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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건축

[지구칼럼] "양치기 목동도 AI 탑재"…몽골 유목민, AI·위성·GPS로 기후위기 맞선다

영하 45도의 조드, AI가 막을 수 있나…몽골 초원에 뜬 AI 기후방패
가축 800만 마리 잃은 몽골, ‘GPS 양치기’로 기후위기 맞선다
위성·AI·태양광 GPS 장착한 AI 앱 ‘후누’의 반격…유목의 나라 몽골이 만든 기후 적응 공식
사막화 82%의 경고에 ‘디지털 목동’이 된 AI…가축과 생계를 지키는 몽골의 실험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 몽골 고비사막 인근 초원에서 양을 기르는 유목민 간치메그는 최근 양 떼가 염분이 높은 호수 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확인하고 긴급히 남편에게 알렸다. 가뭄과 부실한 초목 탓에 먹이를 찾아 헤매던 가축이 염수에 접근한 상황이었다.

 

양이 물을 마시거나 호수 주변에 빠질 경우 집단 폐사로 번질 수 있었지만, 남편은 양 떼 가운데 한 마리에 부착된 태양광 GPS 추적기를 통해 위치를 확인한 뒤 현장에 도착해 가축을 돌려세웠다. 간치메그는 AFP에 “GPS 추적기가 없었다면 양 떼 전체를 잃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장비는 몽골 청년 창업가 빌구데이 간훌루그가 개발한 ‘후누(Hunu)’ 앱과 연동된다. ‘강인한 유목민’을 뜻하는 후누는 광활한 초원에서 무리 단위로 이동하는 가축의 습성을 감안해, 무리마다 한 마리에 태양광 충전식 GPS 기기를 달아 위치를 추적하는 방식이다. 앱은 가축 위치 확인에 그치지 않고 적설 깊이, 풍향, 토양 수분, 가뭄 상태를 지도 형태로 제공한다. AI 기반 기상 기능은 눈보라와 모래폭풍 등 위험 기상 현상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 유목민이 이동 시기와 방목지를 결정하도록 돕는다.

 

AFP, euronews, nature, kompas, UNCCD, mongolia.un, unicef에 따르면, 몽골 유목민들이 가뭄·한파·모래폭풍으로 가축과 생계를 동시에 위협받는 가운데, 태양광 GPS와 인공지능(AI) 기상·위성정보를 결합한 모바일 앱이 ‘기후 적응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기술 도입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과방목, 초지 황폐화, 광범위한 재원 부족을 함께 풀지 못하면 디지털 전환은 재난의 피해를 줄이는 보조수단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후누의 등장은 단순한 농축산 테크 사례라기보다, 몽골 유목경제가 기후위기와 토지 황폐화의 이중 압력에 대응하는 방식의 변화로 읽힌다. 몽골은 인구 약 4명 중 1명이 유목 생활과 목축에 종사하는 국가이며, AFP는 몽골 국토의 약 80%가 초지라고 전했다. 초지는 유목민의 생활 기반이자 국가 축산업의 핵심 자산이지만, 가뭄·한파·과방목이 겹치면서 생산성과 회복력이 함께 약화하고 있다.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2023년 말부터 2024년 봄까지 이어진 ‘조드(dzud)’다. 조드는 혹한, 폭설, 결빙, 강풍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 가축이 풀을 뜯지 못하게 되는 몽골 특유의 겨울 재난이다. AFP에 따르면 당시 일부 지역의 기온은 영하 45도까지 떨어졌고, 전국적으로 800만 마리 이상의 가축이 폐사했다.

 

국제기구 집계도 피해의 심각성을 뒷받침한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은 2024년 6월 보고서에서 2023년 11월부터 2024년 5월까지 이어진 조드로 720만 마리의 가축이 폐사했으며, 이는 당시 전국 가축의 11.6%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혹한과 눈보라의 직접 피해를 본 인구는 18만8300명, 이 가운데 아동은 8만215명이었다. 유엔의 몽골 조드 대응계획은 2024년 3월 중순 기준 이미 593만 마리 이상이 죽었다고 집계했으며, 이는 2010년 조드 때의 1030만 마리 폐사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조드가 단지 ‘추운 겨울’이 아닌 이유는 직전 여름의 가뭄과 목초 부족이 가축의 체력을 먼저 약화시키고, 겨울철 폭설·결빙이 방목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24년 4월 24일 기준 폐사 가축이 약 720만 마리에 달했고, 이는 전국 가축의 약 11%로 최근 5년 같은 시기의 평균 폐사율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수흐바타르·도르노고비·고비숨베르·헨티 등 동부와 중부 지역의 피해가 특히 컸다.

 

AI 앱의 역할과 한계


후누는 위성자료를 토대로 초원에서 필요한 의사결정 정보를 휴대전화 화면으로 옮긴 사례다. 이용자는 가축의 위치와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동시에 기상 위험 및 초지 환경을 확인할 수 있다. 위성 기반 식생·지표면 온도·토양 수분 정보는 목초 상태의 악화 조짐을 조기에 파악하고, 가축이 물과 먹이를 찾아 위험 지역으로 이탈하기 전에 이동 계획을 세우는 데 활용될 수 있다.

