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알파벳 산하 구글이 자체 AI 반도체인 텐서처리장치(TPU)를 처음으로 저궤도에 올린다. 목표는 단순한 위성 탑재 실험이 아니다. 지상에서 전력·용지·냉각수 확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AI 인프라를, 태양광이 거의 끊기지 않는 우주 공간으로 확장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장기 연구 프로젝트다.
nytimes, The Verge, shattered, thestandard, gizmodo에 따르면, 구글은 ‘프로젝트 선캐처(Project Suncatcher)’의 첫 궤도 실증을 위해 TPU를 실은 시제품 위성 ‘MVP’를 10월 1일 스페이스X 팰컨9의 트랜스포터-18 공유 탑재 임무로 발사할 예정이다. 발사 장소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다.
구글은 위성 영상업체 플래닛(Planet)과 함께 위성 플랫폼을 개발·운용하며, 이번 임무에서 발사 진동, 저궤도 방사선, 극심한 열 환경 속에서 TPU가 실제 AI 연산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는지를 확인한다. 구글은 이번 비행을 상용 ‘우주 데이터센터’ 시연이 아니라, 실제 궤도 환경에서 고장 지점과 설계 취약성을 찾아내는 초기 학습 임무로 규정했다.
MVP는 냉장고 크기의 실험 위성으로 알려져 있으며, 구글 TPU 4개를 싣는다. 이 4개 칩의 연산 역량은 지상 데이터센터 서버 1대에 가까운 수준이다. 구글은 이 위성으로 단순한 AI 질의에 응답하는 실험까지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지만, 대규모 모델 학습이나 상용 추론 서비스를 수행하는 수준의 위성 데이터센터와는 거리가 멀다. 즉 이번 발사는 ‘우주 AI 클러스터’의 개통식이 아니라, 고성능 AI 가속기가 지구 밖에서도 버틸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내구성 시험에 가깝다.
왜 하필 우주인가
프로젝트 선캐처의 출발점은 AI 전력 수요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의 전력·냉각·부지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구글은 태양광 발전량이 크고 일조 시간이 긴 우주가 장기적으로 AI 컴퓨팅의 새로운 입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구글의 2025년 11월 연구 논문과 공식 연구 블로그에 따르면, 특정 궤도에 놓인 태양광 패널은 지상 중위도 패널보다 연간 최대 8배 많은 태양 에너지를 받을 수 있다. 구글이 상정한 핵심 궤도는 밤낮 경계선을 따라 이동해 햇빛을 거의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 ‘새벽-황혼 태양동기 저궤도(dawn-dusk sun-synchronous LEO)’다. 이 경우 위성은 대용량 배터리 의존도를 낮추면서 태양광으로 TPU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구글의 장기 구상은 하나의 초대형 우주 서버가 아니다. 상대적으로 작은 태양광 위성 다수를 근접 편대 비행시키고, 위성 간 자유공간 광통신(FSO) 링크로 묶어 분산형 AI 클러스터를 만드는 방식이다. 지상 데이터센터에서 수많은 AI 가속기를 고속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구조를 우주에서 재현하겠다는 발상이다.
구글은 대형 머신러닝 작업에 필요한 위성 간 통신 대역폭을 링크당 수십 테라비트급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다중 채널 고밀도 파장분할다중화(DWDM)와 공간 다중화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구진은 지상 벤치 실험에서 단일 송수신기 쌍으로 편도 800Gbps, 양방향 합계 1.6Tbps 전송을 구현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제한된 거리의 실험실 결과일 뿐이며, 실제 우주에서는 정밀한 광축 정렬, 진동, 상대 이동, 우주 방사선, 열변형 등이 동시에 작용한다.
‘칩은 버텼지만, 시스템은 아직’
구글이 사전 실험에서 가장 공들여 본 부분은 방사선 내성이다. 최신 AI 가속기는 미세 공정, 대형 다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으로 구성돼 지상 데이터센터 환경을 전제로 설계됐다. 고에너지 입자가 지속적으로 쏟아지는 우주에서는 누적 방사선으로 반도체 특성이 열화될 수 있고, 단일 입자 충돌만으로도 메모리 비트 오류나 시스템 멈춤이 발생할 수 있다.
구글 연구진은 UC데이비스 크로커 핵연구소의 67MeV 양성자 빔에서 트릴리엄(Trillium) TPU, 즉 v6e 클라우드 TPU를 시험했다. 목표 태양동기 저궤도와 상당한 차폐를 전제로 한 예상 방사선량은 연간 약 150rad(Si), 5년 임무 기준 약 750rad(Si)다. 시험 결과 HBM 관련 스트레스 테스트는 누적 2krad(Si)부터 이상 징후를 보였다. 이는 5년치 예상 방사선량의 약 2.7배다. 반면 엔드투엔드 AI 워크로드와 연산 중심 시험은 단일 칩에 가한 최고 15krad(Si)까지 총이온화선량(TID)에 따른 영구 고장이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를 ‘TPU의 우주 사용이 입증됐다’고 해석하기는 이르다. 구글의 자체 분석에서도 HBM은 가장 민감한 부품으로 꼽혔다. 일반 추론 작업에서 HBM의 정정 불가능 오류 발생률은 약 50rad당 1건으로 관측됐다. 구글은 이를 연간 150rad(Si) 수준의 궤도 방사선량에 대입할 때 추론 1,000만 건당 약 1건 수준의 실패 확률로 추산했다. 추론 서비스에는 관리 가능한 수준일 수 있지만, 오류 누적에 민감한 대규모 AI 학습과 무인 궤도 운용 체계에 적용하려면 오류 검출·수정, 중복 설계, 장애 격리 기술을 추가로 검증해야 한다는 뜻이다.
