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삼성전자 최대 노조였던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가 조합원 자격을 반도체를 맡는 DS(Device Solutions) 부문으로 제한하기로 의결했다. 올해 임금·성과급 협상에서 표면화한 DS와 DX(Device eXperience) 부문의 보상 격차 및 대표성 갈등이 결국 조직 규약과 지도부 교체로 귀결되면서, 삼성전자 노사관계는 ‘전사 단일교섭’에서 ‘사업부별 분리교섭’ 가능성으로 이동하고 있다.
DS 단일 노조로 재편
삼성그룹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는 9월 19일 발표한 ‘2026년 제5차 정기대의원대회’ 결과, 조합원 자격을 DS 부문 재직자로 제한하는 규약 개정안을 가결했다고 밝혔다. 투표권자 5만1350명 가운데 2만8680명이 참여해 투표율은 55.9%였고, 찬성표는 2만7618표로 참여자 기준 96.3%였다. 반대표는 산술상 약 1062표다.
개정안에 따라 이 노조는 스마트폰·TV·생활가전 등을 담당하는 DX 부문을 포괄하던 전사 단위 조직에서 사실상 반도체 중심 조직으로 바뀐다. 기존 DX 부문 소속 조합원도 개정 규약에 따라 조합원 지위를 잃게 될 전망이다. 이는 삼성전자 내부에서 DS와 DX의 경영성과, 임금·성과급, 고용 및 투자 조건이 다르게 움직이는 현실이 노조 조직 구조까지 재편한 사례다.
DX 지도부도 동시 축출
대의원회는 DS 중심 재편에 반대해 온 것으로 알려진 DX 부문 간부 2명에 대한 불신임안도 함께 통과시켰다. 이송이 부위원장 불신임안은 95.7%, 이원일 광주지부장 불신임안은 96.2%의 찬성률을 기록했다. 조직의 회원 자격과 지도부 구성이 같은 표결 국면에서 동시에 바뀌면서, 초기업노조 내부의 DX 기반은 조합원과 임원 양측에서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초기업노조 측은 두 인사가 최승호 위원장의 장인 소유 회사와 체결된 집회 물품 계약 정보를 외부에 알리고, DS 중심 조직 개편을 저지하기 위해 최 위원장 퇴진 방안을 논의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전 부위원장은 노조 회계자료를 공개하며 조합비 집행의 투명성 문제를 제기했고, 리조트 회원권·백화점 구매 과정에서 발생한 마일리지 또는 포인트가 노조가 아닌 개인에게 귀속됐을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너스 격차’가 부른 분열
이번 분열의 근본 원인은 성과급 산정 방식에 있다. 반도체 호황 국면에서 초기업노조는 DS 부문에 대해 영업이익의 15%를 상한 없이 성과급 재원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를 제시해 왔다. 지난 5월 보도 기준으로 초기업노조 조합원 약 7만4000명 중 약 80%가 DS 소속으로 집계됐고, DX 구성원은 약 20%에 그쳤다.
당시 일부 보도는 연간 영업이익 300조원을 가정하고 연봉 1억원인 메모리사업부 직원의 경우 주식을 포함해 약 6억원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반면, DX 부문에는 약 600만원 상당의 주식 보상만 돌아갈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제기됐다고 전했다. 이는 확정 보상액이 아니라 노조 요구안과 특정 이익 가정을 전제로 한 추정치지만, 사업부별 성과와 보상 간 격차가 조직 갈등을 증폭시킨 상징적 수치로 작용했다.
DX 조합원들의 이탈은 이미 봄부터 뚜렷했다. 초기업노조 웹사이트 기준 조합원 수는 4월 29일 7만6045명에서 5월 2일 오전 7만4750명으로 1295명 줄었고, 같은 기간 탈퇴 신청자는 약 2500명으로 집계됐다. 이후 5월 중순에는 한 달 새 약 4000명이 빠져 조합원 수가 7만1625명 수준으로 감소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핵심은 단순히 “반도체가 더 벌었으니 더 받는다”는 문제가 아니다. 하나의 법인 안에서 사업부별 영업성과에 연동한 보상 원칙을 어디까지 적용할지, 전사 공통 재원은 어떤 기준으로 배분할지, 그리고 노조가 전체 조합원을 대표할 때 사업부별 이해상충을 어떤 절차로 조정할지가 쟁점이다. 이번 규약 개정은 초기업노조가 그 해법을 ‘전사 통합’이 아니라 ‘DS 대표성의 명확화’에서 찾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삼성 노사관계의 다음 단계
초기업노조는 향후 DS 부문만을 대상으로 한 별도 교섭을 추진하고, 노동위원회에 교섭단위 분리 및 DS 부문 대표노조 지위를 신청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섭단위 분리가 실제로 인정되면 같은 삼성전자 법인 안에서도 반도체 DS와 완제품 DX가 임금·단체협약을 별도로 논의하는 구조가 가능해진다.
DX 중심의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도 안정적이지 않다. 동행노조는 21일부터 28일까지 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 선거를 실시할 예정이지만, 일부 운영위원과 대의원은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및 선거관리 규정 제정안이 대의원대회에서 부결됐는데도 집행부가 선거를 강행한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 시정명령을 요청했다. 동행노조 조합원은 3만554명으로 집계됐다.
결국 삼성전자는 노사 갈등이 ‘사측 대 노조’라는 단선 구도를 넘어, DS와 DX의 수익성·보상·고용불안이 교차하는 ‘노조 대 노조’의 구도로 변한 상황을 맞았다. DS 중심 노조가 대표성을 강화할수록 반도체 인력의 협상력은 커질 수 있지만, 전사 차원의 보상 형평성과 조직 통합성은 더 큰 숙제가 된다. 반대로 DX는 실적 부진과 인력 효율화 우려 속에서 독자적 협상력을 얼마나 빠르게 정비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