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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빅테크칼럼] AI가 ‘신입의 사다리’를 걷어찼다…기업 52% “주니어 채용 줄인다”

코딩보다 판단력, 신입에게 ‘경력직 역량’ 요구하는 AI 시대
해고보다 무서운 채용 동결…AI가 만든 ‘주니어 스퀴즈’
첫 일자리의 실종…AI 노출 신입직은 ‘시니어급 판단력’이 새 입장권
AI는 사람을 덜 뽑고 더 높은 역량을 요구한다…신입 채용의 역설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인공지능(AI)이 단순 반복업무를 빠르게 흡수하면서 신입·초기 경력자를 위한 채용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이 AI 도입의 즉각적 결과로 대규모 해고보다 신입 채용 축소와 공석 동결을 택하는 흐름이 확산하면서, 청년 고용의 출발점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PwC, europapress, businessinsider, hcamag, democrata에 따르면, 스페인 디지털 인재 관측기관인 디지털런트 그룹(Digitalent Group) 산하 디지털 탤런트 옵저버토리는 최근 발표한 ‘디지털 탤런트 바로미터 2026’에서 조사 대상 기업의 51.7%가 AI 도입에 따라 주니어 직군의 채용 기회를 줄일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이 조사는 2026년 5~7월 수백 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결과는 9월 마드리드 ISDI 본사에서 열린 디지털 탤런트 서밋에서 공개됐다.

 

보고서가 지목한 핵심은 이른바 ‘주니어 스퀴즈(junior squeeze)’다. 신입사원이 현장에서 경력을 쌓는 데 활용해 온 자료 정리, 초안 작성, 기본 코딩, 고객 응대, 정보 검색과 데이터 입력 등 실행 단계의 업무가 생성형 AI와 자동화 도구로 대체되면서, 기업이 초급 인력을 채용·훈련할 유인이 약해지는 현상이다.

 

이번 조사에서 기업들은 감원보다 신규채용 축소를 우선 대응책으로 제시했다. 고용 축소를 예상한 기업 가운데 35.4%는 신규 입사자 채용을 줄이겠다고 답했고, 직접 해고를 택하겠다는 응답은 17.1%였다. 향후 12개월 안에 자사 업종의 순고용 감소를 예상한 응답도 39.6%에 달했다. AI가 일자리를 일시에 없애기보다 신입 채용 공고 감소, 채용 보류, 공석 미충원이라는 방식으로 노동시장 진입로를 좁히고 있다는 의미다.

 

“신입도 시니어처럼 일하라”…채용 기준의 급격한 상향


이 흐름은 스페인만의 현상이 아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미국의 신입직 채용 공고가 최근 18개월 동안 35% 감소했다고 전했다. WEF는 이 감소가 AI가 데이터 입력, 기초 분석, 초안 작성, 일상적 고객 지원 등 전통적인 초급 업무를 수행하면서 나타난 변화와 상당 부분 연결돼 있다고 분석했다. 

 

더 중요한 변화는 남아 있는 신입 일자리의 성격이다. PwC가 전 세계 10억 건 이상 채용공고와 미국의 신입직 공고 약 240만 건을 분석해 2026년 6월 발표한 ‘AI 일자리 바로미터’에 따르면, AI 노출도가 가장 높은 신입직은 노출도가 가장 낮은 신입직보다 리더십·판단력·창의성·대면 상호작용 등 전통적으로 경력직에게 요구되던 역량을 요구할 가능성이 7배 높았다.

 

PwC는 이런 직무를 ‘시니어화된(seniorised) 신입직’으로 분류했다. 2019년 이후 이들 신입직 공고는 35% 증가했지만, 이에 해당하지 않는 다른 신입직 공고는 10% 줄었다. AI가 신입직을 통째로 없애는 것이 아니라, 단순 실행형 직무는 압박하고 AI의 결과를 검토·판단·조정하는 고난도 초급 직무는 늘리는 ‘이중 노동시장’을 만들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스탠퍼드대 디지털 이코노미 랩과 ADP리서치의 행정 급여 데이터 분석도 초기 경력자에게 충격이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6년 8월 공개된 연구에 따르면, AI 노출도가 높은 직종에서 22~25세 근로자의 고용 수준은 AI 노출이 낮은 동년배의 추세를 따라갔을 경우와 비교해 약 19% 낮았다. 같은 연령대의 고노출 직종 고용은 2022년 11월부터 2026년 6월까지 약 11% 감소했지만, AI 노출이 낮은 직종군에서는 약 10% 늘었다. 반면 경력 근로자에게서는 같은 정도의 격차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AI가 이 모든 고용 변화의 단일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스탠퍼드 연구진도 경제 전반의 광범위한 일자리 대체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고, 고용 둔화에는 경기, 금리, 기업 비용절감, 산업별 채용수요 변화가 함께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정확한 표현은 ‘AI 노출도가 높은 직무에서 젊은 근로자의 고용 약세가 집중적으로 관찰된다’는 것이다.

