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한미 관계 발전 공로를 기리는 ‘2026 밴 플리트상’을 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현장을 찾아 축하하면서, 이번 시상은 개인에 대한 헌사를 넘어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한미 경제동맹의 상징적 장면으로 읽힌다.
한미 친선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는 황 CEO를 올해 수상자로 선정하며 AI와 반도체 분야에서의 “선구적 리더십”과 “변혁적 기여”를 이유로 들었다. 코리아소사이어티는 엔비디아가 SK그룹·삼성전자·현대차그룹·네이버 등 한국 기업과 구축해 온 지속적 파트너십이 한국을 글로벌 AI 인프라의 핵심 파트너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시상식은 뉴욕의 ‘2026 Annual Gala’에서 열렸다.
밴 플리트상은 한국전쟁 당시 미8군 사령관을 지낸 뒤 1957년 코리아소사이어티를 창립한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을 기려 제정된 상이다. 한미 우호와 협력 증진에 기여한 개인·기관에 수여돼 왔으며, 과거 지미 카터·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방탄소년단(BTS) 등이 수상자 명단에 올랐다.
이번 수상의 무게는 한미 관계의 협력 의제가 군사·외교와 통상에서 AI 컴퓨팅 인프라, 첨단 메모리, 데이터센터 및 패키징 기술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는 데 있다. 코리아소사이어티는 공식 발표에서 황 CEO의 수상을 “진화하는 한미 경제 파트너십”의 핵심인 AI·반도체 산업 공로와 연결했다. 70여 년 전 한미동맹의 공간이 전장이었다면, 오늘날 경쟁의 최전선은 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들어선 ‘AI 팩토리’라는 의미다.
‘GPU의 두뇌’와 ‘HBM의 기억’
최 회장은 축하 건배사에서 엔비디아와 SK의 협업을 “엔비디아는 두뇌를 설계하고, SK는 기억을 만든다”고 압축했다. 유머를 섞은 표현이지만 AI 서버의 작동 구조를 정확하게 짚는다. 엔비디아의 GPU가 대규모 연산을 수행한다면, HBM은 GPU 가까이에 적층돼 대량의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공급하는 메모리다. 생성형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 성능이 높아질수록 연산칩 못지않게 HBM의 용량·대역폭·전력 효율이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른다.
SK하이닉스의 실적은 이 구조적 변화를 수치로 보여준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97조1467억원, 영업이익 47조2063억원, 순이익 42조947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47%, 영업이익은 101%, 순이익은 117% 늘었다. D램 부문에서 HBM 매출이 전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하며 기록적 실적에 크게 기여했다. 이는 엔비디아와 같은 AI 가속기 업체의 제품 로드맵 및 조달 전략이 한국 메모리 산업의 수익성과 투자 여력을 좌우하는 수준으로 커졌음을 보여준다.
엔비디아와 SK그룹은 앞서 2026년 7월 5000억달러 이상 규모의 포괄적 AI 협력 계획을 발표했다. 양측은 AI 팩토리 구축과 차세대 AI 메모리 공급을 축으로 협력하고,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는 HBM을 포함한 차세대 AI 메모리의 공동 개발·최적화 및 장기 공급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SK텔레콤은 엔비디아 베라 루빈 플랫폼과 SK하이닉스 HBM4를 활용하는 2기가와트(GW)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추진하며, 첫 AI 팩토리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까지 가세한 HBM 경쟁
삼성전자도 엔비디아 공급망과 차세대 HBM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는 2026년 3월 엔비디아 GTC에서 HBM4를 양산 중이며 엔비디아의 베라 루빈 플랫폼을 겨냥한 제품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묶어 AI 반도체 생태계에서 영향력을 회복하려는 전략의 한 축이다.
엔비디아는 이 경쟁의 중심에서 단순한 고객사를 넘어 한국 반도체 산업의 투자 방향을 결정하는 기준점이 됐다. 엔비디아의 2026회계연도 데이터센터 매출은 1940억달러로 전년보다 68% 증가했다. AI 가속기 수요가 폭증하면서 GPU와 HBM, 서버 D램, 고성능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첨단 패키징에 이르는 공급망 전반이 동반 팽창하는 구조다.
최태원 회장이 “70년 전 밴 플리트 장군이 전장에서 한미동맹을 구축했다면, 지금 젠슨 황은 데이터센터라는 새로운 전선에 서 있다”고 표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뉴욕 갈라는 한미동맹이 안보를 기반으로 하되,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라는 산업 인프라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경제안보 동맹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압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