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탈세 제보 포상금의 대폭 인상은 ‘내부자의 결정적 정보’를 세정에 끌어들이는 강력한 유인책이다. 그러나 제보 접수는 급증하는데 심사·조사·포상금 집행 역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포상금 확대는 조세정의 강화가 아니라 행정 적체와 지급 지연을 키우는 역설로 끝날 수 있다.
국세청이 2027년 탈세 제보 포상금 예산을 541억원으로 편성한 것은 단순한 예산 증액이 아니다. 2026년 세제개편안에 담긴 ‘포상금 상한 폐지·지급률 상향’의 재정적 파장을 미리 반영한 조치다. 문제는 제보 유인을 크게 높이는 정책과, 그 제보를 사실관계별로 선별하고 조사로 연결하며 포상금을 제때 지급할 인력·시스템이 함께 설계됐느냐는 데 있다.
제보 30% 증가, 예산은 상반기 소진
한국일보가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탈세 제보 접수 건수는 2만4646건으로, 2024년 1만8928건보다 30.2% 늘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국정감사 이슈 분석을 인용한 조세일보 보도도 2022년 1만7777건에서 2025년 2만4646건으로 약 40% 증가했다고 집계했다. 신고 창구 확대와 부동산 탈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맞물리면서 제보량 자체가 구조적으로 늘고 있다는 신호다.
포상금 지급도 같은 방향으로 뛰었다. 지방국세청 전체 탈세 제보 포상금 지급액은 2021년 140억4000만원, 2022년 149억5000만원, 2023년 175억5000만원, 2024년 138억4000만원이었다가 2025년 208억7000만원으로 50% 이상 급증했다. 2026년 상반기에만 지급액은 149억원에 이르러, 연간 배정 예산 약 155억원을 사실상 소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이 제보자에게 지급 지연 가능성을 알리고 있다는 대목은 예산 편성과 실제 지출 수요의 괴리를 드러낸다.
숫자로만 보면 내년 예산 541억원은 올해 155억원의 약 3.5배다. 하지만 이는 여유 재원이 아니라 제도 변경에 따라 불가피하게 커질 지급 수요를 선반영한 성격이 강하다. 현행과 달리 2027년부터는 포상 대상이 되는 최소 추징세액이 5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낮아지고, 최고 지급률은 20%에서 30%로 오른다. 특히 지금까지 40억원이었던 탈세 제보 포상금 상한도 폐지된다.
‘40억 상한’이 사라지는 순간
현행 제도에서 탈루세액 등이 5000만원 이상 5억원 이하이면 포상금은 해당 금액의 20%, 5억원 초과 20억원 이하는 1억원에 초과분의 15%, 2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는 3억2500만원에 초과분의 10%, 30억원 초과분은 5%를 적용한다. 다만 최종 지급액은 40억원을 넘을 수 없었다. 국세청은 이 기준을 부동산 탈세 신고 안내에도 명시해 왔다.
개편안은 구조를 바꾼다. 최소 지급 기준은 3000만원으로 낮추고, 지급률은 구간별로 10~30% 수준으로 높인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3000만원 탈세를 적발하는 데 중요한 자료를 제공한 제보자는 현행상 포상금을 받지 못하지만 개편 후 9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1000억원 규모의 조세 탈루를 적발하는 데 기여한 제보자의 보상은 현행 최대 40억원에서 개편 후 102억5000만원까지 가능해진다.
이는 소액·중간 규모 탈루 정보의 유입을 늘리는 동시에, 대형 기업·자산가·역외 거래 관련 내부 정보의 경제적 가치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변화다. 국세청은 해외신탁 명세 미제출 제보도 포상 대상에 포함하고, 해외신탁 미신고에 대한 과태료 상한을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자산 은닉과 국제조세 회피의 정보 비대칭을 겨냥한 제도 설계다.
다만 예산 541억원이 충분한지 여부는 지금 단계에서 단정하기 어렵다. 개정 기준은 2027년 1월 1일 이후 제보·신고분부터 적용될 예정이며, 실제 지급액은 접수 건수뿐 아니라 제보의 질, 조사 착수율, 부과·징수 성과, 고액 사건 비중, 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내용에 좌우된다. 즉, ‘541억원’은 확정된 지급 총액이 아니라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편성액이라는 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본질은 포상금보다 처리 역량
이번 사안의 가장 큰 경고음은 포상금 규모보다 인력 생산성이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국세청 탈세 제보 담당 인력 1명당 연간 처리 건수는 약 770건이다. 이를 단순 환산하면 월 64건, 근무일 기준 하루 3건 안팎이다. 그러나 탈세 제보 한 건은 단순 민원 회신이 아니다. 제보 자료의 진위 판단, 중복·공개정보 여부 확인, 과세정보와의 대조, 조사부서 이첩, 실제 추징 및 징수 확인, 포상금 산정·지급까지 다단계 업무가 따라붙는다. ‘770건’은 단순히 바쁜 수준을 넘어, 제보 선별의 정밀도가 흔들릴 수 있는 업무 구조라는 뜻이다.
국세청은 2026년 담당 인력을 10명 충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인력 증원만으로 병목이 풀릴지는 미지수다. 제보가 30% 늘어난 상황에서 포상 요건은 더 넓어지고, 대형·국제거래·가상자산·부동산 편법증여 등 사건의 분석 난도도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 스스로도 하반기 운영방안에서 부동산 탈세, 주식시장 불공정 탈세, 법인자산 사적 사용, 역외탈세, 가상자산 거래 추적 등을 중점 관리 분야로 제시했다.
