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초대형 발사체 스타십(Starship)이 9월 28일(현지시간) 처음으로 지구 궤도에 진입하고, 운용 목적의 스타링크 V3 위성 26기를 실제로 배치하는 데 성공했다.
SpaceX, Space.com, Aviation Week, spacepolicyonline, lightreading, Orbital Radar에 따르면, 발사체의 최종 귀환 과정까지 완전하게 계획대로 진행된 비행은 아니었지만, ‘궤도 진입→상업 탑재체 투입→재진입·해상 착수’라는 핵심 사슬을 한 번의 임무에서 구현했다는 점에서 우주 발사 산업은 시험 단계에서 운용 단계로 넘어가는 중대한 분기점을 맞았다.
첫 궤도 진입, 첫 실사용 탑재체
스타십 14차 통합시험비행(IFT-14)은 미국 텍사스주 스타베이스에서 9월 28일 오전 7시48분59초(미 중부시간)에 발사됐다. 1단인 슈퍼헤비 부스터와 2단 우주선 ‘십(Ship)’으로 구성된 발사체는 이륙 약 2분34초 뒤 열분리(hot-staging)를 수행했고, 상단 우주선은 비행 약 25분 뒤 고도 약 275km에서 궤도진입 연소를 실시해 안정 궤도에 들어갔다.
핵심 성과는 단순히 우주 공간을 통과한 것이 아니라, 지구를 계속 공전할 수 있는 지속 궤도(sustained orbit) 에 진입했다는 점이다. 과거 스타십 시험비행도 우주 경계인 카르만선 상공에 도달한 적은 있지만, 이는 대체로 인도양 방향의 준궤도 비행이었다. 이번에는 속도와 궤도 에너지를 추가로 확보해 실제 궤도에 안착했고, 이후 화물창을 열어 스타링크 V3 위성 26기를 약 30분에 걸쳐 분리했다.
스페이스닷컴은 이 26기가 고속 위성인터넷 서비스용 ‘운용 위성’이며, 이전 스타십 비행에서 방출된 시험용 모사 탑재체와 달리 실제 별자리망에 합류하는 위성이라고 전했다. 26기 가운데 3기에는 스타십 상단부의 열차폐 타일 상태를 촬영·점검하기 위한 카메라도 탑재됐다.
“성공이지만, 무결점 성공은 아니다”
이번 비행은 우주산업 판도를 흔들 만한 성과이지만, ‘완전 재사용 초대형 발사체’의 상업적 신뢰성이 입증됐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실제 임무 중 슈퍼헤비 부스터의 33개 엔진 가운데 1기가 이륙 직후 정지했고, 상단 우주선에서도 진공용 랩터(Raptor Vacuum) 엔진 3기 중 1기가 상승 단계에서 조기 정지했다. 그럼에도 임무 제어팀은 궤도 진입 연소를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단일 랩터 3 엔진을 이용해 목표 궤도 진입을 완료했다.
당초 계획은 고도 약 275km에서 지구를 6바퀴 공전한 뒤, 칠레 서쪽 남태평양에 착수하는 거의 10시간짜리 임무였다. 그러나 스페이스X는 첫 궤도 점검 후 상단부를 예정보다 빨리 귀환시키기로 결정했다. 실제 비행시간은 약 3시간 8~9분으로, 계획보다 약 6시간 50분 짧았다. 상단 우주선은 북태평양에 연착수했지만, 바다에 수직으로 내려온 뒤 넘어졌고 잔류 추진제 방출 과정에서 폭발했다.