 

기술 도입은 앞서고, 인재 준비는 뒤처졌다


디지털 탤런트 바로미터는 채용 축소 못지않게 기업 내부의 준비 부족을 문제로 제기했다. 조사 기업의 77.8%는 AI 도입 수준이 중간 이상이라고 답했지만, 79.2%는 직원들의 AI 활용 준비가 충분하지 않거나 불균형하다고 평가했다. 기술의 확산 속도에 비해 조직의 재교육·직무설계·평가체계가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기업이 AI를 도입하면서도 ‘누가 어떤 업무를 맡고, 어떤 경로로 숙련을 쌓을 것인가’라는 인력 운영의 기본 설계를 충분히 바꾸지 못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기존에는 신입사원이 반복 업무를 통해 업무 맥락을 익히고, 오류를 경험하며, 선배의 피드백을 받는 구조가 경력 개발의 첫 단계였다. 하지만 AI가 그 업무를 대체할 경우 신입은 처음부터 결과 검증과 판단, 예외 처리, 고객·조직과의 협업 같은 고차원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 우선순위도 달라졌다. 마드리드 조사에서 비판적 사고와 전문적 판단력을 최우선 역량으로 꼽은 비중은 39.6%였지만, 프로그래밍을 우선순위로 응답한 비중은 2.4%에 그쳤다. 이는 ‘AI 시대에는 코딩이 불필요하다’는 뜻이 아니라, 일상적 산출물 생산 자체보다 AI의 결과를 검증하고 업무 맥락에 맞춰 의사결정하는 능력이 채용 경쟁력의 핵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WEF도 전 세계 청년 근로자 가운데 37%가 AI에 따른 과업 변화 노출도가 중간 이상인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역별로는 동아시아 청년의 75%, 북미 69%, 유럽 63%가 해당 범주에 포함됐다. 신입직 충격은 정보기술(IT) 업종만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 전문서비스, 사무·관리, 고객지원 등 지식·사무 노동 전반의 구조적 재편 문제로 번지고 있다는 의미다.

 

해고보다 위험한 ‘인재 파이프라인 단절’


기업 입장에서 신입 채용 축소는 단기적으로 인건비 절감과 생산성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AI가 초안 작성, 문서 요약, 데이터 분류, 기초 고객 응대 등의 시간을 단축하면 같은 인력으로 더 많은 업무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PwC는 AI 활용이 앞선 기업일수록 생산성·임금·고용 성장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흐름이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단기 효율화가 장기적인 인재 공급 기반을 훼손할 위험도 크다. 신입이 실무 경험을 쌓을 초급 업무가 사라지고, 기업이 ‘즉시 전력감’만 찾기 시작하면 몇 년 뒤 중간관리자와 전문인력으로 성장할 후보군이 줄어들 수 있다. 채용시장은 경험이 있는 사람만 선호하지만, 그 경험을 제공할 첫 일자리는 줄어드는 역설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의 과제는 신입 채용을 단순히 줄일지 여부가 아니라, AI 환경에 맞춰 초기 경력 경로를 다시 설계하는 데 있다. AI 출력물을 검증하는 방법, 오류·환각을 식별하는 방법, 개인정보·저작권·보안 기준을 준수하는 방법, 복잡한 사례를 상급자에게 적절히 에스컬레이션하는 방법을 신입 교육과 직무 배치에 내장해야 한다. ‘반복업무를 많이 해본 사람’을 뽑는 방식에서 ‘AI를 활용하되 결과에 책임질 수 있는 판단력을 갖춘 사람’을 육성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입 구직자에게도 메시지는 분명하다. 특정 AI 도구를 단순히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렵다. 자신이 AI를 활용해 어떤 문제를 정의했고, 어떤 근거로 결과를 검증했으며, 결과물을 실제 비즈니스·조직·고객 맥락에 어떻게 적용했는지를 보여주는 포트폴리오가 중요해지고 있다. AI 시대 신입의 경쟁력은 ‘무엇을 자동화할 수 있는가’보다 ‘자동화된 결과를 어디까지 신뢰하고 어떻게 고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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