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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

[우주칼럼] 미군기지 16㎞ 옆 ‘전자귀’…중국, 홍해 관문 지부티서 중동·아프리카 감시망 넓혔다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중국이 아프리카 지부티의 해외 군사기지에 대형 안테나·위성통신 설비를 추가하면서,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바브엘만데브 해협 일대에서 미군을 포함한 주변국 군 활동을 장기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정보·지휘 거점을 강화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공개 위성사진만으로 중국군이 실제로 암호화 통신을 감청하고 있는지까지는 확인할 수 없으며, 현 단계에서 확인되는 핵심은 중국이 광범위한 신호 탐지와 작전상황 인식을 가능하게 할 물리적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위성사진에 포착된 ‘두 개의 통신 복합단지’

 

internazionale, businessinsider, ground, beninwebtv에 따르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9월 17일 공개한 위성영상 분석에서 중국 인민해방군(PLA)이 2017년 문을 연 지부티 보장기지에 2024년 중반 이후 두 곳의 신규 통신시설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지부티 기지는 중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유일한 해외 군사기지다.

 

CSIS에 따르면 기지 남동쪽의 대형 통신단지에는 통제 건물과 함께 고주파(HF) 통신용 30m급 다이폴 안테나 3기, 초고주파·극초단파(V/UHF) 통신용 소형 안테나 2기, 위성통신(SATCOM)용 이동식 접시 안테나 3기, 5G 기지국으로 추정되는 타워 4기, 정체가 공개되지 않은 장비를 가린 레이돔(radome)이 설치됐다. 기지 북서쪽에는 교차형 고주파 안테나 2기와 레이돔, 통제 건물이 새로 확인됐다. 2025년 추가로 놓인 보강 케이블 트렌치는 향후 안테나 증설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는 단순한 통신 개선을 넘어 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감시·정찰을 포괄하는 이른바 C4ISR 체계의 전진 노드 구축으로 해석된다. CSIS는 두 시설이 하나의 기지 전반 지휘·정보 아키텍처의 양 축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중국 함정과 항공기에는 지평선 너머 통신망을, 중국 본토 지휘부에는 보다 안정적인 보안 통신 채널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16㎞ 반경의 ‘군사기지 밀집지’


지부티의 전략적 가치는 지리와 군사시설의 밀도에서 나온다. 중국 기지 반경 10마일, 약 16㎞ 안에는 미국·프랑스·이탈리아·일본의 군사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의 새 통신시설이 바로 이 같은 다국적 군사기지 밀집지와 가까운 곳에 들어섰다는 점이 주목된다.

 

CSIS는 새 장비의 종류와 방향이 다양해 넓은 주파수 범위의 신호를 송·수신하거나 탐지하는 데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군 통신은 대부분 암호화돼 있으나, 통신 내용 자체를 해독하지 못하더라도 신호의 방향·발신지·주파수·발신 빈도·통신량 변화를 분석하면 부대 배치와 작전 템포, 지휘 체계의 활동성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이를 ‘통신 메타데이터’ 기반의 신호정보(SIGINT) 분석이라고 부른다.

 

‘눈’이 아니라 작전 리듬을 읽는 귀


중국 기지의 이번 증설은 감시카메라나 레이더만 늘린 사례라기보다, 주변 해역과 공역에서 발생하는 작전 활동의 리듬을 장기적으로 수집·축적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중국이 확보할 수 있는 정보는 세 갈래로 나뉜다.

 

중국 함정·항공기와 본토 간 통신을 이중화해 원거리 작전의 생존성과 지속성을 높이는 기능이다. 홍해·아덴만·호르무즈 해협 주변에서 활동하는 외국 군대의 전파 활동을 관측해 군사적 상황 인식을 높이는 기능이다. 아프리카 및 중동에서 중국의 해군 작전, 자국민 보호, 해적 대응, 상업항로 보호, 비상시 후송 작전을 지원하는 기능이다.

 

