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삼성물산이 여의도 대교·목화아파트에 이어 최대어인 시범아파트까지 품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동여의도 한강변을 따라 대형 ‘래미안 벨트’가 형성될 전망이다. 다만 이는 과거처럼 대형 건설사간 제안 경쟁이 격화된 결과라기보다, 고금리·공사비·사업 리스크를 감안한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가 낳은 ‘단독 응찰형 재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강변 3개 사업장, 공사비만 3조원대
삼성물산은 지난해 11월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을 수주한 뒤, 이달 12일 목화아파트 재건축 시공사로 최종 선정됐다. 이어 여의도 최대 재건축 사업지인 시범아파트에서도 단독 참여 구도를 만들며 사실상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및 수의계약 절차를 밟고 있다.
대교·목화·시범 3개 사업장을 모두 확보할 경우 삼성물산이 여의도에서 확보하는 공사비는 약 3조2725억원으로 계산된다. 대교 7987억원, 목화 5122억원, 시범 2조1616억원을 합한 수치다. 단순 공사비 기준으로도 국내 한 개 건설사가 특정 생활권의 핵심 한강변 재건축 축을 연속 확보하는 보기 드문 사례가 된다.
목화아파트는 기존 지상 12층짜리 2개동, 312가구를 철거하고 지하 7층~지상 49층 3개동, 420가구로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총공사비는 5122억원으로, 가구당 공사비로 단순 환산하면 약 12억2000만원 수준이다.
대교아파트는 여의도동 41번지 일대에 지하 6층~지상 49층, 4개동, 912가구 규모로 재편될 예정이다. 삼성물산이 제안한 단지명은 ‘래미안 와이츠’다. 목화에는 ‘래미안 와이니티’를 제안했다. 와이니티는 여의도의 ‘Y’와 ‘Dignity’, ‘Infinity’를 결합한 명칭이며, 전 가구 한강 조망과 여의나루역·한강공원을 연결하는 보행 동선 등이 제안 내용으로 알려졌다.
여의도 ‘시범’이 완성할 한강변 축
핵심은 시범아파트다. 1971년 준공된 시범아파트는 현재 1584가구에서 지하 6층~지상 최고 59층, 21개동, 2491가구로 재건축이 추진된다. 계획 가구 수는 기존보다 907가구, 약 57.3% 늘어난다. 이는 단지 규모와 사업비, 상징성에서 여의도 재건축의 ‘대장주’로 불리는 배경이다.
시범의 총공사비는 2조1616억원, 3.3㎡당 예정 공사비는 1150만원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인 대단지 정비사업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지만, 초고층 구조, 한강변 입지, 대규모 지하화, 고급 커뮤니티와 외관 특화 등 상품성 요구가 복합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범 한 곳의 공사비가 대교와 목화 2개 사업장 공사비 합계 1조3109억원보다 약 8507억원 많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시범 시공권을 확보했다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현재까지 1차 입찰에 삼성물산만 참여해 유찰됐고, 재입찰 현장설명회에도 삼성물산만 참석했다는 것"이라며 "관련 절차상 수의계약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여건은 형성됐지만,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조건 협상,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 등 후속 절차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즉, ‘사실상 단독 구도’는 맞지만 ‘최종 시공사 확정’은 아니다.
브랜드 벨트가 만드는 세 가지 효과
삼성물산이 시범까지 확보하면 대교·목화·시범은 개별 단지를 넘어 동여의도 한강변의 연속된 브랜드 권역으로 읽힐 수 있다. 시장에서 이른바 ‘래미안 벨트’라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다.
