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맥도날드가 GLP-1 계열 비만·당뇨 치료제 확산으로 식사량과 외식 빈도가 줄어드는 소비환경에 맞서, 메뉴·매장·인공지능(AI) 운영체계·직원 서비스까지 재설계하는 85억달러 규모의 장기 투자 계획을 내놨다. 단순히 ‘건강식’을 보강하는 메뉴 개편이 아니라, 방문객 정체 국면에서 매장 생산성과 가맹점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려는 전사적 구조조정 성격의 전략이다.
블룸버그, 야후파이낸스, independent에 따르면, 맥도날드는 9월 23일(현지시간) 시카고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맥도날드 > NEXT’ 전략을 구체화하고, 2036년까지 약 85억달러를 가맹점 지원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약 50억달러는 2030년까지 집행한다. 자금은 임대료 지원과 자본 지원의 형태로 가맹점의 매장 현대화, 기술 도입, 운영 개선을 뒷받침하는 데 쓰인다.
이번 전략의 핵심은 네 갈래다. 메뉴 혁신인 ‘Menu > NEXT’, 고객 관계와 개인화를 강화하는 ‘Consumer > NEXT’, 주방·매장 설계 및 AI 자동화를 묶은 ‘Restaurant > NEXT’,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한 ‘People > NEXT’다. 맥도날드는 2030년까지 치킨과 음료 부문에서 각각 1.5%포인트의 시장점유율을 추가 확보하고, 소고기 부문 선도 지위는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크리스 켐프친스키 맥도날드 최고경영자(CEO)는 “인플레이션이 높은 한 핵심 시장의 업계 방문객 증가율은 정체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승자는 수요를 더 많이 만들고 이를 더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시장 전체가 자연스럽게 커지는 국면을 기대하기보다 경쟁사 고객을 빼앗고 매장당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성장하겠다는 선언이다.
GLP-1 고객 겨냥…‘대식(大食)의 시대’에서 ‘적정량의 시대’로
맥도날드의 메뉴 전략은 GLP-1 사용자의 소비 행동 변화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스카이 앤더슨 맥도날드 USA 사장은 투자자의 날에서 고단백, 유연한 양, 과하지 않으면서도 포만감을 주는 메뉴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맥도날드는 미국 시장에서 치킨 볼, 그릴드 치킨, 에그 바이트 등을 시험하고 있으며, 아침·점심·저녁 전 식사 시간대에 걸쳐 단백질 중심 선택지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 변화는 단순한 유행 추종으로 보기 어렵다. PwC가 2026년 5월 실시한 조사에서 미국 가구의 21%는 현재 GLP-1 사용자를 포함하고 있었다. 이는 2025년 1월의 9%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조사 대상 GLP-1 사용자 가운데 약물 복용 기간이 1년 이상인 비율도 2024년 38%에서 2026년 54%로 높아졌다. GLP-1 소비자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외식·식품 기업이 대응해야 할 독립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패스트푸드 업종에는 불편한 수치가 나왔다. PwC의 GLP-1 거래 패널 분석에 따르면, 약물 복용 6~8개월 후 GLP-1 사용자 가구의 퀵서비스레스토랑(QSR) 지출은 평균 8.7% 감소했다. 세부적으로는 피자 지출이 22.2%, 치킨이 11.6%, 커피·베이커리가 8.0%, 버거가 6.4%, 샌드위치·델리가 4.5% 줄었다.
GLP-1 약물이 식욕과 충동적 섭취 욕구를 낮추는 만큼, ‘더 큰 세트’와 ‘추가 구매’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기존 패스트푸드 사업 모델이 압박을 받는 구조다. PwC 조사에서 GLP-1 사용자들은 필요한 변화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응답자의 35%는 비례적으로 가격을 낮춘 소용량 메뉴를 원했고, 32%는 추가 비용 없는 하프 포션 또는 접시 나눠 먹기 옵션을 요구했다.
맥도날드가 테스트하는 볼·에그 바이트·그릴드 치킨 랩은 이 수요에 대한 초기 답변이다. 그러나 메뉴 몇 종만으로 GLP-1발(發) 수요 감소를 상쇄하기는 어렵다. 핵심은 건강 이미지를 덧씌우는 데 있지 않고, 고객이 “덜 먹되 더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다”고 느끼는 가격·용량·단백질·편의성의 조합을 설계하는 데 있다.
매장당 연 10만달러 현금흐름 목표…AI가 수익성의 중심축
‘Restaurant > NEXT’는 메뉴보다 더 큰 수익성 실험이다. 맥도날드는 주방 장비와 동선을 개선하고, 배달 주문용 픽업 보관함을 설치하며, 커피 제조 공간을 더 눈에 띄게 배치하고, 어린이 놀이공간도 확장할 계획이다. 이는 배달·드라이브스루·매장 식사 수요가 한 매장 안에서 동시에 발생하는 환경에 맞춰 점포를 다시 설계하는 작업이다.
