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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빅테크칼럼] 딥시크 개발자 "앤트로픽의 AGI 패권, 히틀러의 핵폭탄 획득"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핵심 개발자가 앤트로픽(Anthropic)의 AGI 주도 가능성을 “연합국보다 먼저 히틀러가 핵무기 기술을 얻는 상황”에 비유했다. 이 발언은 특정 기업을 겨냥한 감정적 수사에 머물기보다, 생성형 AI의 발전 속도와 모델 통제권, 오픈소스 확산,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한 인물의 직업적 불안과 결합해 폭발한 사례로 읽힌다.

 

“내 재능을 어제에 묻어야 한다”

 

businessinsider, officechai, gazeteoksijen, huggingface, agihunt, marktechpost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interestingLSY’라는 이름을 쓰는 류성위(Shengyu Liu)는 공개 위챗 계정에 올린 장문의 글에서 “나는 재능을 어제에 묻어둘 수밖에 없다”는 제목으로, "자신이 개발에 관여한 AI가 결국 자신의 전문성을 대체할 수 있다"는 역설을 고백했다.

 

Business Insider 보도에 따르면 류는 딥시크 V4.1-Flash의 핵심 구성요소인 어텐션 커널 개발에 참여했다고 밝히며, AI가 약 1년 전만 해도 문서 검색과 버그 점검을 돕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GPU 코드와 소프트웨어 연산자를 읽고 최적화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그는 “AI가 작성한 연산자가 내 것만큼 좋거나 나보다 뛰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적었다. 해당 글의 작성 사실은 류 본인이 Business Insider에 확인했지만, 그는 추가 논평은 거부했다.

 

커널 최적화는 AI 모델의 학습·추론 비용과 속도를 좌우하는 저수준 기술이다. 특히 GPU에서 구동되는 대규모 언어모델(LLM)은 동일한 알고리즘이라도 메모리 이동, 연산 순서, 병렬 처리 방식에 따라 성능과 비용이 크게 달라진다. 류의 불안은 단순히 “코딩 자동화”를 걱정하는 일반론과 다르다. AI 산업에서 가장 전문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GPU·컴파일러·연산자 최적화 인력마저 AI 에이전트의 보조자 또는 감독자로 전환될 수 있다는 내부자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류는 자신의 처지를 재능 있는 뜨개 장인이 더 빠른 기계를 가진 경쟁자들 때문에 손뜨개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빗댔다. 일자리를 완전히 잃지는 않더라도, 직접 코드를 쓰고 병목을 찾아내며 성능을 끌어올리는 ‘손맛’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경쟁사가 계속 모델을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자신만 속도를 늦춰도 대체는 피할 수 없다며, 결국 자신을 대체할 기술 개발 경쟁에 합류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썼다.

 

V4.1-Flash가 보여준 ‘코드 자동화’의 압력


류의 글이 나온 시점은 딥시크가 V4.1-Flash를 공개한 직후다. 딥시크의 공식 모델 카드에 따르면 V4.1-Flash는 5520억개 백본 파라미터를 갖춘 멀티모달 MoE(Mixture-of-Experts) 모델이며, 최대 100만 토큰 컨텍스트를 지원한다. 다만 입력 처리 단계에서는 토큰당 80억개, 출력 생성 단계에서는 160억개의 파라미터만 활성화하는 구조를 취해 비용 효율을 높였다.

 

딥시크는 새 모델에서 KV 캐시 사용량을 토큰당 890바이트로 줄였다고 밝혔다. 이는 이전 V4-Flash 대비 약 4분의 1, DeepSeek-V1 대비 약 437분의 1 수준이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대규모 에이전트 서비스에서 긴 문맥을 유지할수록 비용 부담이 급격히 커지는 만큼, 이 수치는 단순한 모델 경량화보다 AI 활용 단가의 하락과 서비스 확장성을 겨냥한 기술적 변화로 볼 수 있다.

 

특히 딥시크가 공개한 자체 평가에서 V4.1-Flash는 코드 에이전트 벤치마크인 Terminal-Bench 2.1에서 Pass@1 기준 90.6%, DeepSWE v1.1에서 해결률 74.2%를 기록했다. 이는 해당 회사가 제시한 비교표에서 Claude Opus-5.0의 89.1%, 74.0%보다 각각 1.5%포인트, 0.2%포인트 높은 수치다. 

 

류가 말한 “AI가 CUDA·PTX·SASS를 읽고 연산자를 최적화하는 단계”는 이 같은 모델 성능 진화와 맞물린다. 모델이 단순한 자동완성 도구를 넘어 코드베이스를 이해하고, 테스트를 실행하며, 병목 지점을 고치고, 결과를 반복 검증하는 에이전트 형태로 발전할수록 고급 개발자의 역할도 ‘직접 생산자’에서 ‘작업 설계자·검증자·책임자’로 바뀔 가능성이 커진다.

 

“앤트로픽이 AGI를 장악하면 안 된다”


류의 글에서 가장 논쟁적인 부분은 AGI 통제권에 관한 대목이다. 그는 “최첨단 지능은 누구나 개방적이고 저렴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뒤, 앤트로픽과 오픈AI가 이를 실현할 것으로 믿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앤트로픽이 가장 발전한 AI나 AGI를 장악하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며, “다소 과장해 말하면 그 심각성은 히틀러가 연합국보다 먼저 원자폭탄 기술을 획득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썼다.

