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상용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431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1%, 금액으로는 13만1000원 늘었다.
그러나 이 수치만으로 전반적인 임금 여건이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속한 전자·통신업의 성과급 급증이 전체 임금 인상분의 약 3분의 1을 밀어 올린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반도체 초호황의 과실이 ‘전국 평균 임금’이라는 통계 지표에 강하게 반영되면서, 산업·기업 규모별 임금 양극화도 한층 또렷해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 원자료를 분석해 20일 발표한 ‘2026년 상반기 규모 및 업종별 임금인상 현황 분석’에 따르면, 상반기 상용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431만8000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3.1% 늘어난 수준이지만, 전년의 상승률 3.5%보다 0.4%포인트 낮다. 표면적으로는 임금이 올랐지만, 기초 체력을 보여주는 정액급여 증가율은 2.9%에서 2.2%로 둔화했다.
반대로 성과급·상여금 등이 포함되는 특별급여는 9.3% 늘어난 월평균 60만1000원으로, 고용노동부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즉 올해 상반기 임금 상승은 기본급의 광범위한 개선보다는 특정 기업·업종의 일회성 또는 변동성 보상이 크게 늘어난 결과에 가깝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2.5%가 끌어올린 32.4%
임금 상승의 중심에는 반도체 제조업이 포함된 전자·통신업이 있다. 이 업종의 상반기 월평균 임금총액은 943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1% 급증했다. 전자·통신업의 특별급여는 66.0% 뛰었으며, 월 특별급여액은 전년 256만8000원에서 올해 426만4000원으로 늘었다. 정액급여는 1.4% 증가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임금 급등의 대부분이 성과보상에서 발생했음을 보여준다.
주목할 대목은 고용 비중과 임금 기여도 사이의 괴리다. 전자·통신업 상용근로자는 약 37만7000명으로 전체의 2.5% 수준이다. 하지만 이 업종의 특별급여 증가가 전체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에 더한 금액은 4만2000원으로, 전체 증가분 13만1000원의 32.4%를 차지했다. 근로자 40명 중 1명꼴인 업종의 성과급 변화가 전국 평균임금 상승분 3분의 1을 설명한 셈이다.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통신업을 제외하면 그림은 훨씬 평평해진다. 나머지 업종의 월평균 임금총액은 418만7000원으로 2.2% 증가했고, 특별급여 증가율은 1.8%에 그쳤다. 전체 평균 3.1%와 전자·통신업 23.1% 사이에 놓인 다수 업종은, 성과급 호황과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는 의미다.
경총은 반도체 관련 연구개발(R&D) 기업이 포함된 연구개발업, 그룹 본사·관리조직 등이 포함된 전문서비스업까지 함께 묶으면 집중도는 더 커진다고 분석했다. 전자·통신업·연구개발업·전문서비스업 3개 업종의 월평균 임금총액은 741만2000원으로 12.6% 증가했으며, 이들 업종이 전체 임금총액 상승분에서 차지한 비중은 53.9%, 특별급여 상승분 기여도는 46.7%에 달했다. 반도체 제조 현장뿐 아니라 연구·본사 기능까지 연결된 보상 사슬이 전체 임금 지표를 끌어올린 구조다.
대기업-중소기업 격차 확대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상승 경로가 뚜렷하게 갈렸다. 상반기 300인 이상 사업체의 월평균 임금총액 증가율은 4.8%였지만, 300인 미만 사업체는 2.1%에 머물렀다. 양측 모두 지난해보다 임금상승률은 둔화했으나, 성과급에서는 격차가 더 벌어졌다.
300인 이상 사업체의 특별급여는 14.7% 늘어 월평균 182만4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300인 미만 사업체의 월평균 특별급여는 32만원으로 전년보다 고작 2000원 증가했으며, 증가율도 0.6%에 그쳤다. 대기업이 업황 호조에 따른 성과보상을 빠르게 임금으로 전환한 반면, 중소기업은 기본급과 특별급여 모두에서 제한된 인상 여력을 보였다는 뜻이다.
업종 전반의 확산성도 제한적이었다. 조사 대상 17개 업종 중 임금총액 증가율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높아진 업종은 제조업과 전문·과학·기술업 등을 포함한 6개뿐이었고, 건설업·부동산업 등을 포함한 11개 업종은 상승세가 둔화했다. ‘반도체가 번 돈’이 국내 고용시장 전체의 임금 회복으로 고르게 번졌다고 보기 어려운 근거다.
수출 호황이 성과급으로
이번 임금 통계의 배경에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메모리 반도체 업황 급반등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집계를 인용한 CNBC에 따르면, 한국의 8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09% 증가한 466억5000만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달 전체 상품 수출 982억5000만달러의 47.5%에 해당한다.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고부가 메모리 수요를 끌어올렸고, 한국의 대형 메모리 기업 실적 개선과 성과급 확대가 뒤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수출 호황이 기업 이익을 거쳐 임금·성과보상으로 이전되는 선순환의 한 장면이지만, 그 혜택이 반도체 대기업과 연관 업종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산업 호황’과 ‘가계소득의 보편적 개선’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반도체 임금’이 한국 임금은 아니다
이번 수치는 평균의 함정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전체 상용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이 431만8000원까지 올랐다는 숫자는 사실이지만, 전자·통신업을 뺀 업종의 평균 임금은 418만7000원, 증가율은 2.2%에 불과했다. 더구나 기본급 증가율이 둔화한 상황에서 성과급이 전체 임금 상승을 주도했다는 점은 향후 반도체 업황이 꺾일 경우 평균임금 증가율도 빠르게 낮아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CNBC가 인용한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데이브 치아 이코노미스트는 반도체 경기의 점진적 둔화는 관리 가능하지만, 급격한 위축은 다른 부문이 부진한 상황에서 경제에 더 큰 충격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수출이 전체 수출의 절반에 육박하는 만큼, 특정 업종 의존도가 수출뿐 아니라 임금·소비·자산시장 기대에도 전이될 수 있다는 경고다.
하상우 경총 이사는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생산성을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의 경쟁력과 임금 지급 여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대기업의 성과 공유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 성과급 급증이 평균임금의 개선으로 과대 해석되지 않도록 경계할 필요가 있다. 정책과 노사 모두 ‘반도체 호황의 분배’를 넘어, 중소기업과 비반도체 업종에서도 지속 가능한 생산성·기본급·고용의 개선 경로를 만들 수 있는지가 더 본질적인 과제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