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티커 SKHY)가 나스닥 상장 약 두 달 만에 미국 대표 반도체 벤치마크인 MVIS US Listed Semiconductor 25 Index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미국 최대 반도체 ETF인 VanEck Semiconductor ETF(SMH)와 국내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반도체 ETF가 SK하이닉스를 신규 편입하며, 그동안 GPU·파운드리·장비주 중심이던 반도체 ETF 포트폴리오에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노출이 본격적으로 추가됐다.
상장 2개월 만의 지수 진입
삼성자산운용은 9월 21일 KODEX 미국반도체 ETF가 기초지수인 MVIS US Listed Semiconductor 25 Index의 9월 정기 변경에 따라 SK하이닉스 ADR을 약 4.8% 비중으로 신규 편입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ADR은 7월 10일 나스닥에서 거래를 시작했으며, 이번 정기변경으로 미국 주요 반도체 지수에 상장 약 두 달 만에 진입했다.
이번 변화의 본질은 단순한 종목 한 개의 교체가 아니다. MVIS US Listed Semiconductor 25 Index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생산·장비 기업 가운데 시가총액과 유동성이 큰 25개 기업의 성과를 반영하도록 설계된 지수다. 엔비디아, TSMC, 브로드컴, ASML, 마이크론 등 AI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기업들이 담긴다.
SK하이닉스는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이면서도 ADR 상장을 통해 미국 상장 반도체주 중심의 ETF 및 지수 편입 요건을 갖췄다. SKHY ADR 10주는 한국거래소 상장 보통주 1주에 해당하는 경제적 권리를 나타낸다. 즉, 미국 투자자와 달러 기반 글로벌 ETF 자금이 한국 증시 종목을 별도 접근 경로로 편입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메모리 공백’ 메운 SMH
이번 리밸런싱은 AI 반도체 투자 지형에서 메모리의 위상이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엔비디아의 GPU, 브로드컴의 맞춤형 AI 반도체(ASIC), TSMC의 첨단 파운드리, ASML의 노광장비가 AI 인프라의 연산·제조 축이라면, SK하이닉스는 AI 가속기에 장착되는 HBM을 공급하는 메모리 축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적층해 데이터 이동 대역폭을 높인 고성능 메모리다. 대규모 언어모델의 학습 및 추론 과정에서는 AI 가속기가 연산 능력을 갖추고 있어도 메모리에서 데이터를 제때 공급하지 못하면 성능이 떨어진다. 이른바 ‘메모리 병목’이 AI 서버 투자에서 핵심 변수로 떠오른 배경이다.
SK하이닉스의 편입은 지수 구성 면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이번 변경에서 스카이웍스 솔루션즈가 제외되고 SK하이닉스 ADR이 들어왔다. 스카이웍스는 모바일 통신용 무선주파수(RF) 반도체에 강점을 가진 기업인 반면, SK하이닉스는 HBM과 서버 D램을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의 직접 수혜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시장이 스마트폰 중심의 아날로그·통신 반도체보다 AI 인프라용 고성능 메모리에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흐름이 지수 구성에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SMH의 신규 편입은 매수 재료이지만, 그것이 곧바로 순수한 신규 자금 유입을 뜻하지는 않는다. 지수 추종 ETF는 리밸런싱에 맞춰 편입 종목을 사는 동시에 비중 축소·제외 종목을 팔기 때문에, SK하이닉스 ADR에는 수급상 우호적 요인이 될 수 있어도 가격이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지속 상승한다는 보장은 없다. 패시브 매수는 대체로 특정 거래일 전후에 집중되고, 시장 참여자들의 선행매매와 차익실현도 함께 발생할 수 있다.
엔비디아 편중 완화 신호
이번 정기변경은 엔비디아 비중 조정 가능성도 부각시켰다. 보도에 따르면 리밸런싱 전 엔비디아 비중은 약 22.4%로 높아졌고, 지수의 종목별 상한 규정에 따라 20%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 이는 AI 반도체 ETF의 구조적 과제인 ‘엔비디아 쏠림’을 완화하는 동시에, SK하이닉스와 같은 메모리 기업의 영향력을 높이는 효과를 낸다.
다만 이 조정은 엔비디아의 사업 전망 악화라기보다 지수 방법론에 따른 기계적 비중 관리의 성격이 강하다. 지수 편입 및 비중 조정은 해당 종목의 투자 매력도를 직접 판정하는 애널리스트 의견이 아니라, 시가총액·유동성·상장 요건 및 종목 상한 등의 규칙을 반영한 결과라는 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KODEX 미국반도체가 미국 상장 글로벌 반도체 핵심 기업 25곳에 투자하며, 일반계좌뿐 아니라 연금저축·퇴직연금 계좌에서도 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HBM 리더십의 ‘지수 인증’
SK하이닉스가 단기간에 지수에 진입한 배경에는 AI 메모리 시장에서의 실적과 위상 변화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26년 1분기 글로벌 HBM 매출 기준 약 5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2분기 기준 점유율은 약 50%로 낮아졌다는 조사 결과도 있어, 회사는 여전히 선두지만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추격 속에서 점유율 방어와 차세대 HBM 경쟁력을 동시에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자산운용의 한동훈 매니저는 “AI를 뒷받침하는 반도체 산업은 큰 성장 흐름 속에서 다양한 변화를 겪고 있다”며 “SK하이닉스 ADR 편입은 KODEX 미국반도체가 최신 트렌드와 산업 대표성을 빠르게 반영하는 상품임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편입은 SK하이닉스 ADR이 미국 주식시장에서 단순한 한국 기업의 대체 거래 수단을 넘어, AI 반도체 공급망을 대표하는 글로벌 투자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다만 향후 주가와 자금 유입의 지속성은 지수 편입 자체보다 HBM4 전환, 주요 AI 고객사 공급 확대, 메모리 가격 사이클, 경쟁사의 공급능력 확대 및 ADR과 한국 보통주 간 가격 괴리 축소 여부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지수 편입’은 출발점일 뿐, AI 메모리 리더십의 지속 여부가 다음 평가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