 

이 비유는 역사적 참상을 끌어온 과도한 표현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류가 겨냥한 핵심은 특정 회사의 기술력 자체가 아니라, 초고도 AI의 접근권과 통제권이 소수의 민간 기업 및 특정 국가의 정책 체계 안에 집중될 위험이다.

 

류가 상정한 미래는 양극단에 가깝다. AI 생산성 이익이 사회 전체에 넓게 배분되는 형태와, 가장 강력한 모델·컴퓨팅 자원·에이전트 인프라를 가진 기업이 기술적 우위와 경제적 지대를 독점하는 ‘사이버펑크’형 질서다. 딥시크의 오픈 웨이트 전략은 후자를 견제한다는 명분을 갖는다. 그러나 공개 모델이 접근성을 넓히는 동시에 악용 위험과 통제 불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오픈”이 곧바로 “공공성”을 뜻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픈소스와 안전성, 정반대의 논리


이번 논쟁의 본질은 AI의 위험을 바라보는 두 진영의 논리가 정반대로 충돌한다는 데 있다. 딥시크 측 개발자의 논리는 ‘강력한 AI를 소수 기업이 폐쇄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가장 큰 위험’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앤트로픽은 ‘강력한 모델의 성능이 무단으로 복제되고 안전장치가 제거된 채 확산하는 것’이 더 큰 위험이라고 주장한다.

 

앤트로픽은 지난 2월 딥시크·문샷AI·미니맥스 등 3개 중국 AI 연구소가 자사 클로드(Claude)의 역량을 추출하려 했다고 발표했다. 앤트로픽에 따르면 이들 연구소는 약 2만4000개의 부정 계정을 통해 클로드와 1600만 회 이상 대화했으며, 이를 경쟁 모델 개선에 활용하려 했다는 것이다. 앤트로픽은 이를 ‘불법 증류(illicit distillation)’로 규정했다.

 

증류 자체는 대형 모델의 출력이나 지식을 활용해 더 작고 저렴한 모델을 학습시키는 보편적 기술이다. 앤트로픽 역시 자사 모델을 경량화하기 위한 합법적 증류와, 경쟁사의 핵심 능력을 무단 추출하는 행위를 구분한다. 회사는 후자의 경우 안전장치가 유지되지 않을 수 있고, 생물학·사이버 공격·감시·허위정보 생성에 악용될 수 있는 능력이 빠르게 확산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앤트로픽은 딥시크와 관련해 15만 회 이상 교환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추론 능력, 보상모델용 평가 작업, 민감한 정치·사회 이슈에 대한 검열 회피형 응답 생성 등이 표적이 됐다고 밝혔다. 이는 앤트로픽의 주장으로, 딥시크가 이 사안에 대해 독립적으로 반박하거나 인정한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중 AI 경쟁이 만든 ‘군비경쟁’의 언어


류의 “잔혹한 군비경쟁”이라는 표현은 과장이지만, AI 패권 경쟁의 구조를 압축한다. 앤트로픽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는 최근 프론티어 AI 개발 속도를 조절하고 안전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내놨고,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수출통제 강화와 중국 AI 기업의 모델 증류 단속도 촉구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관영 영문매체 글로벌타임스가 이를 안전론으로 포장된 ‘냉전식 대중 견제’라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AI 안전론은 따라서 순수한 기술 윤리 논쟁에만 머물지 않는다. 미국 기업은 안전·국가안보·지식재산권을 앞세워 폐쇄형 모델과 수출통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중국 AI 생태계는 이 같은 조치가 미국의 기술 독점 및 중국 봉쇄를 정당화하는 수단이라고 본다. 개방성과 안전성은 서로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라, 각국과 각 기업이 자신들의 기술·시장·안보 이해관계에 따라 다르게 배치하는 언어가 되고 있다.

 

앤트로픽 내부에서도 개발 속도에 대한 불안은 커지고 있다. 오픈AI와 앤트로픽에서 약 3년간 사전학습 연구를 했다고 밝힌 제이컵 콕슨은 지난 8일 앤트로픽을 퇴사하면서 두 회사가 “자기개선 초지능을 향해 질주하며 우리의 삶을 도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AP통신은 콕슨이 경쟁사보다 먼저 가장 강력한 모델을 만들려는 경쟁이 안전보다 우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흥미로운 것은 딥시크의 류와 앤트로픽 출신 콕슨이 정반대의 정치·기업적 맥락에 서 있으면서도 같은 결론의 한 조각에 닿는다는 점이다. 두 사람 모두 AI 경쟁이 개인이나 단일 기업이 제어할 수 없는 방향으로 가속되고 있다고 본다. 차이는 류가 ‘누가 AGI를 독점하는가’를 더 큰 위험으로 보고 오픈 접근을 대안으로 제시한 반면, 콕슨은 ‘누가 먼저 도달하든 경쟁 자체를 늦추고 공동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쪽에 가깝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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