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가 자신과 가족을 향한 허위 주장을 유포한 유튜버들을 상대로 잇달아 승소했다. 법원이 최근 사건에서 1000만원, 앞선 사건에서 2000만원의 배상책임을 각각 인정하면서, 근거 없는 사생활 폭로와 단정적 의혹 제기를 ‘공익 제보’로 포장해 온 이른바 사이버 레커식 콘텐츠에 민·형사상 책임이 뒤따를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
검증 없는 의혹,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서부지법 민사9단독 박대준 판사는 김희영 이사가 유튜버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난 9월 8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고, A씨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김 이사가 청구한 금액은 약 3000만원으로, 법원은 청구액의 약 33.3%를 위자료로 인정한 셈이다.
문제가 된 영상은 2024년 6월 게시됐다. 영상에는 김 이사의 학력·기부 활동·가족관계를 두고 학력 위조, 선행 조작 등을 암시하거나 단정하는 취지의 내용과 모친의 사생활 관련 주장까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이사는 이듬달인 2024년 7월 소송을 제기했다.
핵심은 A씨가 제기한 주장을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를 법원에 내지 못했다는 데 있다. 법원은 A씨가 별도의 사실 확인 절차를 거쳤다는 사정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논란을 소개했을 뿐”이거나 “명예훼손 의도는 없었다”는 항변은, 시청자가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단정적 표현을 사용한 이상 면책 사유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 사건에서 유튜버 A씨는 민사책임에 더해 형사처벌도 받았다. 법원은 해당 영상과 관련해 2026년 5월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고, 이는 확정된 것으로 보도됐다. 즉 하나의 검증되지 않은 영상이 형사 벌금 500만원과 민사 위자료 1000만원이라는 별개의 법적 책임으로 이어진 것이다. 단순 합산하면 1500만원이지만, 여기에는 소송비용, 대응에 투입된 시간, 채널 신뢰도 하락, 영상 삭제나 플랫폼 제재 가능성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4월 2000만원까지…두 사건 배상액 3000만원
김희영 이사가 허위 비방 영상에 대해 승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6단독 이정훈 판사는 2026년 4월 21일, 김 이사와 그의 모친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기부 활동을 비방하는 영상을 올린 다른 유튜버에게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김 이사의 청구액은 약 3000만원이었고, 법원은 그중 약 66.7%를 인정했다.
두 민사사건의 법원이 인정한 배상액은 합계 3000만원이다. 첫 사건의 2000만원, 최근 사건의 1000만원은 단순한 금액 차이를 넘어 법원이 영상의 표현 수위, 사실 확인 여부, 전파 가능성, 피해 내용과 정도를 개별적으로 평가했음을 보여준다. 온라인 명예훼손의 위자료가 기계적으로 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특히 첫 사건에서 보도된 법원의 취지는 온라인 콘텐츠의 높은 전파성과 피해 회복의 어려움에 주목한 것으로 요약된다. 유튜브 영상은 게시 직후 복제·재업로드·짧은 영상화·커뮤니티 확산을 거치며 원 게시자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다. 정정이나 삭제가 뒤따르더라도 이미 형성된 사회적 인식과 검색 기록까지 원상 복구하기는 쉽지 않다.
‘공익’은 검증 의무를 없애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피고 측이 공적 관심사와 관련된 논란을 소개하려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 법원은 표현의 자유나 공익 목적을 이유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무제한적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다.
대법원 판례상 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이 위법하지 않으려면, 표현 내용이 객관적으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어야 하고, 행위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발언했어야 한다. 여기에 적시한 사실이 진실하거나, 적어도 이를 진실로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은 형법 제310조의 ‘진실한 사실·공공의 이익’ 항변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법리다.
판례는 공익성 판단에서 피해자가 공적 인물인지, 사안이 사회적 토론과 여론 형성에 기여하는지, 사생활 영역을 침범하는지, 표현 방식과 동기가 무엇인지, 명예 침해의 정도가 어떠한지 등을 함께 살핀다. 다시 말해 유명 기업인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의 주변 인물에 관한 모든 사생활·가족사·학력 의혹이 자동으로 공적 검증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건은 ‘의혹 제기’라는 말이 검증 부실을 덮는 만능 방패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라는 말이 있다’”, “‘~라는 의혹이 제기됐다’”라는 형식만 취했다고 해도, 영상의 전체 맥락과 제목·썸네일·내레이션이 시청자에게 특정 내용을 사실로 믿게 한다면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법원은 문장 하나가 아니라 콘텐츠 전체가 전달한 의미와 전파력을 본다.
조회수 장사는 취재가 아니다
유튜브의 영향력은 전통 매체 못지않게 커졌지만, 영향력이 커질수록 확인 의무도 무거워진다. 유튜브 스스로도 장기간의 모욕·비방을 포함한 괴롭힘과 사이버불링 콘텐츠를 금지하고 있으며,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상 악의적 공격과 유해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플랫폼 규정은 법적 판단과 별개지만, 인격권 침해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최소한의 운영 원칙이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2025년 디지털 뉴스 보고서는 48개 시장을 분석하며, 허위·오도 정보의 확산 경로로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중대한 위험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짚었다. 해당 보고서는 시장 전반에서 페이스북과 틱톡이 오정보 확산 위협과 가장 강하게 연결돼 인식된다고 분석했지만, 영상 중심 플랫폼 전반의 검증 공백과 신뢰 위기는 유튜브 콘텐츠 시장에도 중요한 경고다.
유튜버가 광고수익과 조회수를 얻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타인의 학력, 가족관계, 재산, 사생활을 자극적으로 소비한다면 이는 탐사보도가 아니다. 탐사보도는 의혹의 크기가 아니라 증거의 밀도, 반론권 보장, 공익성과 비례성, 그리고 공개 전 사실 검증으로 성립한다. 반대로 취재원 확인도, 문서 검증도, 당사자 반론도 없이 자극적 내레이션과 단정적 제목만으로 타인의 명예를 거래하는 행태는 정보 유통이 아니라 인격권 침해의 산업화에 가깝다.
언론과 크리에이터 모두에게 필요한 기준은 명확하다. 의혹은 증거가 될 수 없고, 조회수는 공익의 증명서가 아니며, 유명인 주변 인물이라는 이유가 사생활 침해의 면허가 될 수도 없다. 이번 연쇄 판결은 ‘말할 자유’와 ‘검증 없이 타인을 해할 자유’를 구분한 사법부의 경고로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