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메타가 카메라를 제거한 첫 AI 안경을 내놓고, 같은 시기 한국에 9개 모델·21개 제품군의 AI 안경을 공식 공급했다. techcrunch, meta, Engadget, indianexpress에 따르면, 이는 스마트글래스를 ‘촬영 장비’에서 ‘오디오·AI 인터페이스’로 재정의해 프라이버시 역풍을 줄이려는 전략이지만, 마이크와 음성 AI가 남는 한 감시 논쟁이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카메라 없는 첫 모델
메타는 2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멘로파크에서 열린 ‘메타 커넥트 2026’에서 카메라를 탑재하지 않은 첫 오디오 안경 ‘레이밴 메타 오디오(Ray-Ban Meta Audio)’를 공개했다. 메타와 안경기업 에실로룩소티카가 공동 개발한 이 제품은 사진·동영상 촬영 기능을 빼는 대신, 오픈이어 스피커와 음성 통화, 음악·팟캐스트 재생, 메타의 개인 AI 에이전트 ‘뮤즈(Muse)’와의 핸즈프리 대화 기능을 전면에 배치했다.
공식 사양상 무게는 43g이며, 1회 충전 기준 사용 시간은 최대 12시간이다. 동봉 충전 케이스를 더하면 최대 48시간을 추가로 사용할 수 있다. 레트로 스타일의 ‘클럽마스터’와 직사각형 프레임 ‘버뱅크’ 등 2개 스타일, 23개 색상·렌즈 조합으로 출시되며, 처방 렌즈도 지원한다. 미국 기준 가격은 349달러부터이며, 10월 13일 출하가 예정돼 있다.
메타가 카메라를 완전히 제거한 것은 단순한 제품 다변화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스마트글래스의 핵심 편의로 꼽히던 촬영 기능은 동시에 ‘주변인의 동의 없는 기록’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낳았다. 테크크런치는 일부 비판론자들이 카메라형 AI 안경을 ‘pervert glasses(변태 안경)’라고 부르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메타가 오디오·AI 중심 별도 제품군을 만든 것은 “안경을 쓴 사람이 무엇을 찍는가”라는 의심 자체를 줄이겠다는 대응으로 읽힌다.
‘카메라 유지’ 3세대와 병행
메타는 카메라를 뺀 모델만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같은 행사에서 카메라를 유지한 ‘레이밴 메타 3세대(Gen 3)’도 공개했다. 3세대 제품은 12메가픽셀 카메라와 3K 울트라HD 동영상 촬영 기능을 갖추고, 배터리 사용 시간을 2세대의 최대 8시간에서 최대 9시간으로 1시간 늘렸다. 6개 마이크 어레이는 메타 주장 기준 주변 소음을 90% 이상 줄여 통화와 음성 명령 인식 품질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메타는 3세대 모델에 영상용 돌비 애트모스 공간음향 기능도 넣는다. 회사는 “올해 말”부터 AI 안경으로 360도 공간음향을 포함한 영상을 촬영·재생할 수 있게 한다고 밝혔지만, 국가별 지원 일정과 국내 서비스 가능 여부는 공개하지 않았다. 가격은 미국 기준 449달러부터다.
제품 포트폴리오가 보여주는 방향은 명확하다. 메타는 촬영·라이브 공유·시각 AI 수요층에는 카메라형 안경을, 녹화 기능에 거부감을 갖거나 음악·통화·AI 비서 기능을 선호하는 소비자에게는 오디오형 안경을 제공하려 한다. 연말까지 레이밴·오클리·메타 자체 브랜드를 합쳐 100종 이상 AI 안경 옵션을 갖추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메타는 동시에 100g 안팎의 ‘메타 VR 글래스’도 발표했다. 5K 인피니트 디스플레이와 마이크로OLED 패널을 탑재하고, 배터리와 프로세서는 얼굴이 아닌 주머니·가방 등에 부착하는 외장 ‘퍽(puck)’으로 분리했다. 2027년 봄 미국에서 1299.99달러에 출시할 계획이다. 메타는 이 제품이 메타 퀘스트 3보다 약 5배 가볍다고 설명했다.
