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정부의 2027년 출산·양육지원 개편안이 제도 적용 기준일을 전후한 아이들 사이에 최대 수천만원의 격차를 만들 수 있다는 형평성 논란을 낳고 있다.
특히 ‘2026년 12월 31일생’과 ‘2027년 1월 1일생’은 불과 하루 차이지만, 지방 우대지역 기준 12년간 아동 관련 정기수당 격차가 최대 2736만원으로 벌어질 수 있다. 다만 현재 정부의 공식안은 2027년 7월 1일 이후 출생아 적용이며, 2027년 1~6월생 소급 적용은 검토 단계여서 최종 확정된 정책으로 보기는 어렵다.
20만원·30만원으로 뛰는 아동수당
보건복지부가 2026년 8월 28일 발표한 개편안의 핵심은 기존의 첫만남이용권·부모급여·아동수당을 ‘아이맞이지원금’과 ‘아동기본수당’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정부는 현행 제도가 급여 종류와 지급 방식이 복잡해 체감도가 낮았고, 아이가 성장하면서 양육비는 증가하는데 지원은 오히려 줄어든다는 문제의식에서 개편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아동기본수당은 0세부터 13세 미만, 즉 12세의 마지막 달까지 월 2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이다. 지급액의 절반인 10만원은 현금, 나머지 10만원은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된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우대지수에 따라 정해질 우대지역 아동에게는 월 10만원을 더해 총 30만원을 주되, 현금 15만원과 지역사랑상품권 15만원으로 나눠 지급한다는 구상이다.
정부 발표 기준으로 보면 기존 아동수당은 월 10만원이었고, 2026년에는 지급 대상이 9세 미만이다. 정부는 관련 법 개정을 전제로 대상 연령을 2027년 10세 미만, 2028년 11세 미만, 2029년 12세 미만, 2030년 13세 미만으로 단계적으로 넓힐 계획이다. 즉 새 제도는 지급 단가를 최대 3배로 올리는 것에 더해, 2030년부터는 0~12세 전체를 포괄하는 구조다.
‘2700만원’의 계산서
“하루 차이로 2700만원 손해”라는 표현은 기본지역보다 지방 우대지역의 격차를 가리킨다. 정확히 계산하면, 현금으로 지급되는 현행 아동수당 월 11만원을 12년간 받는 아동은 총 1584만원을 받는다. 반면 같은 우대지역에서 새 아동기본수당 월 30만원을 12년간 받는 아동은 4320만원을 받는다. 차이는 2736만원이다.
수도권 등 기본지역에서도 격차는 작지 않다. 현행 월 10만원을 12년간 받으면 1440만원, 개편 후 월 20만원을 12년간 받으면 2880만원이다. 동일한 12년 기준으로 1440만원 차이가 난다.
다만 이 비교는 아동기본수당만을 떼어낸 계산이다. 가정양육 가산금, 출생 순위, 거주 지역에 따른 아이맞이지원금까지 포함하면 총 지원액의 차이는 더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실제 수령액은 거주지의 우대지역 지정 여부, 어린이집 이용 여부, 출생 순위, 법률 개정 및 예산안 확정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정기수당만이 아니라 출생지원금도 갈린다
개편안은 출생 직후 지원도 바꾼다. ‘아이맞이지원금’은 첫째 1000만원, 둘째 1200만원, 셋째 이상 1500만원을 출생 후 1년간 4차례로 나눠 현금 지급하는 방식이다. 우대지역 아동에게는 500만원을 추가해 첫째 1500만원, 둘째 1700만원, 셋째 이상 2000만원을 지급한다. 기존 첫만남이용권이 바우처였던 것과 달리 사용처·사용기한 제한이 없는 현금 지급을 내세운다.
0~1세 영아가 어린이집을 이용하지 않고 가정에서 돌봄을 받을 경우에는 아동기본수당에 월 30만원을 추가한다. 따라서 우대지역에서 가정양육을 하는 0~1세 아동은 월 60만원, 이후 2~12세에는 월 30만원을 받는 구조가 된다.
복지부 발표를 토대로 계산해보면, 수도권에서 첫째를 낳아 0~1세 동안 가정양육한 경우 2027년 6월 30일생은 현행 제도 아래 첫만남이용권 200만원, 부모급여 1800만원, 아동수당 1560만원 등 12세까지 총 3560만원을 받는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하루 뒤인 7월 1일생은 아이맞이지원금 1000만원, 아동기본수당 3120만원, 가정보육 가산금 720만원 등 총 4840만원으로, 하루 차이에 1280만원이 갈린다. 출생 순위와 우대지역 여부까지 결합하면 격차는 최대 3428만원에 이를 수 있다는 계산도 제시됐다.
‘2027년생 전체 적용’ 검토, 경계선은 남는다
현재 정부의 공식 발표상 새 제도는 2027년 7월 1일 이후 출생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2027년 6월 30일 이전 출생아는 기존 첫만남이용권·부모급여·아동수당 체계를 적용받는다. 그러나 이 기준을 그대로 두면 같은 해 출생아가 상반기와 하반기로 갈려 서로 다른 지원체계를 적용받는 문제가 생긴다.
이에 정부는 2027년 7월 제도 시행을 유지하되, 지원 대상을 2027년 1월 1일 이후 출생아로 확대하고 1~6월생에게 소급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방안에는 약 2500억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소급 적용 여부와 재원은 관련 법률 개정 및 국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결정될 사안이다.
다만 소급 적용이 이뤄져도 ‘출생일 절벽’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경계가 2027년 7월 1일에서 2027년 1월 1일로 이동할 뿐, 2026년 12월 31일생과 2027년 1월 1일생 사이에는 다시 제도상 단층이 생긴다. 이 때문에 정책의 본질은 단순히 시행일을 앞당기는 문제라기보다, 기존 출생아와의 지원 격차를 어느 범위까지, 어떤 재정 원칙으로 조정할 것인가에 있다.
저출생 대책의 역설
이번 논란은 현금 지원 확대의 필요성과 정책 설계의 정밀성 사이의 충돌을 보여준다. 정부는 수도권 가정양육 첫째 기준으로 현행보다 1280만원, 우대지역 가정양육 첫째 기준으로는 3028만원을 더 지원받는다고 밝히며 양육비 부담 완화를 강조한다. 지원 강화의 방향성은 명확하다.
그러나 저출생 대책이 출생 시점에 따른 거대한 격차를 만들면, 지원 확대의 체감은 ‘복지 확충’보다 ‘경계선 밖 출생아의 상대적 박탈감’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출생은 정책 시행일에 맞춰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소비 행위가 아니며, 조산·유도분만·제왕절개 등 의료적 선택이 논의와 결합할 소지도 있다. 정부가 같은 연도 출생아 소급 적용을 검토하는 배경도 이런 왜곡 가능성과 형평성 논란을 줄이려는 데 있다.
결국 아동기본수당은 ‘월 최대 30만원’이라는 액수보다, 누구에게 언제부터 어느 정도의 권리로 지급할 것인가가 더 큰 쟁점이다. 저출생 대응책의 신뢰는 지원 단가의 크기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출생일 하루 차이가 장기간 수천만원의 차이로 굳어지지 않도록 설계하는 일, 그것이 이번 예산·입법 심의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