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국내 사립대 기부금 시장이 상위권 대학과 수도권에 빠르게 집중되고 있다. 2025년 사립대 154곳 가운데 상위 10개교가 전체 기부금의 51.8%를 가져갔고, 연세대 한 곳의 모금액은 109개 사립대의 기부금 합계와 맞먹었다. 기부금이 교육·연구·장학 인프라를 늘리는 종잣돈이라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모금 실적 차이를 넘어 대학 경쟁력의 격차를 재생산하는 구조로 읽힌다.
10곳이 절반…‘기부금 빅10’의 독주
28일 대학알리미 공시에 따르면, 2025회계연도 사립대 154곳의 기부금은 총 7535억원이다. 이 가운데 상위 10개교가 모은 금액은 3899억원으로 전체의 51.8%를 차지했다. 직전 연도의 50.9%보다 0.9%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사립대 기부금 2원 가운데 1원 이상이 사실상 10개 대학으로 향한 셈이다.
기부금 1위는 연세대였다. 연세대는 전년보다 377억원 늘어난 1215억원을 모금했다. 이어 고려대 755억원, 성균관대 381억원, 가톨릭대 334억원, 울산대 285억원, 이화여대 230억원, 인하대 219억원, 한양대 184억원, 가천대 148억원, 동국대 144억원 순이었다. 상위권에는 전통적으로 동문 결속력이 강한 서울 주요 사립대뿐 아니라 의과대학·대형 의료기관을 가진 대학들이 다수 포진했다.
특히 연세대의 1215억원은 전체 기부금의 약 16.1%에 해당한다. 2위 고려대와의 격차는 460억원, 3위 성균관대와는 834억원이다. 연세대 한 곳이 모은 금액이 109개 사립대의 기부금 합계와 맞먹는다는 분석은 상위권 집중의 강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수도권은 늘고 지방은 줄었다
지리적 격차는 더 선명하다. 수도권 사립대 65곳의 기부금은 5765억원으로, 지방 사립대 89곳의 1770억원보다 3.26배 많았다. 전체 기부금에서 수도권 비중은 약 76.5%, 지방 비중은 약 23.5%로 계산된다. 학교 수로는 지방이 24곳 더 많지만, 기부금은 수도권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1개교당 평균으로 환산하면 수도권은 약 88억7000만원, 지방은 약 19억9000만원이다. 평균 대학 한 곳이 확보한 기부금 역시 수도권이 지방의 약 4.5배에 이른다. 모금 여력의 격차가 단지 일부 최상위대학의 독주가 아니라 대학 생태계 전반의 수도권 편중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다.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격차의 방향이다. 최근 1년 동안 수도권 사립대 기부금은 12.2% 증가했지만, 지방 사립대 기부금은 8.1% 감소했다. 수도권은 모금 기반을 확대하는 동안 지방은 기존 기부 기반마저 약화한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신입생 충원난, 지역 인구·산업 기반 약화가 동시에 작동하는 지방대에는 ‘등록금 감소→재정 여력 축소→교육·연구 경쟁력 저하→기부 감소’의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
이 현상은 단년의 우연한 변동으로만 보기 어렵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의 ‘사립대학 재정 통계 연보’에 따르면, 2022년에도 사립대 192곳의 기부금 4088억3200만원 중 서울 소재 대학 몫은 2406억4000만원으로 58.9%에 달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비중은 70.0%였고, 지방권 사립대 기부금 비중은 15.3%에 그쳤다.
당시 학교당 평균 기부금은 서울 42억9700만원, 수도권 28억6600만원, 비수도권 5대 광역시 20억6000만원, 기타 지방권 9억9300만원이었다. 지역별 기부금 편차가 이미 구조화돼 있었고, 최근 집계에서는 수도권 증가와 지방 감소가 겹치며 양극화가 더욱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교육비 격차로 번지는 기부금
기부금은 회계상 단순한 부수입이 아니다. 장학금, 노후 교육시설 개선, 첨단 실험장비, 연구 인프라, 학생 복지, 산학협력 투자로 전환될 수 있는 대학의 자율 재원이다. 재정지원사업처럼 용도가 제한된 정부 예산보다 대학이 전략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부금 확보력은 중장기 경쟁력과 직결된다.
연세대의 지난해 학생 1인당 교육비는 4161만원으로, 전체 사립대 평균 1886만원의 약 2.21배였다. 교육비는 기부금만으로 결정되는 지표는 아니며 등록금·병원 수익·법인전입금·국고지원 등 여러 재원에 영향을 받는다. 다만 기부금 조달력이 높은 대학일수록 장학·연구·시설 투자의 선택지를 더 많이 확보한다는 점에서, 기부금 편중은 교육여건 편차를 키우는 하나의 핵심 변수로 볼 수 있다.
상위권 대학에 기부가 몰리는 배경도 복합적이다. 대규모 동문 네트워크, 사회적 평판, 수도권 입지, 연구 성과, 기업과의 접점, 의대 및 대학병원 보유 여부, 재단의 자금력 등이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기부자는 통상 자신의 기부가 가시적 성과와 사회적 명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기관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 시장 논리가 그대로 작동할 경우, 이미 브랜드와 재정이 강한 대학이 더 많은 기부를 확보하고 다시 교육·연구 성과를 높이는 ‘승자독식형 대학 재정’이 굳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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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기부금 양극화는 ‘누가 모금을 잘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고등교육이 어느 지역과 어느 계층의 학생에게 더 많은 교육·연구 자원을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다. 상위 10개교가 기부금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수도권 기부금은 증가하는 반면 지방은 감소하는 흐름은 대학 재정의 시장화가 지역소멸의 속도와 맞물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와 국회가 대학 기부 세제 지원을 논의한다면 목표는 모금 총액 확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세제 혜택이 상위권 대학의 모금 경쟁력만 더 키우는 결과를 낳지 않도록, 지역대학의 교육·연구·청년 정주 기능을 살리는 배분 장치와 투명한 성과 관리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 기부금은 자율 재원이지만, 대학은 공공성을 가진 기관이다. ‘더 많이 모은 대학’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더 필요한 곳에 더 잘 쓰이는 기부’를 만드는 제도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