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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건축

[공간사회학] “노아의 방주” 유력 후보지역에 로봇 투입…튀르키예 유적지 18m 시추로 시작된 검증의 문

5개국 20명·90일 조사, 토양 1000점·GPR 탐사 뒤 코어 채취
유기물·공동·‘직각 이상대’ 주장 나왔지만, 방주 입증은 '미정'
독립 분석·연대측정·동료검토가 향후 관건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성경 속 노아의 방주가 묻혀 있다는 주장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튀르키예 동부 아라라트산 인근의 배 모양 지형인 두루프나르(Durupınar) 지형에서 국제 연구팀이 최대 지하 18m까지 코어 시추를 시작하고, 시추공 내부에 소형 탐사 로봇을 투입했다.

 

연구팀은 유기물이 많은 층과 진흙·물이 차있는 빈 공간을 확인했다고 주장했지만, 현재 확보된 결과만으로 이를 고대 목조선박의 흔적이라고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현 단계의 성과는 ‘방주의 발견’보다 오랫동안 신앙·지질학 논쟁이 교차해 온 지형을 실제 시료와 비교 데이터로 검증하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gadgetreview, nypost, wyomingnewsnow, newsmax, globenewswire, readers에 따르면, 미국 기반 민간 연구단체 노아의 방주 스캔스(Noah’s Ark Scans)는 9월 23일 "아라라트산 인근 두루프나르 지형에서 코어 시료 채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최대 18m, 약 60피트 깊이까지 시추하고 있으며, 지표면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건식 시추 방식으로 지층·광물·유기물 성분을 분석할 연속 코어를 확보하는 것이 1차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이번 조사를 현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식 허가 국제 과학 탐사라고 규정했다.

 

두루프나르는 튀르키예 아으르으(Ağrı)주 도우바야지트(Doğubayazıt) 인근에 있는 길이 약 157m, 515피트의 배 모양 지형이다. 1959년 튀르키예군 일한 두루프나르 대위가 항공사진을 통해 주목한 뒤 ‘노아의 방주 후보지’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지형의 외형과 구약성서 창세기에 묘사된 방주의 길이가 비슷하다는 점을 주장의 근거 중 하나로 제시해 왔지만, 외형적 유사성 자체는 고고학적 동일성을 증명하지 않는다.

 

이번 현장조사는 시바스 쿠무리예트대 고고학과의 젠케르 아틸라(Cenker Atila) 교수가 현지 연구를 이끌고, 노아의 방주 스캔스 설립자인 앤드루 존스가 국제 협력에 참여하는 구조다. 현장 조사는 6월 29일부터 시작됐으며, 5개국에서 모인 약 20명의 연구자와 학생이 참여했다.

 

연구 계획상 GPS 측량, 격자 설정, 2·3차원 디지털 모델링, 고정밀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 토양·코어 시료 분석이 순차적으로 이뤄졌다. 튀르키예 환경·도시화·기후변화부와 농림부 자연보전·국립공원총국 등의 허가를 받았다는 것이 연구 프로젝트 측 설명이다.

 

‘유기물·공동·직각 구조’의 의미


2026년 현장 시즌에서 연구진은 약 150개 지점에서 토양 시료 약 1000개를 채취하고, 레이더 데이터를 수집했다. 가젯리뷰는 지형 내부 토양의 탄소 함량이 외부 비교 시료보다 약 40% 높았다는 예비 측정 결과를 전했다. 연구팀은 이 차이가 유기물, 나아가 목질 잔존물과 관련됐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탄소 함량 증가가 곧 목재나 선박의 존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토양 유기물은 식생, 미생물 활동, 퇴적 환경, 지하수 이동, 토지 이용 이력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노아의 방주 스캔스는 시추 과정에서 유기물이 풍부한 층, 진흙과 물로 채워진 공동, 그리고 내부에 연속적인 기반암 또는 석회암 덩어리가 보이지 않은 시추공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지하 약 4~5m 구간에서 드릴 비트가 석회암보다 단단한 층에 부딪혀 파손됐으며, 규화목 또는 고도로 광물화된 목재일 가능성을 외부 실험실에 의뢰해 확인하겠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GPR과 전기비저항탐사(ERT) 등에서 비교적 규칙적인 가장자리, 직각에 가까운 교차점, 길쭉한 빈 공간을 포착했다고 설명한다. 일부 언론은 이를 ‘통로’ 또는 ‘방’으로 표현했지만, 레이더 이상대는 서로 다른 밀도·수분·공극·암석 경계가 반사파를 다르게 만들면서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지하에 직각처럼 보이는 반사 신호가 있다는 사실과 인공 구조물이 있다는 결론은 구별해야 한다. 가젯리뷰도 해당 이상대의 기원이 구조물인지 지질 현상인지는 2027년 초로 예상되는 실험실 결과가 나와야 가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탐사의 상징적 장면은 ‘고퍼(GOPHER)’로 명명된 소형 지하 로봇의 투입이다. 연구팀은 고해상도 카메라를 장착한 이 장비를 좁은 시추공을 통해 레이더상 공동으로 추정되는 구간에 보내려 하고 있다. 대규모 굴착 없이 내부 영상과 시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은 조사 방법론상 장점이다. 다만 로봇 영상은 단독 증거가 아니라 코어 시료의 층서 기록, 위치 좌표, 오염 통제, 광물·유기물 분석, 연대측정과 결합될 때만 고고학적 증거력을 갖는다.