특히 포상금은 ‘제보가 접수됐기 때문’이 아니라 제보가 탈루세액 등의 추징 및 실제 징수에 기여했을 때 지급된다. 따라서 심사 지연은 제보자 불만에 그치지 않는다. 증거의 보존, 조사 착수의 신속성, 제보자의 추가 협조 확보, 탈루 자산의 은닉·처분 방지와도 연결된다. 포상금이 늦게 지급되는 조직은 잠재적 제보자에게 “국가는 정보를 원하지만 정산은 늦다”는 신호를 줄 위험이 있다.
미국·영국은 ‘고액 선별’과 전담조직에 방점
미국 국세청(IRS)은 세법 위반에 관한 구체적·시의적절하고 신빙성 있는 정보를 제공한 제보자에게, 그 정보에 귀속되는 실제 징수액의 통상 15~30%를 지급한다. 고액 사건을 다루는 법정 보상 체계는 통상 쟁점 금액이 200만 달러를 초과하는 경우 적용된다. IRS는 이를 전담하는 Whistleblower Office를 별도로 운영하며, 포상 신청을 받는 창구와 지급 판단 체계를 제도화했다.
영국 국세청(HMRC)도 2025년 11월 ‘강화된 포상제도’를 도입했다. 제보가 세금 150만 파운드 이상을 실제 징수하는 결과로 이어질 경우 징수세액의 15~30%를 포상금으로 지급할 수 있으며, 별도의 최고 한도는 두지 않았다. 다만 포상금은 재량 지급이고 보장되지 않으며, 공무원·정부 계약자가 직무상 취득한 정보, 제보 대상 탈세에 직접 가담하거나 기획한 사람, 이미 과세당국이 알고 있거나 통상 절차로 확인 가능한 정보를 낸 사람은 포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익명 제보는 접수할 수 있지만 보상 대상은 아니다.
영국의 운영 방식은 한국에 두 가지 시사점을 준다. 첫째, 고액·복잡 사건을 명확히 선별해야 행정 자원이 저품질·중복 제보에 소진되지 않는다. 둘째, 보상 제도는 높은 지급률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자격 요건, 정보의 원천성, 사건의 징수 성과, 제보자 신분·비밀보호, 지급 절차와 처리 기한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
HMRC는 2025~2026 회계연도에 탈세 등 비준수 의혹 제보 17만992건을 접수했고, 관련 정보 제공자에게 총 138만8000파운드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HMRC는 세금 누수 방지·회수 성격의 ‘컴플라이언스 수입’ 502억 파운드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담 인력 확충과 데이터 분석도 병행하고 있다. 이는 제보 보상이 조세행정의 한 축일 뿐, 데이터·조사 인력·사전 예방 체계와 결합될 때 효과가 난다는 점을 보여준다.
포상금 증액만으로는 부족하다
국세청이 2027년 541억원의 포상금 예산을 확보하더라도, 제도가 성공하려면 ‘많이 주는 제도’에서 ‘잘 골라 빨리 조사하고 정확히 보상하는 제도’로 운영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
제보 등급제와 신속 선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공개정보·중복신고·추측성 민원과 장부·계약서·거래내역·실소유자 정보 등을 갖춘 고품질 제보를 초기에 분류해야 한다. 고액·역외·가상자산·법인 사익편취 사건에는 전담 심사 트랙을 둘 필요가 있다.
‘접수→조사 이첩→추징→징수→포상’의 단계별 처리 현황을 관리해야 한다. 세무조사의 비밀성은 지키되, 제보자가 최소한 접수 여부와 지급 심사 단계 등을 알 수 있도록 절차적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HMRC도 장기 조사에 따른 보상 지연 가능성을 명시하고, 추가 정보가 필요하거나 포상 자격이 있을 때 제보자에게 연락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포상금 예산은 별도 안정 재원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법 개정에 따라 고액 보상 사례가 발생하면 단일 연도 예산이 빠르게 고갈될 가능성이 있다. 당해 연도 일반 사업비와 동일한 방식으로 경직되게 관리할 경우, 이미 확정된 포상금의 지급 지연이 반복될 수 있다. 다년간 수요를 반영한 추계와 예비재원·이월 규정 검토가 요구된다.
인력 확충은 숫자보다 전문성 중심이어야 한다. 제보 1건의 가치가 수백만원에서 수십억원까지 벌어질 수 있는 구조에서는 단순 행정인력보다 국제거래, 디지털 포렌식, 가상자산 추적, 법인 회계, 부동산 거래 분석 역량을 갖춘 조사 인력이 중요하다. 국세청도 과거 조사사례와 빅데이터 기술, AI 알고리즘을 결합한 ‘AI 탈세적발 시스템’을 설계하고 가상자산 거래추적 프로그램과 포렌식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제보자 보호와 허위·보복 제보 방지를 함께 강화해야 한다. 고액 포상은 내부자 제보를 활성화하지만 경쟁사 흠집내기, 사적 분쟁의 수단화, 불법 취득 자료 제출 가능성도 키울 수 있다. 정보의 적법한 취득 여부와 구체성, 제보자의 사건 관련성, 보복 위험을 검증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제보를 받는 창구가 넓어질수록 국가의 책임은 더 무거워진다. 조세정의의 성패는 포상금 액수보다, 결정적 제보 한 건을 놓치지 않는 행정 시스템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