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에서 테슬라용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AI5의 2나노미터(㎚) 시험 생산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는 양산 개시가 아니라 수율과 공정 안정성을 검증하는 시제품 단계다.
trendforce,electrek, electrek, techtimes, finance.biggo에 따르면, 삼성의 미국 첨단 파운드리 거점이 가동 준비를 넘어 실제 고객 칩 웨이퍼를 투입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테슬라와 체결한 165억달러 장기 공급 계약의 공식 생산 대상은 AI5가 아니라 AI6로 알려져 있어 두 사안은 엄밀히 다르다.
삼성전자는 당초 11월 전후로 예상됐던 테일러 공장의 본격 가동 일정에 앞서, 최근 일부 생산라인에서 테슬라 AI5용 2나노 웨이퍼를 생산하며 양산성 검증에 착수했다. 삼성은 올해 말까지 최종 양산 검증을 마치고 2027년부터 고객사 공급을 확대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가동’ 아닌 ‘검증’…수율이 승부처
이번 단계의 핵심은 시험 생산과 수율 검증이다. 반도체 설계를 마친 뒤 실제 공정에 적용하는 테이프아웃(tape-out), 시험 웨이퍼 생산, 결함 분석과 수율 개선, 고객 품질인증을 거쳐야 안정적 양산이 가능하다. 테일러 공장에서 AI5가 생산되기 시작했다는 보도는 공장 가동의 실체를 보여주지만, 곧바로 대량 출하가 시작됐다는 뜻은 아니다.
테슬라 AI5는 앞서 삼성 파운드리의 2나노 공정에 맞춘 테이프아웃을 완료한 것으로 보도됐다. 다만 삼성은 AI5의 구체적인 양산 일정, 초기 수율, 월별 생산능력, 테슬라향 출하량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이번 시험 생산이 갖는 산업적 함의는 명확하다. 공장 건설과 장비 반입이 지연된 뒤에도 대형 고객의 실물 칩을 조기에 투입함으로써, 삼성은 테일러 팹의 공정 안정화와 고객 신뢰 회복을 동시에 추진하게 됐다. 파운드리 산업에서 신규 팹의 경쟁력은 건물 완공 여부보다 고객 설계자산(IP)을 실제 수율로 전환하고, 규격·원가·납기 조건을 충족하는 데서 결정된다.
165억달러 계약의 핵심은 AI6
테슬라와 삼성의 165억달러 반도체 공급 계약은 2025년 7월 공개됐다. 삼성은 당시 공시에서 계약 상대방을 밝히지 않았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테슬라 계약임을 확인했다. 계약 기간은 2025년 7월 26일부터 2033년 12월 31일까지로 제시됐다.
중요한 점은 머스크가 당시 테일러 공장이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 생산에 사용될 것이라고 밝힌 사실이다. 로이터와 CNBC는 머스크의 발언을 인용해 테일러 공장이 AI6 제조를 맡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최신 보도는 테일러 팹에서 AI5의 시험 생산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즉, AI5의 초기 시험 생산과 장기 165억달러 계약의 중심인 AI6 양산 계획은 같은 테일러 거점에서 이어질 수는 있으나, 현 단계에서 이를 완전히 같은 프로젝트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AI5가 모델 3·모델 Y·사이버캡·옵티머스·AI 데이터센터 등 테슬라 전 라인업에 사용될 것이라는 서술은 테슬라의 공식 제품별 적용 로드맵이 확인돼야 한다. 테슬라가 자율주행용·로보틱스용·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를 통합적으로 개발해 왔다는 점은 널리 알려졌지만, AI5의 제품군별 실제 채택 시점과 물량은 공개 확정 정보로 보기 어렵다.
테슬라가 ‘앵커 고객’…삼성의 시간과 싸움
삼성의 테일러 조기 시험 생산은 첨단 파운드리 고객 확보 경쟁의 산물이다. 테슬라의 장기 물량은 테일러 팹 초기 가동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앵커 고객’ 역할을 할 수 있다. 신규 파운드리 공장은 장비 가동과 인력, 소재·부품 공급망, 고객 인증이 동시에 안착해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2021년 테일러 팹을 170억달러 투자로 처음 발표했으나, 이후 공장·연구개발 및 추가 설비 계획을 포함한 테일러 투자 규모는 370억달러 수준으로 확대된 것으로 보도됐다. 미국 정부는 2024년 12월 삼성의 텍사스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최대 47억4500만달러의 CHIPS법 보조금 지원을 확정했다.
삼성은 2026년 4월 24일 테일러 현장에서 장비 반입 행사를 열며 공장 가동 준비를 본격화했다. 장비 반입은 신설 팹이 토목·건축 단계에서 실제 공정장비 설치와 공정 셋업 단계로 넘어갔음을 의미한다. 이후 AI5 시험 생산이 시작됐다는 보도는 테일러 팹이 ‘고객 확보를 위한 계획’ 단계에서 ‘고객 칩 수율 검증’ 단계로 진입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시장점유율 5.9%…TSMC와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테일러 공장의 조기 램프업이 절실한 이유는 삼성 파운드리의 시장 위치에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글로벌 상위 10대 파운드리 매출은 전 분기보다 11.5% 증가한 534억9000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AI·고성능컴퓨팅(HPC)용 첨단 공정 수요와 공급 제약이 시장 성장을 견인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1분기 6.5%에서 2분기 5.9%로 0.6%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TSMC는 72.3%에서 72.5%로 상승하며 사상 최고 점유율을 기록했고, 중국 SMIC는 5.1%에서 5.4%로 높아져 삼성과의 격차를 0.5%포인트까지 좁혔다. 삼성의 2분기 파운드리 매출은 32억6000만달러로 전 분기보다 1.8% 늘었지만, 시장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것이 트렌드포스의 진단이다.
이는 테일러의 시험 생산이 단순한 미국 생산기지 가동 뉴스가 아니라는 뜻이다. 삼성은 AI 시대에 수요가 집중되는 2나노급 첨단 공정에서 안정적 수율을 확보하고, 테슬라 같은 대형 고객의 장기 주문을 실제 출하와 매출로 바꿔야 한다. TSMC의 압도적 우위와 SMIC의 추격 사이에서 삼성의 반격은 발표된 수주액보다 테일러 팹이 얼마나 빠르게 안정 양산 체제로 전환하느냐에 달려 있다.
두 번째 공장까지…‘고객·수율·증설’의 삼각 방정식
삼성은 올해 말 테일러 제2공장 착공을 추진하고, 2030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차세대 1.4나노 공정 수요에 대응할 추가 캐파 확보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제2공장의 구체적 공정 구성과 1.4나노 적용 여부, 고객별 물량 배정은 아직 확정 공시로 확인되지 않았다.
결국 테일러 팹의 조기 시험 생산은 삼성 파운드리의 ‘반격 선언’이라기보다, 반격이 가능한지를 가르는 첫 번째 실전 시험대다. 테슬라 AI5의 웨이퍼가 안정적으로 양산 인증을 받고 AI6 장기 계약, 추가 빅테크 고객, 제2공장 투자로 연결될 때 비로소 370억달러 규모 미국 투자와 2나노 전략은 실질적인 경쟁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반대로 수율 검증이나 고객 인증이 지연될 경우, TSMC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삼성의 시간표도 다시 늦춰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