1단 부스터는 발사탑 포획이 아니라 멕시코만 해상 연착수를 수행했고, 2단 우주선도 회수·재비행되는 형태로 귀환하지 않았다. 다만 궤도 비행과 대형 탑재체 배치, 대기권 재진입 및 유도 착수 데이터를 한꺼번에 확보했다는 점에서, 향후 기체 회수와 재사용 주기를 단축하는 데 필요한 실증 데이터는 크게 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스타링크가 만든 ‘내부 수요’의 힘
이번 임무의 상업적 함의는 스타십이 첫 운용 탑재체로 외부 고객 위성이 아니라 스페이스X 자신의 스타링크 V3 위성을 실어 나른 데 있다. 스페이스X는 스타십을 개발하면서 동시에 세계 최대급 위성통신망을 운영하고 있어, 발사체의 초기 운용 리스크를 자체 위성 수요로 흡수할 수 있다. 즉, 신규 로켓이 외부 위성사업자의 주문을 기다리지 않고도 발사 횟수와 비행 데이터를 축적하는 구조다.
특히 V3 위성은 기존 V2 세대 대비 다운링크 용량은 10배, 업링크 용량은 22배라는 설명이 제시된다. 스페이스X가 향후 V3 위성 10만기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스타십은 단순한 ‘대형 우주선’이 아니라 스타링크의 대용량·고빈도 증설을 위한 수직계열화된 운송 인프라가 될 가능성이 있다.
스타링크 V3 26기 묶음의 총 통신 용량은 약 26Tbps로 추정된다. 기존 팰컨 9으로는 V3의 크기와 질량, 대형 배치 물량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데 제약이 있는 만큼, 스타십의 실전 투입은 스페이스X가 발사시장뿐 아니라 저궤도 위성통신시장에서도 원가와 공급 속도 우위를 넓힐 수 있는 출발점이다.
발사 시장의 경쟁 기준 바뀐다
스타십의 궁극적 설계 목표는 1단 부스터와 2단 우주선을 모두 회수해 반복 운용하는 ‘완전 재사용’이다. 현재 팰컨 9이 1단 재사용을 통해 상업발사 가격 구조를 바꿨다면, 스타십은 훨씬 큰 탑재능력과 2단 재사용을 결합해 발사 단가를 추가로 낮추려는 프로젝트다. 업계는 스타십의 저궤도 탑재능력을 완전 재사용 조건에서 약 100~150톤 수준으로 보고 있다.
시장의 진짜 변화는 ‘한 번에 얼마나 멀리 가느냐’보다 ‘얼마나 빨리, 얼마나 자주, 얼마나 싸게 반복 발사하느냐’에서 발생한다. 스타십이 고빈도 재사용 체계를 실제로 구축하면 대형 위성군, 우주정거장 모듈, 궤도상 연료 저장소, 달 화물, 대형 우주망원경 등 기존 로켓으로는 비용과 일정이 부담스러웠던 프로젝트의 경제성이 바뀔 수 있다.
달·화성보다 먼저 시험대 오를 것
스타십의 단기적 승부처는 화성 유인 탐사보다 지구 저궤도다. 대형 스타링크 위성의 배치, 위성인터넷 용량 확대, 우주 연료 저장소 구축, 민간·정부의 대형 화물 발사가 실제 사업성을 판가름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14차 비행은 스타십이 그 첫 관문인 ‘실제 궤도에서의 상업 탑재체 배치’를 통과했음을 보여준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유인 달착륙선(HLS) 사업도 스타십의 반복 궤도운용 능력에 달려 있다. 스페이스X는 스타십 기반의 HLS를 개발 중이며, 달 착륙선 운용에는 지구 궤도상의 극저온 추진제 보급이 필수다. 스페이스X의 제시 추정에 따르면 이를 위한 추진제 저장소를 채우는 데만 약 10회 안팎의 발사가 필요할 수 있다. 결국 이번의 첫 궤도 진입은 달 착륙의 완성이 아니라, 수많은 궤도급유·도킹·재사용 실증이 시작되는 출발선이다.
스타십이 3시간 만에 임무를 끝낸 것은 불완전함의 증거다. 그러나 26기의 실제 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렸다는 사실은 더 큰 변화의 신호다. 기존 발사체 산업의 경쟁은 ‘성공적으로 한 번 쏘는 능력’에 머물렀지만, 스타십이 겨냥하는 다음 경쟁은 ‘초대형 화물을 공장처럼 반복 수송하는 능력’이다. 28일의 비행은 그 전환이 선언이 아니라 실제 궤도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