첫째, 상품 기획의 연계성이다. 단지별로 독립된 재건축 사업이지만, 인접 지역에 동일 브랜드의 고급 단지가 연속 배치되면 외관·조경·커뮤니티·조망 설계의 통일성과 지역 인지도를 동시에 키울 수 있다. 입주민 입장에서는 특정 브랜드가 단순한 개별 아파트 이름이 아니라 생활권의 상징 자산이 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둘째, 사업 수행의 규모 경제다. 여러 인접 사업장을 확보하면 설계·조달·협력업체 운용·브랜드 마케팅 측면에서 효율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각 사업은 조합 또는 신탁방식 사업시행자의 독립된 계약이므로, 공사비나 자재 조달을 일괄적으로 단순 통합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셋째, 정비사업 수주 레퍼런스의 집중이다. 여의도는 서울 금융 중심지이자 한강변 초고층 주거지로 변모하는 과정에 있다. 이 지역에서 대형 상징 단지를 연속 수주하면 삼성물산은 향후 서울 핵심지 재건축 수주전에서 상품성과 시공 역량을 보여줄 실물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게 된다. 특히 대교에는 영국 헤더윅 스튜디오가 설계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글로벌 설계 협업 여부도 여의도 고급화 경쟁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한강변 삼성, 내륙 현대, 거점 대우
물론 여의도 재건축 판이 삼성물산 일색으로 끝난 것은 아니다. 현재 시공사 선정이 마무리된 주요 사업장을 보면 삼성물산은 대교·목화, 현대건설은 한양, 대우건설은 공작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한강변과 동여의도에서 삼성물산의 존재감이 커지는 반면, 현대건설은 한양아파트를 거점으로 인근 광장아파트 38-1구역까지 영향권을 넓히는 형국이다.
현대건설은 2024년 한양아파트 재건축 시공권을 확보했다. 한양은 여의도동 42번지 일대에 지하 5층~지상 최고 53층, 4개동, 956가구로 조성될 예정이며, 현대건설은 ‘디에이치 여의도퍼스트’를 제안했다. 광장아파트 38-1구역에서도 현대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했고, 시공사 선정 총회가 예정돼 있다.
대우건설은 공작아파트 재건축을 통해 여의도에 ‘써밋 더 블랙 에디션’을 조성할 계획이다. 공작은 지하 7층~지상 49층, 3개동, 570가구, 공사비 약 5704억원 규모다. 대우건설은 화랑아파트에도 단독 응찰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공작과 화랑을 잇는 별도의 거점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있다.
삼익·은하아파트는 지난 11일 시공사 선정 절차에 들어갔다. 두 단지는 1974년 준공됐고 각각 360가구로 규모와 평형이 유사한 데다 인접해 있어 통합 시공 가능성도 거론된다. 여의도 입성을 노리는 GS건설과 롯데건설 등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경쟁 소멸이 남긴 질문
여의도 재건축의 가장 큰 특징은 ‘대형 사업장인데도 경쟁입찰이 실종됐다’는 점이다. 시범아파트의 경우 올해 5월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GS건설·대우건설 등 7개사가 참석했지만, 8월 본입찰에는 삼성물산만 제안서를 냈다. 건설사들이 사업성, 원가, 금융비용, 공사 기간, 조합 또는 신탁방식의 계약조건을 따져 실제 입찰에는 매우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목화 역시 두 차례 입찰에서 삼성물산 단독 응찰로 수의계약 방식의 최종 선정이 이뤄졌다. 시범의 경우 예정 공사비가 3.3㎡당 1150만원에 이르지만, 높은 사업비만으로 복수 건설사를 유인하지 못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수주 규모보다 수익성,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조정 위험, 사업 지연 가능성, 공사비 지급 조건과 금융 지원 부담이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히 ‘여의도 사업성이 좋다’는 통념만으로는 수주전을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여의도 재건축은 이제 단지별 노후 주택 정비를 넘어, 한강변 초고층 주거지의 브랜드 주도권을 누가 가져갈지 가르는 국면에 진입했다. 앞으로 변모할 여의도 재건축지도는 건설업계 빅3인 삼성물산의 한강변 축, 현대건설의 핵심 거점, 대우건설의 후속 확장이라는 3개 축을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