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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건축

[랭킹연구소] “강남역 이름값 11억” 서울 지하철, 10년간 280억…역명 병기권 금액 TOP5, 강남역>을지로3가역>을지로입구역>선릉역>역삼역 順

 

[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서울 지하철역의 괄호 속 기업·기관명은 단순한 안내 문구가 아니라, 유동인구와 상권·브랜드 노출가치를 가격으로 환산한 ‘도시형 광고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서울교통공사가 2016년 도입한 유상 역명 병기 사업으로 올해 8월까지 약 280억원을 거둔 가운데, 2호선 강남역은 치과의원에 3년간 11억1100만원에 낙찰되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10년 280억, 38개 역의 ‘이름값’


서울교통공사가 관리하는 서울 지하철 1~8호선 276개 역 가운데 유상 역명 병기가 시행 중인 곳은 38개 역이다. 환승역은 한 곳으로 계산한 수치다. 2016년 사업 도입 이후 올해 8월까지 누적 수입은 약 280억원으로 집계됐다. 단순 환산하면 연평균 약 28억원, 현재 병기 운영 역 수 기준으로는 역당 누적 약 7억4000만원의 수입이 발생한 셈이다. 다만 실제 금액은 역별 유동인구, 상권의 성격, 인근 업종의 광고 수요에 따라 크게 갈린다.

 

최근 5년간 수입만 약 177억원으로, 전체 누적 수입의 약 63%를 차지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는 역명 병기가 초기 실험 단계를 넘어 서울교통공사의 비운임 수익 모델로 빠르게 정착하고 있음을 뜻한다.

 

사업 방식은 공개경쟁입찰이다. 역 인근에 실제 사업장이나 시설을 둔 기업·기관이 응찰해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곳이 병기권을 갖는다. 서울 시내 역의 경우 원칙적으로 대상 역에서 1㎞ 이내에 있어야 하며, 유흥업소처럼 공공장소 명칭에 병기하기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업종은 제외된다. 계약은 기본 3년이며, 재입찰 없이 한 차례 더 3년 연장할 수 있어 최장 6년간 이름을 노출할 수 있다.

 

강남역은 명실상부한 ‘역명 프리미엄’의 정점이다. 하루플란트치과의원은 2024년 이 역의 병기권을 11억1100만원에 낙찰받았다. 3년 총액인 만큼 연간으로는 약 3억7033만원, 월 기준 약 3086만원에 이른다. 서울 지하철 역사 안팎의 역명 표지, 승강장, 안전문, 노선도, 전동차 안내방송 등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효과를 감안하면, 이는 단발성 광고보다 장기적 인지도 확보에 초점을 맞춘 투자로 해석된다.

 

2위 을지로3가역은 신한카드가 8억7450만원에, 3위 을지로입구역은 하나은행이 8억원에 각각 병기권을 확보했다. 금융사가 서울 도심 핵심 업무지구의 지하철역을 선점한 구조다. 선릉역은 애큐온저축은행이 7억5100만원, 역삼역은 복합업무시설 센터필드가 7억500만원을 써냈다. 상위 5개 역의 계약금 합계는 42억8050만원으로, 전체 280억원의 약 15.3%에 해당한다. 상권과 환승·유동인구가 집중된 몇몇 핵심 역에 역명 가치가 고도로 쏠려 있음을 보여준다.

 

강남권·도심, ‘보행 데이터’가 가격 됐다


상위권은 2호선 강남역·을지로입구역·선릉역·역삼역 등 강남권과 도심 업무·상업지 역이 장악했다. 이들 역은 단순한 승하차 거점이 아니라 직장인, 소비자, 관광객, 약속 방문객이 겹치는 고밀도 생활권이다. 특히 강남역의 경우 치과의원이 최고가 낙찰자로 나선 것은 의료서비스 업종이 역세권 유동인구를 신규 고객 획득의 핵심 채널로 평가하고 있다는 신호다.

 

과거 지하철 광고가 포스터·스크린도어·전광판 등 개별 매체를 구매하는 방식이었다면, 역명 병기는 소비자의 이동경로와 일상 언어에 브랜드를 삽입하는 방식이다. “강남역 몇 번 출구”, “○○역에서 만나자”라는 반복 발화와 안내방송·지도·표지판 노출이 결합한다. 다만 공식 역명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병기명은 본래 역명 뒤 괄호 안에 부역명 형태로 붙으며, 길찾기와 노선 안내의 기준은 기존 공식 역명이다.

 

해외에서도 대중교통 역명·시설명 판매는 낯선 모델이 아니다. 영국 런던의 ‘Emirates Air Line’ 케이블카, 미국 뉴욕의 ‘Barclays Center’ 역 등은 교통시설과 민간 브랜드 결합의 대표 사례다. 다만 서울식 모델은 기존 지명·역사를 유지한 채 인근 사업자의 명칭을 병기한다는 점에서, 공공 안내체계 훼손 논란을 상대적으로 줄인 절충형 모델에 가깝다.

 

280억의 의미와 한계


서울교통공사 재정에서 280억원은 적지 않은 비운임 수입이지만, 구조적 적자를 뒤집을 규모는 아니다. 공사에 따르면 2025년 총수익은 2조3728억원, 총비용은 3조1996억원으로 당기순손실은 8268억원이었다. 역명 병기 사업의 10년 누적 수입 280억원은 지난해 당기순손실의 약 3.4% 수준이며, 연평균 28억원으로 보면 2025년 순손실의 약 0.34%에 해당한다.

 

승객 1명을 수송하는 데 1817원이 들었지만 평균 운임은 1036원에 그쳐, 지난해 승객 1인당 781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서울교통공사 분석도 있다. 무임수송 손실은 4488억원, 버스 환승에 따른 비용은 2907억원, 정기권 등은 772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명 병기 사업은 공공요금 인상이나 재정지원만으로 풀기 어려운 적자 문제에 대응하는 보완재이지만, 그 자체가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결국 역명 병기 시장의 핵심은 ‘이름을 파는 사업’이 아니라, 서울의 이동 데이터와 생활권 인지도를 민간의 브랜드 투자로 전환하는 데 있다. 향후 종각·홍대입구 등 주요 역의 추가 입찰 결과는 기업들이 고금리·내수 둔화 국면에서도 오프라인 접점의 장기 노출을 얼마나 가치 있게 평가하는지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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