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서울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이 인허가 속도전에는 성공했지만, 조합원에게는 ‘분담금 충격’이라는 더 큰 과제를 던지고 있다.
전용 84㎡ 보유자가 재건축 뒤 같은 84㎡를 분양받는 데 필요한 추정 추가분담금은 4억3000만원으로, 지난해 9월 1억8000만원에서 1년 만에 2억5000만원 늘었다. 2023년 2월 1억2000만원과 비교하면 약 3년 7개월 만에 3억1000만원, 약 3.6배 늘었다.
같은 평형인데 4억3000만원
은마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지난 22일 조합원 분양신청을 앞두고 공지한 주택형별 추정 분담금에 따르면, 기존 전용 84㎡ 조합원이 신축에서도 같은 전용 84㎡를 선택할 때 부담해야 할 금액은 4억3000만원이다. 이는 올해 5월 제시된 3억2000만원보다 1억1000만원, 지난해 9월의 1억8000만원보다 2억5000만원 증가한 수치다.
같은 면적을 선택하는데도 수억원의 현금이 추가로 필요한 구조는 재건축 조합원에게 단순한 ‘자산가치 상승’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은퇴자·장기 보유자·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고령 조합원에게는 분담금 조달 자체가 분양신청 여부를 가르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전용 76㎡ 보유자가 재건축 후 동일 면적을 신청할 경우 추정 분담금은 4억4800만원으로 제시됐다. 지난해 9월 2억3000만원 수준에서 약 2억1800만원 늘어난 것이다. 평형이 작다고 부담이 반드시 낮아지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조합원 사이의 체감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넓히면 ‘90억’…선택권 아닌 자금력의 문제
분담금은 면적을 넓힐 때 급격히 뛰어오른다. 기존 전용 84㎡ 보유자가 재건축 후 전용 109㎡를 선택할 경우 추정 추가분담금은 13억900만원이다. 전용 143㎡를 선택하면 90억2660만원까지 치솟는다. 지난해 9월 추정치보다도 55억5000만원 증가한 수준이다.
90억원대 수치는 대형 평형의 희소성, 기존 자산 평가액, 새 아파트의 조합원 분양가와 추가 옵션·사업비 등이 결합된 결과로 해석해야 한다. 따라서 이를 일반적인 ‘평형 확대 비용’으로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재건축의 평형 선택지가 조합원의 주거 선호보다 현금 동원력에 더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공사비 950만원, 높은 용적률의 역설
조합 측은 추정 분담금 상승의 직접 요인으로 공사비 인상을 들고 있다. 조합은 3.3㎡당 추정 공사비를 기존 930만원에서 950만원으로 상향 반영했다. 20만원 인상만 놓고 보면 크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지하 6층·지상 49층·29개 동 규모의 초대형 사업에서 연면적 전체에 적용되면 총사업비에는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은마아파트의 구조적 특성이 더해진다. 기존 용적률이 약 204%로 이미 높은 편이어서, 재건축을 통해 추가로 확보되는 일반분양 물량이 제한적이다. 통상 재건축 사업은 일반분양 수입이 공사비와 각종 사업비의 일부를 보전하는 구조다. 그러나 일반분양 물량이 많지 않으면 사업비 부족분이 조합원 분담금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즉, 기존 단지가 고밀도일수록 사업성이 자동으로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조합원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역설이 발생한다.
분양가상한제도 조합이 지목한 변수다. 주변 시세가 올라 일반분양 수요가 충분하더라도 상한제 적용으로 분양가를 시장가격만큼 올리기 어렵다면 일반분양 수입 확대에는 한계가 생긴다. 다만 이번 분담금 증가분 가운데 공사비 인상, 금융비용, 설계·특화비용, 분양수입 추정 변화가 각각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는 조합이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기여도는 확인되지 않았다.
빨라진 인허가, 커진 조합원 부담
은마 재건축은 사업 추진 속도 자체만 놓고 보면 대표적인 ‘신속화’ 사례다. 서울시는 2026년 7월 은마아파트 사업시행계획 인가가 정비계획 변경 결정 고시 후 약 7개월 만에 이뤄졌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시즌2가 적용된 첫 사례로, 통상적인 정비사업 단계별 처리 기간보다 약 1년 단축됐다는 설명이다.
사업시행계획에 따르면 은마아파트는 대지면적 24만3552.6㎡ 부지에 지하 6층~지상 49층, 29개 동, 총 5850가구 규모로 재탄생한다. 이 가운데 공공임대주택은 909가구, 공공분양주택은 195가구다. 서울시는 관리처분계획 인가와 이주·해체공사 등을 거쳐 2028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행정 절차가 빨라져도 사업비 불확실성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오히려 사업이 구체화될수록 공사비, 금융비용, 설계 변경, 특화 설계, 이주비 조달비용 등 잠재 비용이 숫자로 현실화한다. ‘빨라진 재건축’이 조합원에게 곧바로 ‘부담 없는 재건축’을 뜻하지 않는 이유다.
‘추정치’라는 단서, 더 큰 불안
이번에 제시된 수치는 관리처분계획 단계에서 확정되는 최종 분담금이 아니라 조합원 분양신청을 위한 추정치다. 향후 공사비 재협상, 금리와 금융비용 변동, 설계 변경, 일반분양 조건, 이주·철거 일정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조합 역시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분담금이 추가로 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분양신청을 해달라고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현재의 4억3000만원을 ‘확정된 고지서’로 볼 수는 없다. 반대로 말하면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금액이 더 낮아질지, 더 높아질지 역시 현 단계에서는 단정하기 어렵다. 확실한 것은 조합원들이 분양신청이라는 사실상 되돌리기 어려운 선택을 앞두고, 확정되지 않은 비용 위험까지 떠안고 있다는 점이다.
은마아파트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의 상징이자 공급 확대의 시험대다. 그러나 조합원 관점에서는 ‘새 아파트를 받는 권리’가 곧 ‘수억원의 현금 납부 의무’로 바뀌고 있다. 사업의 속도와 규모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공사비 산정 근거와 일반분양 수입 전망, 금융비용, 분양가상한제 영향 등을 항목별로 투명하게 공개해 조합원의 의사결정 위험을 줄이는 일이 재건축의 다음 과제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