핵심 기술은 구글과 공동 개발한 생성형 AI 기반 레스토랑 운영 시스템 ‘ArchIQ’다. ArchIQ는 드라이브스루 주문, 재고 관리, 근무 스케줄링, 주문 정확도 점검 등을 지원한다. AI 드라이브스루 주문 시스템인 ‘Archy’는 영어와 스페인어 주문을 처리할 수 있으며, 약 90%의 정확도를 보인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맥도날드는 이 기술이 매장당 주당 약 50시간의 노동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회사 측은 "인력 감축보다 고객 응대, 서비스 품질 개선, 치킨 조리 등 현장 업무에 재배치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맥도날드가 제시한 경제성은 공격적이다. 회사는 주방 설계, 장비, AI 운영체계를 결합하면 미국 및 국제 직영시장 기준 매장 수준 총효율을 약 250bp 개선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는 평균 미국 매장에 연간 약 10만달러의 추가 현금흐름 효과에 해당한다. 가맹점이 지원을 받은 뒤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는 약 4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관건은 가맹점 부담과 ‘트래픽 회복’의 시간차
다만 이번 계획이 성공하려면 가맹점의 투자 동의를 끌어내야 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맥도날드 가맹점은 기존 리모델링과 NEXT 업그레이드를 합쳐 매장당 최소 120만달러 안팎의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 맥도날드는 임대료 지원과 자본 지원을 제공하지만, 리모델링 비용 전체를 떠안는 구조는 아니다.
회사 측이 제시한 기존 기준을 보면 미국 가맹점은 통상 10년 동안 의무 리모델링에 최대 45만달러를 지출해 왔다. 새 계획에 따라 추가로 약 80만달러의 부담이 발생할 수 있으며, 본사는 일부를 지원한다. AI와 설비가 실제로 인건비·오류율·주방 병목을 줄여 연 10만달러의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혜택이 비용 부담을 상쇄할 수 있을지가 가맹점 설득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시장 반응이 냉담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맥도날드 주가는 투자자의 날 당일 장중 최대 6.5% 하락했고, 올해 들어 하락률은 약 22%에 이르렀다. 회사가 2분기 미국 매출 성장에서도 시장 기대를 밑돌았고, 저소득층 고객을 다시 끌어오기 위한 실행에 차질이 있었다는 점도 투자자 우려를 키웠다.
Placer.ai 추정에 따르면 맥도날드의 미국 방문객 수는 3월 이후 완료된 모든 월에서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이는 새 전략의 가장 큰 과제가 ‘더 많은 메뉴’가 아니라 ‘더 많은 방문’임을 보여준다.
맥도날드의 진짜 베팅은 ‘건강식’이 아니라 운영체계
이번 85억달러 투자는 GLP-1 고객을 위한 건강 메뉴 확대라는 표면적 메시지보다, 패스트푸드의 수익 방정식을 다시 쓰려는 시도로 읽힌다. 과거 QSR의 성장 공식이 대용량·반복 방문·충동 구매였다면, 앞으로는 적정량·단백질·개인화·주문 정확도·빠른 배달 처리·낮은 운영비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
맥도날드는 이미 하루 7000만명 이상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70개 로열티 시장에서 최근 90일 기준 활성 회원 약 2억2000만명을 확보하고 있다. 전 세계 매장 수는 4만6000개 이상이며, 약 95%는 독립 사업자가 소유·운영한다. 이 같은 규모는 기술과 메뉴 실험을 빠르게 확산할 수 있는 강점이지만, 동시에 가맹점의 투자 여력과 실행 일관성이 흔들릴 경우 전략 전체가 느려질 수 있는 구조적 제약이기도 하다.
결국 맥도날드의 NEXT 전략은 세 가지 시험대에 선다. ▲첫째, 치킨 볼·에그 바이트·그릴드 치킨이 실제로 GLP-1 사용자와 고단백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가. ▲둘째, ArchIQ가 주문 오류와 매장 운영비를 줄여 예상대로 매장당 연 10만달러의 현금흐름을 창출하는가. ▲셋째, 저가 메뉴와 가치 소비에 민감한 기존 고객을 잃지 않으면서도 ‘덜 먹지만 더 까다로운’ 신규 소비층을 잡을 수 있는가다.
맥도날드는 이제 햄버거를 더 많이 파는 기업에서, 고객이 적게 먹더라도 더 자주 선택하게 만드는 기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85억달러의 성패는 치킨의 귀환보다, 그 변화한 소비자를 수익성 있는 반복 방문객으로 바꾸는 운영 능력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