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달의 남극·북극의 영구 음영 지역에 얼음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달 기지’를 넘어 대규모 달 도시와 산업단지 건설 구상을 현실의 영역으로 끌어왔다.
그러나 가장 낙관적인 물 매장량을 전제로 해도 달의 물은 수백만명이 사는 거대 도시를 장기간 유지하기에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달 정착의 핵심 병목은 태양광이나 원자로가 공급할 전력이 아니라, 식수·위생·농업·산소 생산에 쓰일 물이라는 결론이다.
newsweek, phys.org, frontiersin.org, abcnews에 따르면, 미국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CfA)의 마틴 엘비스와 조너선 C. 맥도웰 연구진은 9월 14일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Space Technologies에 발표한 논문에서, 달 극지방 영구 음영 지역에 존재할 수 있는 물의 양을 최대 10억톤으로 잡아도 100만명 규모 도시가 국제우주정거장(ISS) 수준의 물 재활용 시스템을 적용할 경우 약 100년 만에 물을 모두 소진한다고 분석했다.
논문 제목은 ‘달에는 도시가 없다: 10억톤의 물로는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다(No cities on the Moon: a billion tons of water is not enough for sustainability)’다.
연구진의 결론은 달에 인간이 거주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달의 현실적 정착 모델은 영화 속 메가시티보다 수천명에서 많아야 수만명 안팎의 과학·산업 전초기지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달의 물은 단순한 생활자원이 아니라 산소와 로켓 연료, 식량 생산, 산업 공정까지 좌우하는 ‘달 경제의 원유’에 가깝기 때문이다.
‘10억톤’은 상한선이다
연구진은 계산의 출발점으로 달 극지방 영구 음영 지역(PSR·Permanently Shadowed Regions)에 물이 10억톤 존재한다고 가정했다. 이는 물 얼음 매장량에 관한 여러 관측치 가운데서도 상당히 낙관적인 기준이다. 10억톤은 부피로 약 1㎦에 해당하며, 논문은 이를 뉴욕 센트럴파크 전체를 약 120m 깊이로 채울 수 있는 양으로 비유했다.
그러나 이 숫자는 실제 확인된 매장량이라기보다, 거대 정착지의 가능성을 시험하기 위해 설정한 ‘후한 가정’에 가깝다. 연구진이 인용한 기존 메타분석에 따르면, 물이 풍부할 가능성이 높은 8개 대형 크레이터의 총 물 함량은 약 3400만톤 규모다. 이는 10억톤의 약 3.4%다. 연구진은 현재의 가장 현실적인 추정치가 10억톤보다 약 20~30배 적을 수 있다고 봤다.
달의 물 탐사 자체도 한계가 뚜렷하다. 자외선·가시광선·근적외선 관측은 표면의 미세한 층을 주로 본다. 중성자 흡수 탐사도 통상 지하 1~2m 수준에 민감하며, 지표투과레이더는 조건에 따라 수십m 깊이까지 탐사할 수 있다. 즉, 더 깊은 레골리스층이나 지하에 얼음이 존재한다면 현재의 궤도 관측만으로는 놓칠 수 있다. 연구진은 물이 더 깊은 곳에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지만, 그 존재와 회수 가능성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고 명시했다.
1인당 연 500톤…농업이 물을 삼킨다
이번 연구가 주목한 것은 달 정착지의 물 수요가 단순 음용수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미국의 1인당 물 사용량을 기준으로 음용·세면·위생 등에 연간 약 125톤의 물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여기에 자급형 달 정착지가 식량까지 자체 생산해야 한다는 조건을 넣으면 물 수요는 급증한다.
세계은행 자료를 인용한 논문에 따르면, 사람 한 명을 하루 먹여 살리는 데 드는 물은 약 2~5톤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수직농장 등 고효율 농업을 적용한다는 낙관적 가정을 반영해도, 식량 생산에 1인당 연간 약 500톤의 물이 든다고 계산했다. 호흡용 산소를 물 전기분해로 보충하는 데 필요한 물은 1인당 연 약 1.8톤으로, 직접 생활용수에 비하면 비중이 작지만 달에서는 손실 없는 자원이 아니라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다.
이 가정 아래 100만명 도시의 연간 물 사용량은 약 5억톤이 된다. 재활용을 전혀 하지 않는다면 10억톤은 약 2년이면 소진된다. 논문 표의 세부 계산상 100만명 인구가 연 500톤씩 사용하면 10억톤은 정확히 2년치이며, 연구진은 음용·위생·호흡 등 추가 수요까지 포함하면 약 2.4년 수준으로 제시했다.
ISS의 98% 재활용도 ‘영구 도시’에는 모자란다
ISS의 생명유지장치(ECLSS)는 인간이 우주에서 장기간 체류할 수 있게 한 대표적 순환 시스템이다. ISS는 2023년 소변처리장치에 브라인 프로세서 어셈블리(BPA)를 추가해 물 회수율을 기존 94%에서 약 98%까지 끌어올렸다. 즉 사용한 물 100톤 중 98톤을 회수하고 2톤을 잃는 수준이다.