한국, 9개 모델·21개 제품군
한국은 메타의 새 AI 안경 시장 확장 대상에 포함됐다. 메타는 싱가포르·멕시코와 함께 한국에서 ‘메타 글래스’ 판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으며, 브라질과 아랍에미리트는 후속 진출 시장으로 제시했다. 신세계I&C는 28일부터 메타 기기 제품군의 국내 유통을 맡아 9개 모델, 21개 제품을 공급한다. 국내 판매 제품에는 메타 자체 브랜드 제품군과 레이밴 메타 3세대, 블랙핑크 리사 협업 모델이 포함됐다. 판매가는 프레임과 렌즈 구성에 따라 48만원∼86만원이며, 레이밴 메타 3세대는 74만원부터다.
판매 채널은 이마트 일렉트로마트, 롯데하이마트, SSG닷컴, SK텔레콤 및 KT 온라인몰, 일부 대리점이다. 리사 에디션은 ‘메타 어드벤처러’와 ‘메타 카프리’를 기반으로 한 2개 제품이며, 별 장식과 펫 테마 케이스 참, 전용 디지털 포토카드를 포함해 64만원으로 책정됐다.
프라이버시는 아직 진행형
카메라 삭제는 프라이버시 논란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인 하드웨어 조치다. 촬영 가능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안경 전면의 녹화 표시등을 확인해야 하는 부담이 사라지고, 화상·영상의 무단 수집 우려도 원천적으로 낮아진다. 카메라형 제품에서 메타가 LED 표시등을 통해 사진·영상 촬영 사실을 주변인에게 알린다고 설명한 것과 비교하면, 오디오형 제품은 ‘촬영 여부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셈이다.
그러나 카메라가 없다고 프라이버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음성 명령과 AI 대화, 통화 기능을 위해 마이크와 데이터 연결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가 언제 마이크를 켜는지, 음성 데이터가 기기와 클라우드 중 어디에서 처리되는지, 대화 내용이 보관·학습에 활용되는지, 동석한 제3자의 음성이 어떤 통제 아래 수집되는지가 향후 신뢰의 핵심이 될 수 있다. 이 부분은 메타가 제품 외형만큼 구체적인 데이터 처리 고지와 이용자 제어권을 제공해야 할 영역이다.
시장 반발은 이미 제도와 행사 운영 규칙으로 번지고 있다. ICE와 iGB Affiliate Barcelona 주최사인 월드게이밍은 ‘굿 네이버(Good Neighbour)’ 정책을 개정해, 음성·영상·이미지를 은밀히 기록할 수 있는 메타 글래스 및 기타 웨어러블 기기의 착용·사용을 금지했다. 주최 측은 전시업체들이 개인정보와 지식재산권 침해, 디자인·기능의 무단 복제 가능성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행사장에서 촬영·녹화하려면 눈에 띄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행동강령 및 적절한 동의를 따라야 한다는 조건도 명시했다.
이는 스마트글래스 시장의 경쟁 기준이 카메라 화질이나 AI 응답 성능만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기업 전시회, 학교, 병원, 회의실, 공연장처럼 비공개성·지식재산·개인정보 보호가 중요한 공간에서는 “기술적으로 녹화할 수 있는가”보다 “주변인이 알아차리고 동의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카메라 없는 안경의 시험대
메타의 선택은 위험을 줄인 제품 출시이자, 스마트글래스의 용도를 넓히려는 시장 전략이다. 카메라가 없는 제품이 음악·전화·실시간 번역·음성 AI·청각 보조 등에서 충분한 편익을 제공한다면, AI 안경은 ‘몰래 촬영 논란이 따르는 카메라’가 아니라 ‘안경형 오디오 컴퓨팅 기기’라는 새 범주를 만들 수 있다.
반대로 소비자가 이를 고가의 오픈이어 이어폰이나 블루투스 헤드셋의 변형으로 인식한다면 시장 확대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349달러의 미국 출발 가격, 최대 12시간 배터리, 43g의 경량 설계는 일상 착용성을 높이는 사양이지만, 최종 승부는 뮤즈가 실제 생활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는 횟수를 의미 있게 줄일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한국 시장에서도 과제는 같다. 신세계I&C 유통망과 통신사 온라인몰 입점, K팝 스타 협업은 초기 인지도와 패션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프라이버시 고지, 녹음·촬영 상태의 명확한 표시, 한국어 음성 AI 품질, 국내 개인정보 규범에 맞는 데이터 처리의 투명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AI 안경은 대중화보다 공공장소의 경계심을 먼저 키울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