 

핵심은 AI가 유목민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수백 년간 축적된 이동·방목 경험의 판단 속도를 높이는 데 있다. 빌구데이 간훌루그는 AFP에 "조상들이 유목민이었다"며 “전통에서 배우되 과학과 기술을 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아시아 국가로의 서비스 확대를 희망하고 있으며,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COP17 현장에서는 탄자니아와 우루과이 목축민들로부터도 관심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GPS와 AI가 목초지 자체를 되살릴 수는 없다. 몽골 당국은 올해 8월 자국 영토의 약 82%가 사막화 및 토지 황폐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AFP는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극한 한파와 과방목이 서로 맞물려 초지와 야생동물 서식지를 위협하고 있다고 전했다.

 

UNCCD는 몽골 초지의 약 70%가 국가 영토를 차지하고 약 3분의 1 인구의 생계를 지탱한다고 설명한다. 동시에 몽골 토지의 약 77%가 황폐화 영향을 받고 있으며, 모래·먼지폭풍 발생 일수는 1960년대 이후 세 배 이상 늘었다고 집계했다. AFP의 82%와 UNCCD의 77%는 측정 시점과 ‘사막화·토지 황폐화’의 통계 정의가 달라 차이가 난다. 

 

기술만으로는 부족한 이유


초지 위기의 본질은 단순한 기상 정보 부족이 아니라, 기후 충격과 토지 이용 구조가 결합된 문제다. 초지가 말라가면 유목민은 한정된 목초지에 더 많은 가축을 몰게 되고, 이는 과방목과 토양 황폐화를 촉진한다. 황폐해진 토지는 다음 가뭄에 더 취약해지고, 가축은 더 먼 거리까지 먹이를 찾아 이동하면서 분실·폐사 위험이 커진다. 후누 같은 앱은 이 악순환 안에서 ‘더 빨리 보고, 더 빨리 이동하는’ 능력을 제공하지만, 가축 수 조절, 공동 방목지 관리, 이동 경로 보장, 물 공급시설 확충, 재난보험과 금융지원이 함께 작동해야 구조적 효과를 낼 수 있다.

 

몽골 남부 둔드고비주의 문흐출룬 삼단냠 주지사는 AFP에 이 지역 경제의 5분의 3이 축산에 의존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역에서 발생한 먼지폭풍이 중국·한국·일본을 거쳐 미국까지 이동할 수 있다며, 몽골의 사막화가 국내에만 머무는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국 입장에서도 몽골 초원 관리와 황사·미세먼지 대응은 분리하기 어려운 환경·기후 협력 의제라는 의미다.

 

COP17이 남긴 과제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2026년 8월 열린 제17차 유엔사막화방지협약 당사국총회(COP17)는 초지와 목축민을 국제 토지복원 의제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UNCCD에 따르면 각국 정부·개발은행·기금·기업은 23개국을 대상으로 토지복원과 가뭄 회복력 강화를 위한 총 13억달러 규모의 금융 포트폴리오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신규 재원으로 식별된 금액은 6억4450만달러, 실제 집행 단계로 이동 중인 확정 재원은 2억1640만달러다.

 

COP17에서는 45개 프로젝트, 12억달러 규모의 ‘초지 플래그십 이니셔티브’도 출범했다. UNCCD는 전 세계 초지가 지구 육지의 54%를 차지하고 약 20억명의 생계와 연결돼 있으며, 약 5억명의 목축민이 이를 관리한다고 평가했다. 몽골의 후누 사례는 이 거대한 글로벌 의제의 축소판이다. 즉, 기후위기 적응은 첨단기술을 투입하는 문제인 동시에 초지를 관리해온 지역 공동체의 권리·지식·이동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문제다.

 

다만 재원 부족은 여전히 뚜렷하다. UNCCD는 2030년까지 각국의 토지복원 약속을 이행하려면 연간 3550억달러가 필요하지만, 현재 투자 규모는 약 770억달러에 그쳐 연간 2780억달러의 격차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전체 토지복원 투자 가운데 민간자금 비중도 약 6%에 불과하다. 13억달러의 COP17 발표액은 의미 있는 출발이지만, 전 세계적 필요 규모와 비교하면 재난 예방과 복원 투자 확대가 여전히 초기 단계임을 보여준다.

 

몽골 유목민에게 AI 앱은 ‘편의 기능’이 아니라 가축을 잃지 않기 위한 조기경보 체계이자 이동 의사결정 도구가 되고 있다. 하지만 진짜 시험대는 GPS가 양 한 마리의 위치를 찾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위성 데이터가 목초지의 위험 신호를 포착하고, 그 정보가 유목민의 이동권·초지 복원·재난금융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기술은 기후 재난 이후의 생존 장치가 아니라 재난 이전의 회복력으로 기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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