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3954만개 계정 유출”이라는 티빙 사태가 국회 국정감사의 중심 의제로 떠올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티빙·쿠팡·메타코리아·우아한형제들·듀오·강남언니 등 플랫폼 기업의 대표와 정보보호 책임자를 줄소환하면서, 올해 국감은 해킹사고의 원인 규명을 넘어 ‘개인정보를 다루는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를 묻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특히 국회가 10월 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감에 티빙·쿠팡·토스페이먼츠·메타코리아·우아한형제들·듀오·강남언니 및 통신 3사 관련 책임자들을 대거 부르기로 하면서, 기업들이 ‘사고 후 사과와 쿠폰’ 수준을 넘어 어떤 예방·통지·구제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계정 수’와 ‘피해자 수’는 다르다
국감장의 최대 화두는 티빙 침해사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민관합동조사단 조사 결과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티빙에서는 지난 5월 침해사고로 총 3954만개 계정의 정보가 유출됐다. 이 가운데 로그인 가능한 활성 계정은 2206만개, 휴면·탈퇴 등 비활성 계정은 1737만개, 테스트 계정은 11만개다.
유출 정보의 질도 가볍지 않다. 보도된 조사 결과상 아이디·비밀번호·성명·휴대전화번호·이메일·생년월일·연계정보(CI)·결제 이력 등 20개 항목, 70종이 포함됐다. 여기에 소스코드가 포함된 개발 프로젝트 등 기술자산 361건, 약 30.35GB도 외부로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정보만이 아니라 서비스 운영구조와 개발자산까지 노출된 복합 침해사고라는 점에서, 일회성 계정 탈취보다 훨씬 장기적인 2차 공격 위험을 남긴다.
국감 증인석, ‘보안의 경영 의제화’ 시험대
과방위는 최주희 티빙 대표를 비롯해 브렛 매티스 쿠팡 CISO, 토스페이먼츠 관계자, 김진아 메타코리아 대표, 김정훈 우아한형제들 CISO, 박수경 듀오 대표, 홍승일 힐링페이퍼(강남언니) 대표 등을 증인 명단에 올렸다. 모회사 CJ ENM의 윤상현 대표도 티빙 사안과 관련해 정보보호 거버넌스, 투자 및 관리·감독 체계를 두고 질의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방위가 확정한 명단은 증인 29명과 참고인 13명, 총 42명 규모로 전해진다.
이 명단이 보여주는 변화는 분명하다. 과거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주로 CISO·실무 보안부서의 기술적 관리 실패로 귀결됐다면, 이번 국감은 CEO와 모회사 경영진까지 불러 ▲보안 예산이 실제로 얼마나 투입됐는지 ▲이사회와 대표가 위험을 정기적으로 보고받았는지 ▲사고 인지 후 신고와 고객 통지가 신속·정확했는지 ▲피해자에게 실효성 있는 구제를 했는지를 묻는 구조다.
즉 질문은 “해킹을 막지 못한 기술적 이유가 무엇인가”에 머물지 않는다. “경영진이 개인정보를 핵심 자산이자 핵심 부채로 관리했는가”가 더 본질적인 쟁점이다. 이용자 정보가 플랫폼의 성장 동력이었던 만큼, 정보보호 역시 비용 항목이 아니라 신뢰를 유지하는 필수 투자로 다뤄졌는지를 검증해야 한다.
강남언니·위버스까지…업종 경계가 사라졌다
이번 국감이 주목받는 이유는 사고가 OTT 한 곳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에서는 9월 초 국내외 이용자 약 21만9665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강남언니 서비스의 특성상 일반 식별정보뿐 아니라 병원 상담·시술 관심사·이용 이력 등이 노출됐을 가능성에 대한 이용자 불안도 커졌다. 민감한 의료·미용 관련 정보는 단순 연락처 유출보다 명예훼손, 표적 피싱, 협박, 맞춤형 사기 등 2차 피해의 위험이 훨씬 크다.
같은 시기 HYBE의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에서도 42만개 이상 계정 정보가 유출됐다. 이는 개인정보 침해가 통신·금융·전자상거래뿐 아니라 콘텐츠, 팬덤, 배달, 데이팅, 의료 플랫폼 등 이용자의 취향과 사적 생활이 집적되는 모든 디지털 서비스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개인정보 유출 신고·조사·처분 사례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개인정보 유출 신고는 447건으로 전년 307건보다 45.6% 증가했다. 원인별로는 해킹이 276건으로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단순 관리 실수보다 외부 공격에 취약한 시스템과 접근권한 관리가 국내 기업의 가장 큰 위험 지점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신호다.
“사과·포인트” 넘어 실질 구제로
티빙은 사고 후 5000포인트, 안심보험, 쿠폰·할인권 등을 포함한 보상안을 제시했고, 2030년까지 정보보호 투자를 4배 확대하며 제로트러스트와 인공지능 기반 탐지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출 정보에 비밀번호·연계정보·결제 이력까지 포함된 만큼, 이용자 입장에서는 보상 패키지의 명목상 가치보다 계정 탈취·피싱·명의도용·결제사기 가능성을 얼마나 오래, 실질적으로 막아주느냐가 더 중요하다.
국제적으로도 침해사고의 손실은 벌금이나 기술 복구비만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IBM의 2026년 데이터 유출 비용 보고서 기준으로 전 세계 데이터 유출 1건당 평균 비용은 499만달러로, 전년 444만달러보다 1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사·복구 비용 외에도 서비스 중단, 고객 이탈, 소송, 규제 제재, 브랜드 신뢰 훼손이 누적되는 구조다. 다만 이 수치는 글로벌 조사 표본의 평균치이므로 개별 한국 기업의 손실액으로 직접 대입할 수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