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에게 건넨 축사는 딸의 이름과 스마트폰 이야기로 웃음을 끌어냈다. 그러나 뉴욕 행사에 이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함께 선 장면의 무게는 다른 곳에 있다. 엔비디아의 AI 연산칩 수요를 뒷받침할 메모리를 누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하느냐는 문제다.
지난 9월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코리아소사이어티 연례 갈라에서 황 CEO는 밴 플리트상을 받았다. 코리아소사이어티는 AI·반도체 산업에서의 성과와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이 한미 경제관계에 기여했다는 점을 선정 이유로 들었다. 이 회장은 축사에서 두 사람의 공통점으로 ‘AI에 올인한 기업’, ‘매디슨이라는 이름의 딸’, ‘갤럭시 Z 폴드8’을 차례로 꼽았다. ‘매디슨’은 이 회장의 딸 이원주 씨의 영어 이름이자 젠슨 황 CEO 딸의 이름이다. 두 사람 모두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행사의 화제는 가벼웠지만, 세 기업이 맞닥뜨린 시장은 가볍지 않다. 엔비디아가 발표한 2027회계연도 2분기(2026년 7월 26일 종료) 매출은 962억21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06% 늘었다. 이 가운데 데이터센터 매출은 890억 달러로 전체의 약 92.5%를 차지했다. 엔비디아가 황 CEO의 축사를 기다리는 한국 메모리 기업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수요 측 배경이다.
한국 기업들의 실적에도 AI 투자 확대가 반영됐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연결 매출은 171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89조5000억원이었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매출 127조5000억원, 영업이익 89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같은 분기 HBM4 판매를 확대하고 주요 고객사에 HBM4E 샘플을 공급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2분기 매출 79조3187억원, 영업이익 60조5426억원을 발표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57%, 557% 증가한 수치다. 회사는 2분기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했으며, 주요 고객사 약 10곳과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건배사에서 황 CEO가 만날 때마다 “더 빨리 만들 수 없느냐”고 묻는다고 소개했다. 엔비디아가 AI 연산의 ‘두뇌’를 설계하고 SK가 메모리를 만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황 CEO 역시 수상 소감에서 삼성과 SK를 한국 협력의 핵심 기업으로 거론했다. 이날 발언은 세 회사가 공급 속도와 협력 관계를 중시한다는 공개 메시지로 읽힌다.
뉴욕에서 나온 ‘매디슨’이라는 이름은 두 경영자 사이의 거리를 좁혀 보이게 했다. 그러나 시장이 지켜볼 공통점은 따로 있다. AI 인프라 투자에 기대를 건 세 기업이 급증한 수요를 실제 생산·공급 능력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이날의 농담보다 오래 남을 협력의 성적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