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중국이 생성형 AI의 소비자 접점 경쟁에서 미국을 앞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이 최첨단 모델의 성능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는 반면, 중국은 위챗·타오바오·메이퇀 등 이미 생활 인프라가 된 플랫폼에 AI를 심어 이용과 결제, 광고를 한 흐름으로 묶는 방식으로 대중화 속도를 끌어올렸다는 진단이다.
‘주 1회 AI 사용’ 중국 80%, 미국 54%
모건스탠리가 9월 14일 내놓은 ‘China’s AI Path: Consumer AI—Beyond the Chatbot Race’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응답자의 80%는 개인 용도로 AI를 주 1회 이상 사용한다고 답했다. 미국의 같은 응답 비율은 54%로, 중국이 26%포인트 높았다. 직장 내 AI를 주 1회 이상 활용한다는 비율도 중국 취업자 응답자는 77%였고, 미국은 54%로 집계됐다.
다만 이 수치를 곧바로 양국 전체 인구의 AI 보급률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모건스탠리 AlphaWise 조사는 중국의 1~4선 도시 거주 18~59세 소비자 약 2000명을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다. 표본의 도시·연령 편향과 양국 조사 시점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중국 전체 국민의 80%가 매주 AI를 쓴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럼에도 조사 결과가 보여주는 방향성은 선명하다. 중국의 경쟁력은 거대언어모델 자체의 절대 성능보다는 AI를 소비자가 이미 매일 쓰는 서비스에 끼워 넣는 배포·유통 역량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모건스탠리 분석을 인용해 중국의 우위가 ‘프런티어 모델 벤치마크’가 아니라 현지 소비 습관에 맞춘 일상 플랫폼 배포에서 비롯됐다고 전했다.
챗봇 앱보다 ‘인앱 AI’
중국식 소비자 AI의 핵심은 별도 앱을 내려받아 프롬프트를 입력하게 하는 데 있지 않다. 이용자가 쇼핑 검색을 하고, 친구와 메시지를 주고받고, 음식 배달을 주문하고, 여행을 예약하고, 결제를 마치는 기존 생활 동선에 AI를 연결하는 ‘인앱 AI(in-app AI)’ 모델이다.
이 구조에서는 AI가 독립 서비스라기보다 기존 트래픽의 전환율을 높이는 엔진으로 작동한다. AI가 소비자의 “어떤 휴대전화를 사야 하나”, “지금 갈 만한 식당은 어디인가”, “주말 여행 동선을 짜 달라”는 질문을 처리한 뒤 곧바로 상품·상점·예약·결제 화면으로 이어주면, 플랫폼은 구독료보다 광고와 거래 수수료에서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 응답자의 75%가 쇼핑 앱 내 AI 검색·챗봇 기능을 유용하다고 평가했고, 57%는 이런 기능이 구매 빈도를 높일 수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소비자 AI가 단순한 정보 탐색 도구를 넘어 검색광고, 추천, 커머스 전환의 구조를 재편할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의 앱 생태계도 이 전략의 기반이다. 중국 정부가 인용한 중국인터넷네트워크정보센터(CNNIC) 통계에 따르면 2025년 말 중국 인터넷 이용자는 11억2500만명, 인터넷 보급률은 80.1%였다. 대형 플랫폼이 이 거대한 모바일 이용자 기반 위에 메시징·결제·콘텐츠·상거래·지역 서비스를 겹쳐 놓은 만큼, AI 기능은 독립 서비스보다 낮은 추가 비용으로 대규모 이용자에게 확산될 수 있다.
1년 새 3억5300만명 늘어난 생성형 AI 이용자
중국의 생성형 AI 이용자 수는 2024년 말 약 2억4900만명에서 2025년 말 6억200만명으로 늘었다. 1년 동안 약 3억5300만명이 추가됐고, 증가율은 141.7%에 이른다. 같은 시점 중국의 생성형 AI 이용률은 42.8%로, 전년보다 25.2%포인트 상승했다. 이 수치는 표본조사인 AlphaWise의 ‘주간 사용률’과 달리 CNNIC가 제시한 전국 단위 보급 지표라는 점에서 구분할 필요가 있다.
