지명과 DNI 겸직은 보도상 유력한 시나리오이지만, 아직 미정이다.
이번 인선이 현실화하면 단순한 기술 담당 보좌관 인사와는 성격이 다르다. DNI는 미국 정보공동체(IC)를 총괄하고 대통령의 수석 정보자문 역할을 수행한다. 미국 정보공동체는 ODNI를 포함해 총 18개 기관·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클레이턴이 그 수장 지위를 유지한 채 AI 정책 조정까지 맡을 경우, AI는 산업·혁신·규제 이슈이면서 동시에 대중국 기술경쟁, 첩보 분석, 사이버 방어, 핵심 인프라 보안, 군사·이중용도 기술 통제의 문제로 취급될 가능성이 높다.
숫자로 보는 ‘안보형 AI’의 배경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7월 발표한 ‘미국 AI 행동계획(America’s AI Action Plan)’에서 연방정부 차원의 정책 과제를 90건 이상 제시했다. 정책의 3대 축은 ▲AI 혁신 가속 ▲미국 내 AI 인프라 구축 ▲국제 외교·안보 분야 리더십 강화다. 이는 AI를 연구개발 규제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반도체·데이터센터·전력·수출통제·동맹국 기술표준을 포괄하는 국가경쟁력의 기반으로 규정한 것이다.
행동계획은 특히 미국산 AI ‘풀스택’ 수출을 강조한다. 상무부와 국무부가 민간과 협력해 동맹국·우호국에 하드웨어, AI 모델, 소프트웨어, 응용서비스, 기술표준을 결합한 패키지를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의 인허가를 신속화하고, 연방 조달에서는 이른바 ‘이념적 편향’이 없는 최첨단 거대언어모델을 선호하겠다고 밝혔다.
AI 경쟁의 물리적 기반인 전력 문제도 클레이턴의 예상 역할이 안보 의제와 분리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4~2030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소비가 연평균 약 1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전력수요 증가율의 4배 이상이다. 미국의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는 2024년 대비 2030년 약 240TWh, 즉 약 130% 늘어날 것으로 IEA는 추정했다. 미국과 중국이 2030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증가분의 약 80%를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시했다.
이 수치는 AI 패권 경쟁이 알고리즘이나 반도체 칩 성능만의 싸움이 아니라, 전력망·송전선·가스발전·원전·재생에너지·데이터센터 부지·냉각수·인허가를 둘러싼 국가 인프라 경쟁임을 보여준다. 정보수장이 AI 조정 역할을 겸할 경우, 행정부의 AI 정책은 ‘안전 규제’보다 공급망 회복력과 핵심 인프라 보호, 중국과의 컴퓨팅 역량 경쟁에 더욱 무게를 둘 공산이 크다.
클레이턴의 이력… 기술전문가보다 ‘시장·법집행·안보’형 관료
클레이턴은 전형적인 AI 연구자나 컴퓨터과학자 출신이 아니다. 그는 변호사 출신으로, 2017년 5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지냈고, 이후 뉴욕 남부연방검찰청(SDNY) 검사장을 거쳐 2026년 8월 3일 제9대 DNI로 취임했다. ODNI는 그가 SEC 위원장 재임 기간 2300건 이상의 집행 조치를 이끌었고, 벌금·부당이득 환수 등으로 100억달러 이상을 부과했으며, 피해 투자자에게 30억달러 이상을 반환했다고 소개한다.
이력만 놓고 보면 클레이턴의 강점은 AI 모델 설계가 아니라 금융시장 감독, 기업 규제, 법집행, 사이버·국가안보 사건 대응, 복잡한 민관 이해관계 조정에 있다. 이는 클레이턴의 경력과 백악관 AI 행동계획을 결합한 분석적 전망이다. 아직 백악관은 AI 차르의 조직도, 전담 인력, 예산, 대통령 직속성 여부, ODNI·상무부·국방부·에너지부·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 사이의 의사결정 구조를 밝히지 않았다.
규제 완화와 안전 통제의 충돌
트럼프 대통령은 AI 발전 속도를 늦추면 중국 AI 연구소들이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며 강한 연방 규제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CBS뉴스에 따르면 트럼프는 AI가 가져올 경제적 편익을 강조하며, 위법 행위는 기존 연방 법집행 체계로 처리할 수 있다는 인식을 보여 왔다.
반면 AI 업계 내부에서도 시각은 갈린다. CBS뉴스는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와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가 최첨단 AI 개발의 속도를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의 ‘프런티어 페이싱(pacing the frontier)’에 공감해 왔다고 보도했다. 반대로 데이비드 색스 전 AI·가상자산 차르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은 AI가 인류에 즉각적 실존 위협을 초래한다는 경고가 과장됐다는 견해를 보여 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2025년 행동계획에서 제시한 방향은 명확하다. 데이터센터·반도체 공장 인허가를 앞당기고, 민간 AI 개발·보급을 저해한다고 판단하는 연방 규제를 제거하며, 미국 기술의 해외 수출을 확대하는 쪽이다. 안전정책은 독립 규제기관 신설이나 포괄적 AI 기본법보다는 조달기준, 기존 법집행, 수출통제, 보안 기준, 기업의 내부 통제에 더 의존하는 구조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DNI가 AI 차르를 겸직한다면, AI 안전의 정의도 달라질 수 있다. 개인정보·차별·저작권·노동 전환·소비자 피해보다 국가안보와 경쟁국 대비 기술 우위가 앞서는 ‘전략적 안전’이 정책의 상위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