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요 군수공장을 사흘간 시찰하며 포병 전력에 인공지능(AI)을 결합하고, 방사포 장갑화·자동화와 군수 생산능력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chinadailyasia, nknews, reuters, caliber에 따르면, 단순히 포탄과 발사대의 수량을 늘리는 수준을 넘어, 장거리 타격수단·유도탄·무인기·통합화력통제 체계를 묶는 ‘지능형 화력’ 전력으로 북한군의 재래식 타격체계를 재편하려는 신호로 해석된다.
조선중앙통신(KCNA)은 9월 19일 김 위원장이 16일부터 18일까지 중요 군수공업 기업소들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시찰에는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동행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의 포병은 가장 집중적이고 파괴적이며 대규모적이고 다목적인 공격 능력을 갖추고 전쟁 억제와 전쟁 수행이라는 두 가지 임무를 책임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는 북한이 포병을 단순한 전방 화력지원 수단이 아니라, 평시 억제와 유사시 선제·보복 타격을 함께 수행하는 핵심 전략자산으로 규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군수공업 과제는 생산능력 확장, 기술공정 현대화, 공격·방어 무기체계의 AI 수준 제고, 포병무기 장갑화 및 자동화 확대, 생산여건 개선 등으로 집약된다. KCNA는 이를 국방력 현대화가 북한 무력의 “구성과 수단”, 그리고 전쟁 대응 계획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생산라인에 올라온 ‘600㎜·240㎜·드론’
공개 영상과 사진에는 600㎜ 초대형 방사포, 대·소형 무인기, 바퀴형 기동 발사대 등이 포착됐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연합뉴스에 "김 위원장이 600㎜ 및 240㎜ 다연장로켓 체계와 드론 생산시설을 시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수도권 위협용 240㎜ 방사포, 소모성·정찰·타격용 무인기를 한 묶음으로 생산·운용하려는 구도다.
600㎜ 초대형 방사포는 통상 KN-25로 불리며, 북한은 이를 다연장로켓포로 분류하지만 한국과 미국은 사거리와 비행 궤적을 고려해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성격도 가진 체계로 본다. 한국 국방부는 지난 8월 북한이 이 체계를 전방에 실전 배치했다고 국회에 처음 공식 확인했으며, 사거리는 약 400㎞로 평가했다. 군사분계선 북쪽에서 발사할 경우 일부 도서를 제외한 남한 대부분이 사정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북한은 지난 2월 개량형 600㎜ 초대형 방사포 50문을 공개한 바 있다. 이들 발사대가 1문당 5발을 발사하는 구성이라면 일제사격 시 최대 250발을 쏠 수 있는 물량이다. 다만 해당 수치는 공개 사진과 발사관 구성에 기초한 추정이며, 실제 탄약 적재량·운용부대·즉응사격 능력은 검증되지 않았다.
240㎜ 방사포의 현대화도 주목된다. 북한은 올해 6월 개량형 240㎜ 24연장 방사포에 ‘자체조종 정밀유도체계’를 적용했고, 사거리가 약 90㎞로 연장됐다고 주장했다. 기존 240㎜ 방사포의 사거리가 약 40~70㎞로 평가돼 온 점을 고려하면, 북한 주장대로라면 전방 고정진지에서 수도권과 후방 주요 표적을 겨냥할 선택지가 넓어진다.
‘HIMARS형’ 발사대, 시험에서 양산으로
이번 군수공장 시찰에서 관측된 바퀴형 소수 발사관 장착 발사대는 외형상 미 육군의 M142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는다. 북한은 이 형태의 장비를 2023년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했고, 서방 군사전문매체들은 최근 시찰이 해당 체계의 시험 단계를 넘어 생산 단계로 이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북한은 생산 수량, 배치 지역, 탑재 탄종, 명중률을 공개하지 않았다.
HIMARS와 북한 신형 발사대를 동일 체계로 보는 것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HIMARS는 미군의 정밀유도 로켓과 전술미사일을 운용하는 고기동 다연장로켓 체계인 반면, 북한 발사대는 외형적 유사성 외에 탄종·사거리·유도체계·지휘통제 연동 수준이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북한이 대형 다연장로켓 체계의 기동성, 신속한 사격·이탈 능력, 유도 정확도 향상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분명하다.
AI가 바꿀 전장은 ‘자동 표적화’보다 ‘화력 연결’
북한이 지난해 9월 김 위원장의 무인기 시험 시찰에서 무인무기체계의 AI 수준을 높이는 일을 우선 과제로 제시한 데 이어, 이번에는 공격·방어 무기 전반과 포병 자동화까지 지시 범위를 넓힌 점은 주목할 만하다. AI의 실제 군사적 가치는 ‘AI가 스스로 발사하느냐’보다 정찰드론·감시센서·지휘소·방사포·전술미사일을 얼마나 빠르게 연결해 표적 탐지에서 발사결심, 타격, 피해평가까지의 시간을 줄이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북한은 14일 보도된 장거리 포병 및 미사일 연합부대 화력타격훈련에서 5개 포병·미사일 연합부대에서 선발한 하위부대를 동원했고, 공격형 드론, 전술순항미사일, 대구경 열압력 방사포, 전술탄도미사일 등을 운용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 훈련이 통합무기통제체계 운용을 숙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종 타격수단을 단일 통제망에서 동시 운용하는 실험이라면, 이번 AI·자동화 지시는 생산현장 차원의 기술 주문을 넘어 ‘센서-지휘-타격’ 사슬을 고도화하려는 중장기 군사전략과 연결된다.
한미일 훈련 직후…‘억제와 전쟁수행’의 메시지
북한의 군수공장 시찰은 한미일 3국의 연합훈련 직후 이어진 일련의 무력시위와 맞물려 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12일 오전 5시 20분께 북한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탐지했다고 밝혔다. 이들 미사일은 약 250㎞를 비행했으며, 한미 정보당국은 초기부터 관련 정보를 추적·공유하고 일본과도 정보를 공유했다.
북한은 이어 14일 포병·미사일 화력타격훈련을 공개하며 모든 타격수단이 목표를 100%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100% 명중’은 북한 측 주장으로, 외부 검증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북한이 600㎜ 방사포, 전술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공격드론을 함께 내세우며 집중화력의 파괴력을 부각한 것은 한국의 미사일방어 및 대화력전 체계에 대한 부담을 높이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번 시찰의 핵심은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정치·전략적 메시지와 별개로, 재래식 전력의 생산기반과 기술적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데 있다. 600㎜ 방사포의 광역 타격능력, 240㎜ 유도방사포의 수도권 압박, 드론의 정찰·표적획득·소모성 공격, AI와 자동화 기반의 신속한 사격통제가 결합할 경우 북한은 핵 사용 문턱 아래에서도 더 다양한 군사적 선택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