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인공지능(AI)이 결합된 구강관리 기기가 단순한 전동칫솔의 업그레이드를 넘어, 개인의 구강 영상을 반복적으로 수집·분석하는 가정용 구강 데이터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술 경쟁의 핵심은 더 강한 진동이나 더 빠른 회전이 아니다.
사용자의 치아 사이를 카메라로 찾아내고, AI가 영상에서 플라그나 이상 의심 부위를 판독하며, 그 결과를 세정액 분사나 작동 위치 제어로 연결하는 ‘폐쇄형 제어(closed-loop control)’에 있다. 이처럼 카메라·AI 인식·세정 제어·생성형 AI 분석을 잇는 특허 경쟁이 전동칫솔 시장의 경계를 재편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구강질환을 앓는 인구는 전 세계적으로 약 37억명에 이른다. 영구치의 미치료 충치는 가장 흔한 건강 상태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며, 중증 치주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10억건 이상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WHO의 2019년 기준 추계에서는 영구치 미치료 충치가 약 20억건, 15세 이상 인구의 중증 치주질환이 약 10억건 이상으로 집계됐다. AI 칫솔 시장의 본질은 ‘양치 편의성’보다, 막대한 구강질환 부담을 배경으로 한 조기 관찰·관리 수요에 있다.
다만 현 시점에서 AI 칫솔이 충치나 치주질환을 독자적으로 진단하거나 치료를 대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AI가 사용자의 구강 상태에 관해 제공하는 결과가 의료적 진단·치료결정으로 이어지는 경우, 검증 데이터의 대표성, 오진 위험, 개인정보 보호, 규제 승인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다. 미국치과의사협회(ADA) 역시 치과 영상 AI의 신뢰도는 학습·시험 데이터와 분리된 외부 검증 데이터셋의 신뢰도에 의해 제한된다고 지적하며, 데이터 익명화·암호화, 설명 가능성, 개인정보·보안의 지속적 관리를 요구하고 있다.
“촬영”에서 “인식-예측-세정”으로
AI 구강관리 기술의 초기 단계는 칫솔 헤드 또는 구강관리 기기에 카메라를 달아 사용자가 양치 중 자신의 구강 내부를 볼 수 있게 하는 데 있었다. 그러나 최근 특허 경쟁은 카메라 장착 그 자체보다, 영상 속에서 치아 사이 공간(interproximal gap)을 인식하고 그 움직임을 추적하며, 적절한 순간에 세정 기능을 작동시키는 기술로 옮겨가고 있다.
다이슨의 구강관리 관련 특허군은 이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구글 특허 데이터베이스에 공개된 다이슨의 영국 출원 GB202020016D0은 2020년 12월 17일 출원된 ‘구강 치료 장치(Oral treatment device)’로, 미국·중국·국제(PCT) 등으로 권리화 절차가 이어졌다. 같은 특허 계열에는 카메라와 영상 기반 인식 기술을 활용해 치아 사이의 틈새를 찾아내고 해당 영역에 처치를 수행하는 구성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난다.
다이슨이 앞서 축적한 특허 포트폴리오도 ‘치아 사이 세정’에 집중돼 있다. 예컨대 다이슨의 영국 특허 GB2555613B는 노즐을 통해 치아에 작동 유체를 분사하고, 치아 사이 공간을 세정하는 구강 세정 장치를 다룬다. 이는 AI 기반 영상 인식이 결합되기 이전부터 다이슨이 ‘칫솔모’보다 치간 세정용 유체 제어에 기술적 무게를 두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여기서 AI가 더해지면 시스템의 역할은 달라진다. 카메라가 치아 배열과 인접 치아의 틈을 포착하고, 알고리즘이 세정 대상 위치를 식별하며, 구강관리 장치가 실제로 그 위치에 물이나 세정액을 전달한다. 사람의 손 감각과 거울에 의존했던 치간 관리가 영상 인식과 위치 추정, 노즐 제어의 결합으로 자동화되는 구조다.
필립스의 특허 전략은 이 중 ‘영상 정제’ 층위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해석된다. 치간 공간 검출을 위한 필립스의 특허는 미국에서 US12343226B2로 등록돼 있으며, 구글 특허 데이터베이스상 우선일은 2019년 4월 16일, 등록일은 2025년 7월 1일이다. 특허 제목도 ‘치아 사이 공간 검출을 위한 구강관리 시스템(Oral care system for interdental space detection)’이다.