지구에서는 2% 손실이 작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물을 외부에서 쉽게 보충할 수 없는 달에서는 이 2%가 도시의 수명을 결정한다. 100만명이 매년 5억톤가량의 물을 순환시키는 시스템이라면, 2% 손실은 연간 약 1000만톤의 순감소로 이어진다. 10억톤의 초기 물이 있더라도 약 100년이면 바닥난다는 계산이다.
이 때문에 논문은 ‘98% 재활용’이 기술적으로 인상적인 성취이지만, 100만명 도시를 수세기 이상 유지하기 위한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100만명 도시를 1000년 유지하려면 재활용률이 99.75%를 넘어야 하며, 이는 ISS 수준보다 손실률 기준으로 약 8배 더 낮춰야 한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대규모 정착지에서 샤워, 세탁, 화장실, 식품 생산 등 ISS보다 복잡한 위생·생활 환경을 운영하면 오히려 재활용 효율 유지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논문이 제시한 시사점은 분명하다. 100만명의 달 도시는 ‘물 순환 장치’가 아니라 사실상 초고정밀 폐쇄형 생태계여야 한다. 재활용률 98%와 99.9%의 차이는 겉으로는 1.9%포인트지만, 손실률은 2%에서 0.1%로 20분의 1이 된다. 달 정착의 성패는 이런 작은 손실률의 차이에서 갈린다.
전력은 풀 수 있지만, 물은 대체하기 어렵다
흥미롭게도 연구진은 전력은 달의 인구 규모를 제약하는 강한 요인이 아니라고 봤다. 달 극지방에는 태양이 수평선 부근을 따라 장기간 비추는 고조도 지역이 있고, 영구 음영 크레이터 인근의 햇빛 받는 능선에는 대규모 태양광 설비를 설치할 수 있다.
논문은 달의 낮은 중력을 활용해 최대 1㎞ 높이의 수직형 태양광 어레이를 세울 경우 평균 약 3GW의 전력을 시간의 약 90% 동안 생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산했다. 미국의 높은 가정용 전력 사용량을 적용하면 100만명 도시의 가정용 전력 수요는 약 800MW, 산업용을 포함할 경우 약 2.1GW가 필요하다. 따라서 하나의 100만명급 정착지는 태양광 또는 핵분열 발전으로 이론상 뒷받침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AI 데이터센터처럼 기가와트급 전력을 요구하는 시설은 별도 부담이 된다. 연구진도 데이터센터 한 곳이 1GW 수준의 전력을 필요로 할 수 있어, 달의 전력 수요를 빠르게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전력은 태양광 증설과 원자로 확대로 대응할 여지가 있는 반면, 물은 매장량·채굴률·순환 손실에 묶인 유한 자원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100만명 이상으로 인구가 확대될 경우에는 원자력 발전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 연구진은 원자로가 달의 고조도 지역에 묶이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열 배출을 위한 대형 방열 설비와 핵연료 조달 문제를 수반한다고 설명했다. 1GW급 핵분열 발전소는 연간 약 24톤의 연료를 사용할 것으로 추산됐다.
달의 미래는 ‘메가시티’보다 ‘문 빌리지’
연구진이 제시한 현실적 대안은 대도시 포기가 아니라 규모의 재설정이다. 인구 약 1000명의 ‘문 빌리지(Moon Village)’는 남극의 겨울철 상주 인구와 비슷한 수준인데, 이 정도 정착지는 물을 비교적 여유 있게 쓸 수 있다. 1만명 안팎의 소도시도 수백 년 이상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인구가 10만명에 이르면 물 절약과 엄격한 자원 관리가 필수 단계에 들어가며, 100만명은 추가 물 공급원 없이는 장기 지속 가능 모델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연구진의 판단이다.
수치상으로도 차이는 명확하다. 10억톤을 전제로 98% 재활용을 적용하면 인구 10만명의 정착지는 약 1000년, 100만명 도시는 약 100년 유지된다. 인구가 10배 늘면 물 수명은 10분의 1로 줄어든다. 달에서는 도시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기보다, 인구 증가가 곧 자원 고갈 속도의 가속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물은 자원이 아니라 달의 ‘거버넌스 시험대’
이번 연구의 핵심은 달의 거주 가능성을 단순한 기술 낙관론이 아니라 자원 회계의 문제로 바꿨다는 데 있다. 달의 극지 영구 음영 지역은 물 얼음이 집중된 곳이자 햇빛을 오래 받는 고조도 지역과 가까워, 채굴·발전·정착 수요가 좁은 지역에 겹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물의 희소성이 곧 입지 경쟁과 국가·기업 간 거버넌스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뜻한다.
엘비스와 맥도웰은 달의 물을 ‘먼저 차지하는 자가 갖는’ 자원으로 방치해선 안 되며, 인류가 채굴과 사용을 계획·규제·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인구가 10만명을 넘어서면 물 관리가 “핵심적이고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달의 다음 단계는 ‘도시를 지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작은 손실까지 관리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거대한 태양광 타워와 원자로, AI 데이터센터까지 구상할 수 있는 시대가 왔지만, 그 모든 산업적 상상력은 물 1%의 손실률을 통제하는 능력 위에서만 지속될 수 있다. 달의 현실적 미래는 당분간 수백만명의 메가시티보다, 물 순환과 채굴 기술을 검증하는 수천명 규모의 고밀도 자립형 전초기지에 더 가까워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