열 관리도 이번 MVP 임무의 핵심 변수다. 지상 데이터센터는 공기·물·냉매를 이용해 AI 칩의 열을 빼낼 수 있지만, 우주는 진공이어서 공기 대류 냉각이 작동하지 않는다. 열은 전도와 복사로만 외부에 내보내야 한다. 구글은 히트파이프로 칩의 열을 방열판으로 옮기고, 라디에이터를 통해 적외선 형태로 우주 공간에 방출하는 방식을 실험하고 있다. 구글 논문은 고전력 밀도 TPU의 열을 전용 방열 면적으로 효율적으로 옮기기 위해 수동형 열수송 장치와 고성능 열전달 소재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81기 편대가 보여주는 목표
구글이 공개한 개념 설계는 이번 MVP 한 기보다 훨씬 크다. 연구진은 평균 고도 650km에서 반경 1km 안에 81기의 위성을 배치하는 예시를 제시했다. 가장 가까운 이웃 위성 간 거리는 궤도 운동 과정에서 약 100~200m 범위로 변한다. 위성 간 거리가 짧아질수록 광신호 수신 전력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 커질 수 있어, 고속 데이터센터용 광트랜시버를 우주 편대에 적용할 가능성이 생긴다는 논리다.
하지만 수백m 거리를 유지하는 대형 편대 비행은 기존 위성통신망과 차원이 다른 난제다. 지구의 비구형 중력장, 희박한 대기 항력, 태양복사압 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위성 위치를 바꾼다. 구글은 모델상 비교적 작은 궤도 유지 기동으로 안정된 편대가 가능하다고 봤지만, 실제로는 충돌 회피, 통신 지연, 장애 위성 이탈, 우주쓰레기 회피, 위성 교체·정비까지 모두 풀어야 한다.
특히 지상과 위성 간 대용량 데이터 전송도 해결되지 않았다. 구글은 기존 파일럿 단계에서는 무선 통신을 쓰되, 대규모 운용을 위해서는 고대역폭 광 지상국 통신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논문은 대기 난류, 위성과 지상국의 상대 고속 이동, 정밀 빔 추적을 핵심 장벽으로 꼽았다. 참고로 미 항공우주국(NASA)의 TBIRD 실증은 2023년 저궤도-지상 간 200Gbps 광통신을 시연했지만, 이는 데이터센터급 다수 위성 클러스터를 장시간 운영하는 문제와는 별개다.
경제성의 숫자, ‘㎏당 200달러’
프로젝트 선캐처의 성패는 기술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발사비가 결국 대규모 우주 데이터센터의 손익분기점을 좌우한다. 구글은 저궤도 발사비가 2030년대 중반 ㎏당 200달러 이하로 내려가야 우주 기반 AI 인프라가 지상 데이터센터와 본격적으로 비용 경쟁을 논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구글의 계산은 위성 질량 대비 태양광 전력 생산량과 위성 수명을 전제로 한다. 발사 가격이 ㎏당 200달러에 도달할 경우, 스타링크 V2급 위성 시스템의 저궤도 반입 전력비는 약 810달러/kW·년으로 추산된다. 다양한 질량·전력 비율의 위성 시스템까지 포함하면 약 810~7,500달러/kW·년 범위다. 이는 구글이 인용한 미국 지상 데이터센터의 전력비 약 570~3,000달러/kW·년과 비교 가능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구글은 스페이스X 발사 가격과 누적 발사 질량의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누적 발사 질량이 두 배가 될 때 ㎏당 가격이 약 20% 낮아지는 학습효과가 지속될 경우 2035년 무렵 ㎏당 200달러 이하가 가능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이 전망은 연간 약 180회의 스타십 발사라는 강한 전제를 포함한다. 구글 스스로도 규제, 재사용 기술, 경쟁 환경, 발사 빈도 등 불확실성이 크다고 단서를 달았다.
2027년이 첫 분수령
구글은 2027년 초까지 플래닛과 함께 시제품 위성 2기를 추가 발사해 TPU의 우주 운용과 위성 간 광통신을 시험할 계획이다. 이번 MVP가 ‘칩 4개가 우주에서 작동하는가’를 묻는 시험이라면, 다음 단계는 ‘서로 다른 위성이 하나의 AI 컴퓨팅 시스템처럼 묶일 수 있는가’를 검증하는 실험이다.
구글의 프로젝트 선캐처는 당장 지상 데이터센터를 대체하려는 사업 계획이라기보다, AI 전력 문제의 해법을 우주 인프라까지 넓혀 탐색하는 기술적 베팅이다. 태양광 확보라는 장점은 분명하지만, 방사선·방열·초고속 광통신·편대비행·지상 연결·발사비·우주교통관리라는 여섯 개 이상의 난관이 동시에 남아 있다.
10월 1일 MVP 발사는 그 긴 문제집의 첫 페이지다. 구글 TPU가 궤도에서 살아남는다고 해도 우주 데이터센터가 곧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이 첫 실증이 방사선과 열, 연산 신뢰성에 관한 유의미한 데이터를 제공한다면, AI 인프라 경쟁의 무대가 전력망과 산업단지를 넘어 저궤도까지 확장될 가능성은 한 단계 더 현실적인 논의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