플라그 탐지에서 진료 지원까지
미국 SOTA 프리시전 옵틱스가 확보한 기술은 구강 영상에 형광 신호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시도한다. 이 방식은 일반적인 RGB 이미지에 의존하는 대신 특정 파장의 빛을 조사해 치아 표면이나 플라그에서 나타나는 광학 반응을 포착하고, 신경망이 이를 분석하도록 설계한다. 사람이 육안으로 보기 어려운 정보를 AI가 읽을 수 있는 신호로 변환한다는 점에서, 카메라 성능 경쟁을 넘어 ‘분석 가능한 데이터’를 설계하는 기술로 볼 수 있다.
치과 AI 시장에서는 이미 영상 기반 분석 도구가 임상 영역에 들어와 있다. 2025년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 또는 인가를 받은 독립형·클라우드형 치과 영상 AI 제품을 조사한 학술 검토에서는 13개 기업의 29개 제품이 확인됐다. 이들 제품은 충치 탐지, 치주질환 평가, 두부계측 분석, 복수 병변 분석, 자동 치아 차트 작성, 3차원 분할 등 다양한 업무에 적용됐다. 다만 해당 연구는 일부 신규 제품의 경우 독립적 임상 검증이 충분하지 않다고 함께 지적했다.
이는 소비자용 AI 칫솔의 진화 방향에도 중요한 기준점을 제시한다. 치과 병·의원에서 방사선 영상이나 구강 스캐너 영상으로 작동하는 AI와, 욕실에서 사용되는 소비자용 칫솔 카메라 AI는 영상 조건·촬영 품질·사용자 조작·임상 책임의 구조가 다르다. 소비자 기기가 “이상 의심 신호”를 제공하는 단계와 의료기기로서 질환을 진단하는 단계 사이에는 상당한 검증·규제·책임의 간극이 존재한다.
소프트뱅크가 노리는 것은 ‘칫솔’보다 데이터인가
소프트뱅크그룹의 관련 특허 출원은 경쟁의 종착점이 하드웨어 판매가 아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특허는 구강 내부의 이미지와 사용자별 치료 이력 등을 축적하고, AI 또는 생성형 AI로 위험 요인과 치료 효과를 분석·예측하는 구조를 제안한다. 이 구상이 실제 제품·서비스로 구현될 경우, 칫솔은 데이터 수집 단말기가 되고 기업의 경쟁력은 영상 데이터셋, 분석 모델, 치과 네트워크, 원격관리 서비스의 결합 능력으로 이동한다.
이른바 ‘입속 데이터’는 민감도가 높은 건강정보다. 치아의 마모 상태, 잇몸 출혈, 치주 상태, 보철·교정 여부, 생활 습관의 흔적 등이 장기간 축적될 수 있어서다. 특히 치료이력·진단정보·보험정보·영상 데이터가 결합되면 단순한 소비자 제품 데이터가 아니라 개인 건강정보 생태계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시장의 외형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글로벌 전동칫솔 시장 규모를 2024년 43억6000만달러로 추정하고,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7.8% 성장해 2030년 68억2000만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허 숫자보다 중요한 ‘검증의 숫자’
AI 칫솔 경쟁을 특허 건수나 출원 기업 수만으로 평가하기는 이르다. 특허는 특정 기술 구성을 보호하려는 법적 권리 확보 행위이지, 실제 제품 출시나 임상 유효성, 소비자 효용을 보장하지 않는다. 등록 특허라도 국가별 권리 범위와 존속 상태가 다르고, 출원 공개 특허는 심사 과정에서 청구항이 축소되거나 거절될 수 있다.
AI 칫솔의 본질은 결국 욕실 속 기기 경쟁이 아니다. 수십억 명이 겪는 충치·치주질환이라는 거대한 건강 부담을 배경으로, 매일 반복되는 양치 시간을 영상·센서·AI가 결합된 데이터 생성 시간으로 바꾸려는 산업 경쟁이다. 다이슨과 필립스가 광학·세정 제어의 정밀도를 높이고, 영상 AI 기업들이 병·의원 진단 지원을 고도화하며, 소프트뱅크 같은 데이터·AI 기업이 장기 분석 플랫폼을 구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칫솔은 더 이상 단순한 생활용품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매일 찍히는 입속 영상’이 개인 건강을 개선하는 도구가 될지, 민감한 생체·건강 데이터의 새로운 수집 창구가 될지는 기술의 화려함보다 임상 검증, 데이터 거버넌스, 소비자 통제권이 결정하게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