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한국의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 속도가 주요국 가운데 가장 가파른 흐름을 이어갔다. 생산가능인구 기준 생성형 AI 이용률이 40%를 처음 넘어 세계 12위에 올랐지만, 이 지표는 ‘활용 경험’의 비중을 뜻할 뿐 산업 생산성·기업의 전면 도입 수준을 직접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다음 경쟁은 업무 현장의 깊이와 성과가 될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산하 AI 이코노미 인스티튜트가 발간한 ‘글로벌 AI 확산 보고서: 2026년 2분기 동향과 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6월 한국의 15~64세 생산가능인구 가운데 생성형 AI 제품을 사용한 비중은 40.6%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 37.1%에서 3.5%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한국은 직전 분기 세계 16위에서 12위로 네 계단 올랐고, 최근 12개월간 이용률은 약 15%포인트 늘었다. 보고서는 한국을 주요 경제권 중 3개 발표 기간 연속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국가로 평가했다.
40% 돌파, 미국·일본 앞섰다
한국의 40.6%는 세계 평균 18.8%의 2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미국은 1분기 31.3%에서 33.0%로 1.7%포인트, 일본은 22.5%에서 24.7%로 2.2%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은 미국보다 7.6%포인트, 일본보다 15.9%포인트 높은 생성형 AI 이용률을 기록했다.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서도 한국의 증가 폭이 두드러진다. 대만은 31.8%에서 33.8%로 2.0%포인트 상승했고, 중국은 16.4%에서 17.5%로 1.1%포인트 높아졌다.
국가별 선두권은 아랍에미리트(UAE)가 73.3%로 압도적 1위였고, 싱가포르가 64.3%로 2위를 기록했다. 이어 3위~11위는 아일랜드 49.9%, 프랑스 49.6%, 노르웨이 49.4%, 스페인 45.1%, 뉴질랜드 44.1%, 영국 43.7%, 네덜란드·카타르 각 43.5%, 호주 40.7% 순이었다. 한국은 호주와 0.1%포인트 차이로 11위권을 추격했고, 벨기에(40.3%)는 0.3%포인트차로 13위를 기록했다.
‘빠른 확산’과 ‘깊은 활용’은 별개
이번 지표는 국민의 AI 역량이나 기업의 AI 전환 성과를 종합 평가한 순위가 아니다. MS는 일정 기간 생성형 AI 제품을 한 번 이상 사용한 15~64세 인구의 비중을 ‘AI 확산(AI diffusion)’으로 정의했다. 집계는 익명화·집계된 MS 텔레메트리 데이터를 활용하고, 국가별 운영체제·기기 점유율, 인터넷 보급률, 인구 차이를 보정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수치는 생성형 AI의 인구 단위 침투도를 보여주지만, 사용 빈도, 업무 투입 비중, 경제적 생산성 개선, 국산 모델 경쟁력까지 포괄하는 지표는 아니다. MS 역시 “단일 지표가 AI 확산을 완전하게 포착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한국의 순위 급등은 모바일·초고속 인터넷 환경, 높은 디지털 친숙도, 교육·사무·콘텐츠 제작 전반으로 번진 대화형 AI 이용 수요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이는 보고서 수치에 기반한 구조적 해석이며, 이번 보고서가 한국의 상승 원인을 국가별로 인과 분석해 확정한 결론은 아니다. 결국 한국의 과제는 사용자의 저변 확대를 넘어 제조·금융·유통·공공·연구개발 현장에서 AI가 얼마나 반복 업무를 줄이고 의사결정과 부가가치를 높이는지로 평가축을 옮기는 데 있다.
세계는 커지지만 ‘AI 격차’도 확대
전 세계 생성형 AI 이용률은 1분기 17.8%에서 2분기 18.8%로 1.0%포인트 상승했다. 거의 모든 조사 대상 경제권에서 사용률이 올랐다는 것이 MS의 평가다. 그러나 확산의 과실은 균등하지 않았다. 글로벌 노스의 이용률은 27.5%에서 28.8%로 1.3%포인트 상승한 반면, 글로벌 사우스는 15.4%에서 16.2%로 0.8%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양측 격차는 지난해 하반기 10.6%포인트에서 올해 1분기 12.1%포인트, 2분기 12.6%포인트로 확대됐다.
보고서는 전력 공급, 연결성, 디지털 역량, 현지 언어 지원 부족을 글로벌 사우스의 핵심 제약으로 꼽았다. 한국이 높은 이용률을 생산성 경쟁력으로 연결하려면 국내 격차도 함께 살펴야 한다. 산업·기업 규모·직무·세대별 접근성의 차이가 커질 경우, 국가 평균의 빠른 상승은 ‘AI 선도층’의 확산만 반영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번 국가 단위 통계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학습용 AI에서 산업용 AI로
AI를 사용하는 목적도 지역별로 달랐다. MS의 소비자용 코파일럿 대화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사우스에서는 자기주도 학습·역량 개발 관련 대화 비중이 전 세계 평균보다 29.2% 높았고, 학교 과제·학업 지원은 32.3% 높았다. 반면 글로벌 노스는 검색, 쇼핑·상품 조사, 피드백·조언 등 소비자 목적의 활용 비중이 상대적으로 컸다. 다만 이 분석은 초기 이용자 중심의 소비자용 코파일럿 대화 표본에 근거한 것으로, 전체 국민 또는 전체 기업의 AI 활용 행태로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보고서는 오픈웨이트(open-weight) 모델의 부상도 주목했다. 이는 학습된 가중치를 공개해 외부 조직이 내려받아 수정·배포할 수 있도록 한 모델을 뜻한다. MS 분석에 따르면 개발자용 AI 모델 중개 플랫폼 오픈라우터(OpenRouter)에서 오픈웨이트 모델은 전체 토큰 사용량의 75%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는 개발자 성격이 강한 오픈라우터 이용자 기반의 수치로, 글로벌 AI 시장 전체에서 오픈웨이트 모델이 75%의 점유율을 차지한다는 뜻은 아니다.
한국은 이제 ‘얼마나 많은 사람이 AI를 써봤는가’라는 첫 관문을 빠르게 통과하고 있다. 다음 랭킹의 핵심은 이용률 40.6%라는 숫자 자체가 아니라, 그 이용이 기업 현장의 비용 절감과 매출 증대, 연구개발 속도, 공공 서비스 품질로 얼마나 전환되는가에 달려 있다. AI 대중화의 속도전에서 앞선 한국이 산업 전환의 깊이 경쟁에서도 선두권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