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챗GPT 개발사 오픈AI(오픈AI)의 연환산 매출 런레이트가 700억달러에 육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용 인공지능(AI) 수요와 소비자 구독 매출이 동시에 급증하면서 매출 외형은 급팽창하고 있지만, 초거대 AI 모델을 훈련·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컴퓨팅 비용과 실제 수익성은 여전히 확인되지 않았다.
생성형 AI 산업의 경쟁이 ‘누가 더 좋은 모델을 만드느냐’에서 ‘누가 막대한 인프라 비용을 감당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현금흐름을 증명하느냐’의 싸움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Axios)는 29일(현지시간) 오픈AI 재무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회사의 연환산 매출 런레이트가 약 700억달러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3분기 초인 7월 이후 70%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기업 간 거래(B2B) 부문 매출은 같은 기간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소비자 부문도 올해 3분기에만 지난해 1년 동안 증가한 소비자 매출보다 더 큰 매출 증가분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연환산 매출 런레이트’는 현재의 월간 또는 최근 매출 수준을 12개월로 단순 환산한 지표다. 실제 회계연도 매출과 같지 않으며, 대형 계약의 인식 시점, 고객 해지율, 사용량 기반 매출 변동, 할인 정책 등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로이터는 이 지표가 빠르게 성장하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서 널리 쓰이지만, 실제 매출의 지속성을 과장할 소지가 있는 판매 지표라고 지적했다.
오픈AI의 성장 속도는 불과 한 달여 전과 비교해도 가파르다. 블룸버그는 지난 8월 오픈AI의 연환산 매출이 400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보도하면서, AI 코딩 소프트웨어 수요 확대가 최근 매출 가속의 주요 동력 중 하나라고 전했다. 8월의 400억달러 이상과 이번 700억달러 근접 수치를 단순 비교하면, 한 달여 사이 런레이트가 최소 75%가량 확대된 셈이다. 다만 두 수치 모두 비공개 기업의 내부 정보를 인용한 보도여서 회사의 공식 공시로 검증된 실적은 아니다.
이번 수치가 주목받는 이유는 오픈AI가 소비자용 챗GPT 구독 서비스뿐 아니라 기업용 AI 시장에서도 앤트로픽(Anthropic)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액시오스는 그동안 앤트로픽이 기업용 AI 도입에서 우위를 보였지만, 오픈AI가 기업 매출을 급격히 늘리며 격차를 좁히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업 고객은 개인 구독자보다 계약 규모가 크고 사용량이 안정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B2B 비중 확대는 단순 이용자 수 증가보다 사업 모델의 질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매출 성장만으로 오픈AI의 기업가치와 상장 가능성을 판단하기는 이르다. 액시오스는 오픈AI의 비용 세부 내역을 즉시 확인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대규모 언어모델의 학습과 추론 서비스에는 데이터센터, 그래픽처리장치(GPU), 전력, 네트워크, 인력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다. 매출이 700억달러에 근접하더라도 컴퓨팅 비용, 장기 인프라 계약, 감가상각, 연구개발비를 제외한 영업이익과 자유현금흐름이 얼마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오픈AI의 핵심 파트너인 오라클 주가가 이 보도 후 5.3% 상승한 것도 AI 매출 증가가 인프라 공급망에 미치는 파급력을 보여준다. 로이터는 D.A. 데이비드슨의 길 루리아 매니징디렉터를 인용해 오픈AI가 오라클의 컴퓨팅 수주잔고에서 약 절반을 차지한다고 전했다. 오픈AI의 성장이 오라클의 데이터센터 투자 회수 가능성과 직결되는 구조인 셈이다. 다만 이 같은 공급망 의존은 반대로 AI 서비스 수요가 둔화할 경우 클라우드·반도체·전력·데이터센터 전반에 조정 압력을 줄 수 있음을 뜻한다.
오픈AI의 경쟁사 앤트로픽은 이미 IPO 투자설명서 초안을 통해 ‘매출과 비용의 괴리’를 보여줬다. 로이터가 검토한 앤트로픽의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2025년 매출은 전년보다 12배 증가한 약 46억달러였지만 순손실은 420억달러에 달했다. 이 순손실에는 과거 자금조달과 연계된 부채성 항목 가치 변동에 따른 약 340억달러의 회계상 비용이 포함됐다. 이를 제외하더라도 영업손실은 80억6000만달러였고, 컴퓨팅 및 인프라 비용만 73억3000만달러로 총 영업비용 126억5000만달러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앤트로픽은 앞으로 클라우드·컴퓨팅·인프라에 최소 5180억달러를 투입해야 하는 장기 의무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는 이 중 약 80%가 사용량과 무관하게 지급해야 하거나 해지가 어려운 계약이라고 전했다. 매출 성장률이 압도적으로 높아도, AI 기업의 손익은 결국 데이터센터 용량 확보 조건과 모델 운영 단가에 의해 좌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밸류에이션도 오픈AI가 풀어야 할 숙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오픈AI는 지난 3월 1220억달러의 자금을 유치하며 기업가치 8520억달러를 인정받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달 오픈AI가 상장 전 추가 투자 유치 과정에서 1조2000억달러 수준의 기업가치를 논의했다고 보도했지만, 협상은 초기 단계이며 조건은 바뀔 수 있다고 전했다.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2026년 상장은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결국 오픈AI의 700억달러 런레이트는 생성형 AI가 실험적 서비스 단계를 지나 대규모 상업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다. 그러나 투자자와 시장이 요구할 다음 숫자는 매출이 아니라 비용일 가능성이 크다.
오픈AI가 공개시장에 나서기 전 증명해야 할 것은 ‘얼마나 빨리 매출을 키우는가’가 아니라, 모델 고도화와 컴퓨팅 투자 경쟁 속에서도 매출총이익률·영업현금흐름·고객 유지율을 방어할 수 있는지다. 700억달러라는 숫자는 AI 산업의 성장성을 보여주지만, 그 성장의 경제성이 검증되기 전까지는 완결된 성공 지표가 아니라 가장 큰 질문을 남긴 중간 성적표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