 

‘발견’ 아닌 가설 검증


두루프나르 지형을 둘러싼 과학계의 기존 해석은 연구팀의 주장과 다르다. 1996년 지질학자 로렌스 G. 콜린스와 연구자 데이비드 파솔드는 이 지형을 선박 잔해가 아니라 침식으로 형성된 자연 지질구조로 결론 내렸다. 이들은 하향으로 휘어진 퇴적층 습곡인 향사(syncline)가 침식되면서 배와 같은 윤곽을 띠게 됐다고 해석했다. 해당 연구는 인근 카잔 지역의 이른바 ‘닻돌’ 주장도 검토해 현지 안산암으로 판단했다.

 

이 때문에 이번 시추의 핵심은 “암석이 없었다”는 주장 자체가 아니라, 내부와 외부 대조 지점에서 얻은 코어를 어떻게 비교·검증하느냐에 있다. 연구팀은 배 모양 윤곽 안팎에 각각 시추공을 배치해 지층과 토양 성분을 비교하겠다고 밝혔다.

 

만일 내부에서만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가공 목재, 인공 결합재, 규칙적 구조재, 명확한 인위적 퇴적층이 확인되고, 시료의 채취 위치·보관 이력·분석 절차가 투명하게 공개되며, 독립 기관이 같은 결론을 재현한다면 논쟁의 무게는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내부와 외부 시료가 같은 자연 퇴적·변질 과정으로 설명된다면 자연 지형설은 더 강화된다.

 

특히 방주설을 뒷받침하려면 최소한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목재 또는 목재 변질물로 확인되는 물질이 실제로 현장 원위치(in situ)에서 회수돼야 한다. ▲방사성탄소연대측정 등 신뢰 가능한 연대 분석과 광물학·현미경 분석이 실시돼야 한다. ▲원시 데이터와 시료 관리 기록이 공개되고, 프로젝트 외부 연구자들의 독립 검증 및 동료심사를 거쳐야 한다.

 

방사성탄소연대측정은 유기물 시료의 연대를 추정할 수 있지만, 그 시료가 배의 일부였는지까지 입증하지는 못한다. 또 규화목처럼 유기탄소가 상당 부분 광물로 치환된 물질은 일반적인 방사성탄소연대측정의 대상이 되기 어려울 수 있어, 어떤 물질을 어떤 방식으로 측정할지도 중요하다. 현재 이 같은 핵심 검증 자료는 공개되지 않았다.

 

겨울 분석이 첫 분기점


현장팀은 겨울 동안 코어와 토양 시료를 대상으로 유기물 함량, 광물 조성, 미세조직, 층서 등을 분석하고, 2027년에 추가 현장조사와 결과 발표를 이어갈 계획이다. 프로젝트 측은 모든 연구 단계를 2027년까지 마무리한 뒤 ‘Durupınar Formation 2026 Research’라는 제목의 책과 국제 학술 논문 3편을 통해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현재 가장 정확한 표현은 “노아의 방주를 확인했다”가 아니라 “노아의 방주 후보지로 알려진 지형에서 처음으로 대규모 허가 시추와 물리 시료 확보가 진행되고 있다”로 해석해야 한다. 유기물, 공동, 탄소 농도 차이, 레이더 이상대는 모두 후속 조사를 정당화하는 탐사 단서다. 그러나 선박의 실재를 입증하는 결정적 유물이나 독립 검증 결과는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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