모건스탠리는 이 확산 속도가 중국 모바일 인터넷 초기 보급 속도보다 빠르다고 평가했다. 생성형 AI가 새로운 기기 교체 주기 없이 기존 스마트폰과 앱 업데이트만으로 배포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AI가 검색·콘텐츠 제작·쇼핑·교육·업무 보조 등 여러 일상 기능에 동시에 적용된다는 점이 확산의 배경으로 꼽힌다.
앱 단위 사용자 경쟁도 치열하다. QuestMobile 데이터를 인용한 모건스탠리 보고서 요약에 따르면 2026년 7월 기준 중국 AI 앱 월간활성이용자(MAU)는 바이트댄스의 더우바오가 3억9900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알리바바의 큐원(Qwen)은 1억6100만명, 딥시크는 1억2400만명, 텐센트 위안바오는 5100만명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최근 한 달간 AI 도구를 5개 이상 사용했다는 중국 응답자는 64%였다. 이는 중국 소비자 AI 시장이 단일 챗봇의 승자독식 단계라기보다, 이용자가 필요에 따라 여러 모델과 서비스를 오가는 멀티호밍 시장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2030년 3000억위안, 돈은 구독 아닌 광고·수수료
모건스탠리는 중국 소비자 AI의 수익화 가능 시장을 2030년 약 3000억위안으로 전망했다. 달러 환산액은 환율에 따라 달라지지만, 보도 시점 환율 기준으로 약 410억달러 안팎의 규모다. 이 가운데 약 99%는 유료 구독이 아니라 상업적 의도(intent)를 포착한 광고와 거래 수수료에서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미국식 AI 수익화가 고성능 모델의 기업용 계약, 개발자용 API, 프리미엄 구독 중심으로 전개돼 온 것과 대비된다. 중국에서는 AI가 ‘독립적인 월정액 상품’이라기보다, 기존 모바일 인터넷의 광고 단가와 전자상거래 전환율, 지역생활 서비스 주문액을 끌어올리는 도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이 구도에서 텐센트, 알리바바, 메이퇀을 주요 수혜 후보로 제시했다. 텐센트는 위챗의 사회관계망과 미니프로그램·결제 생태계를, 알리바바는 큐원과 타오바오를 연결한 커머스 전환 구조를, 메이퇀은 음식배달·여행·지역생활 서비스의 검색과 거래 흐름을 각각 강점으로 보유한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 AI가 모든 플랫폼에 호재만 되는 것은 아니다. 모건스탠리는 검색 시장에서는 바이두가 AI 기반 답변형 검색에 따른 기존 검색광고 구조의 잠식 위험에 노출될 수 있고, 음악·영상 플랫폼 역시 AI 콘텐츠 과잉 공급과 저작권 가치 변화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승부처는 ‘성능’이 아니라 ‘전환’
이번 분석이 던지는 핵심은 AI 패권 경쟁을 단순한 모델 벤치마크 대결로만 보면 시장의 절반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더 뛰어난 답을 내놓는 모델만이 아니라, 그 답이 실제 구매·예약·결제·재방문으로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어지는가다.
중국은 거대 플랫폼이 축적한 사용자 데이터, 판매자 풀, 물류와 결제 인프라를 이미 갖추고 있다. AI가 이들 요소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가 되면, 플랫폼은 신규 이용자를 처음부터 교육하고 확보하는 비용을 줄이면서도 광고주와 판매자의 거래 의도를 더 정밀하게 포착할 수 있다. 모건스탠리가 독립형 AI 앱보다 기존 서비스에 내장된 AI가 트래픽·데이터·결제 루프를 활용해 투자수익률 측면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고 평가한 이유다.
다만 ‘사용률 우위’가 곧바로 ‘수익성 우위’를 뜻하지는 않는다. 기본 AI 서비스가 무료인 환경에서는 서버·모델 추론비용, 이용자 확보를 위한 보조금, 개인정보 및 추천 투명성 문제, 광고 삽입에 따른 사용자 경험 저하가 수익화의 변수로 남는다. 특히 다수 AI 서비스를 병행 사용하는 이용자가 많다는 조사 결과는 플랫폼 충성도와 가격 결정력이 아직 확고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중국 소비자 AI 시장의 다음 시험대는 6억명대 이용자 기반을 확보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AI가 사용자의 질문을 얼마나 정확하게 거래 의도로 바꾸고, 그 과정에서 이용자 신뢰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광고·커머스·지역 서비스의 실제 매출을 얼마나 늘릴 수 있는지가 ‘슈퍼앱 AI’ 모델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