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검찰이 하나은행 채용 개입 의혹으로 기소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에게 파기환송심에서도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이번 재판의 핵심은 구형량 자체보다, 대법원이 이미 업무방해 혐의를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뒤 하급심이 그 판단의 기속력 안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에 있다. 파기환송심 선고는 11월 26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예정돼 있다.
검찰은 ‘3년’ 재차 요청
서울서부지검은 10월 1일 서울서부지법 제2-3형사부(재판장 임기환) 심리로 열린 함 회장 업무방해 혐의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1심과 항소심에서 검찰이 제시했던 구형량과 같은 수준이다. 이날 공판은 파기환송 후 첫 심리이자 결심공판으로 진행됐고, 재판부는 변론을 종결해 11월 26일 선고하기로 했다.
검찰 공소사실은 함 회장이 하나은행장으로 재직하던 2015~2016년 신입사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지인들의 청탁을 받고 특정 지원자들의 서류전형·합숙면접·임원면접 점수 조작 또는 합격 과정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함 회장은 2018년 6월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다만 함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지인의 자녀나 지인이 지원했다는 사실을 인사부장에게 전달한 경우는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채용 기준에 미달한 지원자를 합격시키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인사부서가 기준을 위반해 해당 지원자를 통과시킬 것이라고 예상할 이유도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대법원 판단의 중심은 단순히 “채용 청탁이 있었느냐”가 아니다. 함 회장이 인사 책임자 등과 공동으로 업무방해를 실행하기로 공모했는지, 그리고 특정 지원자의 합격을 위해 실제로 부정 채용을 지시하거나 실행에 가담했는지가 형사재판에서 요구되는 수준으로 증명됐는지가 핵심이었다. 대법원은 원심이 공동정범 법리와 공판중심주의·직접심리주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11월 선고의 법적 범위
11월 26일 파기환송심에서 다뤄질 대상은 이미 유죄가 확정된 성차별 채용 부분이 아니라, 대법원이 돌려보낸 업무방해 혐의다. 즉 이번 선고는 함 회장의 형사책임 전부를 처음부터 다시 판단하는 절차가 아니라,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판단을 전제로 업무방해 부분의 결론을 다시 내리는 절차다.
파기환송심은 상급심의 파기 이유와 법률 판단에 기속된다. 대법원이 “1심 무죄를 유죄로 뒤집을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취지로 판단한 만큼, 특별한 추가 증거나 법리상 변수가 없는 한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무죄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다만 이는 법원의 최종 판단 전 전망일 뿐이며, 선고 결과를 단정할 수는 없다.
검찰의 징역 3년 구형도 법원의 최종 형량이나 유·무죄 판단을 의미하지 않는다. 구형은 검사가 주장하는 처벌 의견이고, 법원은 증거능력·증명력·대법원 파기환송 취지·공동정범 성립 여부를 독립적으로 심리해 판결한다. 이번 사건에서 검찰의 구형이 1·2심과 동일하게 유지됐다는 사실과, 대법원이 업무방해에 대해 무죄 취지 판단을 내렸다는 사실은 법적으로 다른 층위의 정보다.
남은 확정 판결은 ‘4대 1’
함 회장에게는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의 유죄가 이미 확정돼 있다. 대법원은 2015~2016년 하나은행 공개채용을 앞두고 남성 대 여성 합격 비율을 4대 1로 정하고, 남성을 더 많이 채용하도록 한 혐의에 대해 2심의 벌금 300만원 판결을 확정했다. 하나은행 법인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와 관련해 벌금 700만원이 확정됐다.
이는 ‘채용 청탁에 따른 특정 지원자 합격 개입’과 ‘성별을 기준으로 한 채용 차별’을 법적으로 구분해 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전자는 대법원이 업무방해 공모와 가담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본 반면, 후자는 사전에 성별 비율을 설정하고 채용 계획을 승인·시행한 행위가 성별에 따른 차별 채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경영 리스크보다 ‘채용 공정성’의 경고
이번 사건은 금융지주 회장의 개인 형사사건을 넘어, 대규모 조직의 채용 의사결정이 어떤 통제 장치 아래 이뤄져야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임원 또는 최고경영진이 특정 지원자의 존재를 인사부에 전달하는 행위가 곧바로 형사책임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전달이 평가 독립성을 훼손하고, 점수·합격자 명단·성별 구성 등 실질적 채용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면 조직은 형사·민사·평판 리스크를 동시에 떠안을 수 있다.
특히 이번 확정 판결은 채용 공정성을 단순한 윤리 이슈가 아니라 법적 통제의 대상으로 명확히 했다. 채용의 성별 구성 목표와 다양성 정책은 합리적 근거와 법적 요건을 갖춰 설계돼야 하며, 이를 벗어난 사전적 성별 할당이나 특정 성별 우대는 법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
11월 26일 선고는 함 회장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장기간의 사법 판단을 사실상 마무리하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다만 결과와 무관하게 하나은행 채용 사건은 한국 금융권에 “인사권은 경영권의 일부이지만, 채용 절차는 경영진의 재량만으로 방어될 수 없는 공적 신뢰의 영역”이라는 메시지를 남기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