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공지능(AI)을 “다음 산업혁명”으로 규정하며 ‘AI 포스(AI Force)’를 만들고 새 ‘AI 차르’를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백악관은 조직의 형태와 권한을 공개하지 않아, 실제로는 군(軍) 조직 신설보다 AI 산업 육성·인프라 확충·안보 통제를 한데 묶을 대통령 직속 조정체계가 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로이터와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9월 19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첫 임기에 큰 성공을 거둔 우주군처럼 AI 포스를 만들고 있다”며 “가까운 시일 안에 AI 차르를 발표하겠다”고 적었다. 그는 "AI 산업의 성장을 방해하거나 억누르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유해한 활용 사례는 기존 형사·민사 사법체계로 대응할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AI가 장기적으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25%를 차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정부나 국제기구의 검증된 거시 전망치라기보다 대통령의 정치적·산업정책적 전망에 가깝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새 규제기관의 신설 여부보다, 미국의 AI 경쟁력을 국가안보·전력·반도체·수출통제와 연결하는 ‘패권형 AI 행정’의 강화에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2025년 7월 ‘미국 AI 행동계획(America’s AI Action Plan)’을 발표해 ▲AI 혁신 가속 ▲AI 인프라 구축 ▲국제 AI 외교 및 안보 주도라는 세 축을 제시했다. 이 계획은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의 인허가 속도를 높이고, 미국 AI 기술스택의 해외 수출을 확대하며, 첨단 AI 관련 안보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을 담고 있다.
특히 백악관은 같은 달 AI 데이터센터 인프라의 연방 인허가를 신속 처리하도록 하는 행정명령도 내놨다. 행정명령상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는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AI 추론·학습·시뮬레이션·합성데이터 생성 등을 위해 100메가와트(MW) 초과의 신규 전력부하가 필요하거나, 최소 5억달러 이상의 자본지출을 약정한 사업 등이다. 지원 수단으로는 대출, 대출보증, 보조금, 세제혜택, 구매계약 등이 검토될 수 있다. ‘AI 포스’가 출범한다면 이런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와 전력 확보 프로젝트를 부처 간에 조율하는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이처럼 AI를 국가전략 산업으로 격상시키는 배경에는 압도적인 민간 투자 격차가 있다.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의 ‘AI 인덱스 2025’에 따르면 2024년 미국 민간 AI 투자액은 1091억달러로 중국의 93억달러보다 약 11.7배, 영국의 45억달러보다 약 24.1배 많았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민간 자본 우위를 규제 부담 없이 데이터센터·전력·반도체 공급망으로 연결해야 중국과의 전략 경쟁에서 우위를 굳힐 수 있다는 판단이 작동하는 셈이다.
그러나 ‘속도 우선’ 전략에는 비용도 따른다. AI 산업의 병목은 더 이상 알고리즘만이 아니라 전력망과 데이터센터 건설, 고성능 반도체 공급, 사이버보안, 모델 안전성으로 이동하고 있다. 백악관이 고보안 AI 데이터센터의 기술 표준을 국방부(DOD)와 정보기관(IC)이 주도하도록 제안한 것도 AI 컴퓨팅 인프라를 경제시설인 동시에 안보 핵심시설로 본다는 신호다.
AI 안전 문제 역시 기존 사법체계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는 반론이 나온다. 2026년 2월 공개된 ‘국제 AI 안전 보고서’는 범용 AI의 위험을 악의적 사용, 시스템 오작동, 시스템적 위험의 세 범주로 분류했다. 보고서는 AI가 취약점 탐지와 악성코드 생성 등 사이버 공격의 여러 단계를 지원할 수 있으며, 범죄조직과 국가 연계 공격자들이 AI를 사이버 작전에 실제 활용하고 있다는 근거가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AI라는 명칭 대신 ‘우월지능(Superior Intelligence)’, ‘극한지능(Extreme Intelligence)’, ‘최고지능(Supreme Intelligence)’ 등의 표현을 제안하기도 했다. 다만 이는 정책 용어라기보다 AI에 대한 거부감과 규제 요구를 낮추려는 정치적 메시지에 가깝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정책·학술 용어는 여전히 인공지능(AI), 범용 AI(general-purpose AI), 프런티어 AI(frontier AI) 등이다.
트럼프식 ‘AI 포스’는 우주군처럼 군종을 하나 더 만드는 계획이라기보다, AI를 미국의 경제성장 엔진이자 중국 견제 수단, 국방·정보 경쟁의 핵심 자산으로 묶으려는 선언에 가깝다. 우주군이 우주 영역의 군사적 독립성과 상징성을 강조했다면, AI 포스는 미국 정부가 AI를 하나의 산업정책 이슈를 넘어 전력·반도체·데이터·국방·외교를 관통하는 국가 총력전의 대상으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 기업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미국이 AI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인프라를 전략적으로 확충할수록 고대역폭메모리(HBM), 첨단 메모리, 전력기기, 변압기, 냉각 솔루션, 원전·가스발전 연계 기술, 보안 소프트웨어 수요가 커질 수 있다. 반면 미국의 AI 기술스택 수출 확대와 중국 대상 첨단 반도체·AI 통제 강화가 병행될 경우, 한국 반도체·클라우드·장비 기업은 미국 시장 접근 기회와 대중국 사업의 규제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