지부티 기지는 중국 해군이 말하는 ‘원해 작전(far seas operations)’의 전진 거점이다. 중국은 2008년 이후 아덴만에서 해적퇴치 호송작전을 지속해 왔고, 지부티 기지는 함정 보급과 정비, 병력 순환, 장거리 작전 경험 축적을 지원해 왔다. CSIS는 이 기지가 중국 해군의 해외 상업이익 보호와 비대칭 위협 대응 작전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홍해 위기, 정보시설의 가치를 키웠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홍해와 아덴만, 인도양을 잇는 폭 약 20마일의 해상 병목지점이다. CSIS는 이 수로가 세계 해상무역의 약 16%를 운반하는 핵심 통로라고 분석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2023년 기준 바브엘만데브를 통과하는 해상무역 물동량이 세계 전체의 8.7%였다고 집계했다. 품목별로는 전 세계 자동차와 컨테이너 해상물동량의 각각 20%, 석유제품 15%, 원유 13%가 이 해협을 통과했다. 동일한 지표라도 산정 방식이 달라 CSIS의 16%와 UNCTAD의 8.7%는 직접 단순 비교하기 어렵지만, 두 기관의 분석 모두 이 수로가 에너지와 컨테이너 물류에 결정적인 병목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국제교통포럼(ITF)은 홍해 항로 전체가 세계 해상무역의 약 14%, 컨테이너 해상무역의 약 30%를 처리한다고 분석했다. 예멘 후티 반군의 상선 공격이 본격화한 뒤인 2023년 11월 1일부터 2024년 2월 28일까지 바브엘만데브 통과 선박 수는 약 55% 줄었다. 선종별로는 LNG 운반선 통과가 100%, LPG 운반선은 88%, 컨테이너선은 75% 감소했다.

 

홍해를 피하고 희망봉으로 우회하면 극동~유럽 왕복 항로에 약 8500해리가 추가되고, 평균 15~16노트로 운항할 경우 편도 약 10일, 왕복 약 20일이 더 걸린다. ITF는 적재율 80%의 1만2500TEU급 컨테이너선이 희망봉으로 우회할 경우 추가 비용이 왕복 기준 약 170만달러, 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약 272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처럼 해상교통과 군사작전이 동시에 흔들리는 환경은 지부티 통신시설의 전략적 가치를 높인다. 중국 입장에서는 상선·에너지 수송로의 위험을 파악하는 경제안보 정보와, 역내 미군 및 동맹국의 함정·항공기 활동을 읽는 군사정보가 한곳에서 교차하는 셈이다.

 

미·이란 충돌이 만든 ‘정보의 황금기’


CSIS는 2023년 말 이후 후티의 홍해 상선 공격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관련 군사작전 확대가 지부티에서 중국이 수집할 수 있는 신호정보의 가치를 크게 높였다고 평가했다. CSIS 집계에 따르면 2026년 7월까지 미국은 이란 및 호르무즈 해협 주변 작전에 항공모함 전단 2개를 포함한 미 해군 군함 20척 이상과 수백 대의 항공기를 투입했다.

 

작전 자산이 급증할수록 항공·해상 교신, 부대 간 데이터 교환, 지휘통제 신호, 위성·레이더·무인체계 운용에 수반되는 전자기 활동도 늘어난다. 중국이 이를 지속 관측할 수 있다면, 특정 통신 내용을 해독하지 못하더라도 미군과 타국 군의 전개 방식, 정찰·타격·보급·호위 작전 패턴을 장기간 학습할 여지가 생긴다. 이는 즉각적인 전술 첩보보다 향후 위기 때 활용할 수 있는 작전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한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닌다.

 

중국은 또한 아프리카 전역에서 경제적 이해관계와 안보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CSIS는 중국이 아프리카에 지상 기반 우주 인프라를 조성해 자국의 우주추적·데이터 중계망 공백을 메워 왔다며, 지부티 통신시설의 보강이 중국 정보기관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글로벌 거점망을 추가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상기지’에서 ‘데이터 기지’로

 

이번 사안의 본질은 중국 지부티 기지가 함정 보급을 위한 해외 거점에서 중동·아프리카를 포괄하는 데이터 수집·지휘 노드로 진화하고 있다는 데 있다. 2017년 개설 당시 중국은 이 기지를 해적퇴치와 평화유지, 인도주의 지원 등을 위한 보장시설로 설명했지만, 통신·위성·고주파 안테나·레이돔·5G 추정 타워가 결합된 현재의 시설 구성은 장거리 작전과 정보우위 확보를 염두에 둔 복합 거점에 가깝다.

 

중국이 실제로 어느 수준까지 신호정보를 수집하는지는 공개자료만으로 알 수 없다. 그러나 지부티라는 입지는 이미 충분히 강력하다. 세계 해상물류가 지나는 병목 수로, 미·유럽·일본 군사기지가 밀집한 지역, 중동 분쟁과 아프리카 안보 불안이 만나는 지점에 중국의 통신·정찰 인프라가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2025년 설치된 케이블 트렌치 주변에 추가 안테나·레이돔이 들어서는지 여부다. 둘째, 중국 해군 함정과 항공기의 홍해·아덴만 체류 기간 및 작전 빈도가 통신시설 증설과 함께 늘어나는지 여부다. 셋째, 중국이 지부티 외의 아프리카 항만·우주통신·위성지상국 인프라와 이 기지를 어떻게 연결하는지다. 지부티의 ‘거대한 귀’는 단순히 주변의 소리를 듣는 시설이 아니라, 중국이 먼 바다에서 작전하고 세계 공급망의 취약 지점을 관리하려는 전략의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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