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농협중앙회 일부 부서가 홍삼·화장품 등 약 2억4000만원어치 고가 기념품을 회장실·부회장실 등에 전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비서실 직원이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정부 특별감사에서 지적된 ‘수령자 불명·전달 경위 불명’의 기념품 집행 문제가 실제 강제수사와 구속으로 이어지면서, 쟁점은 단순 물품 구매를 넘어 농협의 예산통제·내부감사·권력구조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2억4000만원의 행방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9월 30일 업무상 횡령 혐의를 받는 농협중앙회 비서실 직원 차모씨에 대해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수사의 핵심은 농협중앙회 일부 부서가 2024년부터 2025년 사이 공금으로 홍삼과 화장품 등 약 2억4000만원 상당의 기념품을 구매한 뒤 이를 회장실·부회장실 등에 전달한 사실이 있는지, 또 실제 수령자가 누구인지와 전달 목적이 무엇인지다.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이 의혹과 관련해 지난 6월과 7월 농협중앙회 비서실 등을 두 차례 압수수색했다. 수사당국은 압수물 분석을 통해 물품 구매의 결재·조달 경로, 실제 배부 대상, 전달 과정, 공금의 사적 유용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차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반부패수사대가 신청했다.
감사가 포착한 구조
이번 사건은 지난 3월 정부합동 특별감사반이 발표한 농협 감사 결과와 직접 맞닿아 있다. 국무조정실·농림축산식품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감사원·공공기관·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특별감사반은 1월 26일부터 농협중앙회, 자회사, 회원조합을 대상으로 감사를 벌였다. 이는 2025년 11월 24일부터 12월 19일까지 진행된 농식품부 선행감사의 후속 점검 성격이었다.
감사 결과는 현재의 기념품 의혹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정부는 농협중앙회 한 부서가 2024~2025년 홍삼·화장품 등 기념품을 2억4000만원 규모로 구매해 회장실·부회장실에 전달했지만, 지급 대상과 실제 전달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이번 구속 사건에서 거론된 금액과 품목, 전달 대상이 정부 감사 발표 내용과 일치하는 것이다.
특별감사반은 이를 포함해 위법 소지가 큰 14건을 수사 의뢰하고, 96건에 대해서는 제도개선과 시정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감사반이 꼽은 문제는 공금 유용 의혹에 그치지 않았다. 특혜성 대출·수의계약·분식회계·선심성 예산집행·인사개입·이해충돌 가능성 등 농협 조직 전반의 통제 취약성이 함께 지적됐다.
핵심은 ‘선물’ 아닌 통제
2억4000만원은 농협 전체 규모로 보면 제한적인 금액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의 본질은 액수 자체보다 공금 지출의 목적·승인·수령·검증이라는 기본 고리가 작동했는지에 있다. 기업이나 협동조합의 기념품 지출은 업무상 필요에 따라 가능할 수 있지만, 최소한 구매 목적과 예산 항목, 결재권자, 수령자, 수령 확인, 재고·배부 기록이 남아야 한다. 특히 회장실이나 부회장실 등 최고 의사결정권자 주변으로 물품이 전달됐다면 일반 지출보다 더 엄격한 기록과 사후 검증이 요구된다.
정부 감사 결과에 따르면 농협의 문제는 기념품 배부 기록의 불명확성에 그치지 않는다. 특별감사반은 중앙회 주요 부서들이 해마다 수억원 규모의 화장품·건강식품 등 고가 선물을 개별적으로 구매·조달하고 있으며, 전체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누가 어떤 목적으로 받았는지 관리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특정 개인의 일탈 여부와 별개로, 부서별 예산이 조직 내부의 비공식적 접대·관계 관리 수단으로 전용될 가능성을 차단하지 못하는 구조적 위험을 의미한다.
정부는 중앙회의 지출 항목 미지정 예산이 배정예산의 약 60%에 이르고, 사전에 정한 지출 항목도 총회 의결 없이 변경 집행한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2024년에는 포상비·복리후생비 등 7개 항목에서 222억원이 편성액보다 8.4% 초과 집행됐다. 기념품 구매의 적법성을 따지는 수사와 별개로, 예산 편성 단계부터 집행·감사 단계까지 견제 장치가 충분했는지를 따져야 하는 이유다.
‘협동조합’ 거버넌스의 역설
농협중앙회는 일반 민간기업과 달리 조합원·회원조합의 경제적 이익을 지원해야 하는 협동조합 체계의 중심 조직이다. 따라서 조직 운영의 투명성 문제는 경영진 개인의 평판 리스크를 넘어 농업인 조합원, 지역 농협, 금융·유통 계열사, 정책사업의 신뢰와 연결된다.
특별감사반은 농협 중앙회와 경제지주 산하 17개 계열사의 비상임이사 195명 가운데 회원조합장 출신이 159명으로 81.5%를 차지하고, 외부 전문가는 10명으로 5.1%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감사반은 회원조합이 계열사의 잠재적 고객이 될 수 있는 구조에서 비상임이사의 독립성과 이해충돌 관리에 우려가 있다고 봤다.
감사위원회도 독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농협중앙회 감사위원 5명 중 3명은 전·현직 조합장 출신이며, 이 가운데 2명은 현직 조합장을 겸직했다. 감사 대상 조직과 이해관계가 밀접한 인사들이 통제기구를 구성할 경우, 예산 집행·인사·계약·선물 제공 관행을 실질적으로 견제하기 어렵다는 것이 감사의 문제의식이다.
더구나 감사 결과에는 중앙회와 계열사 사이의 수의계약 관리 부실도 포함됐다. 중앙회와 농협네트웍스 간 수의계약 160건 중 2인 이상으로부터 정상적인 견적서를 받은 계약은 11건에 그쳤고, 검사조서를 작성한 경우도 50건뿐이었다. 형식적으로는 구매 절차가 존재하더라도 비교견적과 검수, 수령·배부 기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고가 물품 조달과 사용의 투명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농협이 신뢰 회복을 위해 내놓아야 할 해법은 일회성 사과나 특정 직원 문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기념품·접대성 비용에 대한 전자 배부대장과 수령 확인 의무화, 일정 금액 이상 구매의 외부 감사 또는 독립 심사, 비서실·회장실 관련 지출의 별도 공시와 사후 검증, 감사위원회의 외부 독립성 강화, 수의계약 비교견적·검수 절차의 전산화가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2억4000만원의 기념품 논란은 결국 농협의 공금이 누구의 돈이며, 누가 어떤 기록 아래 이를 집행할 수 있는지 묻는 사건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