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삼성증권이 미국의 글로벌 금융그룹 BNY와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맺고 전통 증권 인프라와 디지털금융 사업의 접점을 넓힌다. 협력 범위는 주식 브로커리지와 청산, 증권담보 관리, 증권 파이낸싱 등 기존 증권서비스를 비롯해 인공지능(AI)과 디지털자산으로 확장된다. 국내 증권사가 단순 해외주식 판매 채널 확대를 넘어, 세계 최대급 수탁·자산관리 인프라 사업자와 결제·담보·수탁의 기반 영역에서 협력에 나섰다는 점이 이번 협약의 핵심이다.
삼성증권은 9월 10일(현지시간) 뉴욕 BNY 본사에서 글로벌 자산관리 및 금융솔루션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체결식에는 박종문 삼성증권 사장과 카팅카 월스트롬 BNY 최고고객책임자(Chief Client Officer)가 참석했다. 양사는 기존 증권 업무 인프라를 고도화하는 한편 AI와 디지털자산에서 공동 사업 기회를 탐색하기로 했다.
공개된 협약 내용에는 가상자산 매매 서비스, 비트코인 현물 ETF 판매, 토큰증권(STO) 발행, 디지털자산 수탁사업의 직접 진출 여부와 일정이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확인 가능한 사실은 양사가 AI와 디지털자산을 신사업 협력 대상으로 명시하고, 전통 증권 업무의 인프라 고도화를 우선 추진한다는 것이다.
특히 협력 대상에 포함된 주식 브로커리지·청산, 담보관리, 증권 파이낸싱은 증권사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의 토대가 되는 이른바 ‘금융 배관’에 가깝다. 브로커리지는 주문 집행과 거래 연결을, 청산은 거래 이후의 결제·대금·증권 이전 과정을, 담보관리는 파생상품·대차거래·증권금융 과정에서 발생하는 담보의 평가·이동·추적을 각각 포괄한다. 증권 파이낸싱은 대차, 레포(repo), 담보 기반 유동성 공급과 연결되는 영역이다.
따라서 삼성증권 입장에서는 BNY의 글로벌 수탁망과 사후거래 처리 역량을 활용해 해외자산 거래·보관·담보 운용의 연결성을 높이고, 국내 고액자산가와 기관투자가에게 제공할 글로벌 자산관리 솔루션의 범위를 넓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삼성증권은 협약을 통해 국내 투자자에게 글로벌 수준의 차별화된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BNY는 이 협력의 규모를 가늠하게 하는 파트너다. BNY의 2025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가 2025년 말 기준 수탁·관리(assets under custody and/or administration)하는 자산은 59조3000억달러, 운용자산(AUM)은 2조2000억달러였다. 수탁·관리 자산은 2024년 말 52조1000억달러에서 1년 만에 7조2000억달러, 약 13.8% 증가했다. 이는 BNY가 단순 상업은행이 아니라 글로벌 자본시장의 자산보관, 결제, 펀드관리, 데이터와 유동성 연결을 담당하는 대형 인프라 사업자라는 의미다.
BNY가 이번 협력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전통 수탁은행의 디지털자산 전환을 대표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BNY는 자사 디지털자산 솔루션에서 규제받는 글로벌 시스템적 중요 은행(G-SIB)으로서 전통자산과 동일한 수준의 보안·위험관리 체계를 디지털자산에 적용한다고 설명한다. 디지털자산 수탁과 서비스, 블록체인·토큰화 기술을 활용한 자산관리 역량도 공식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BNY는 디지털자산을 전통 금융과 분리된 ‘가상자산 거래’로만 보지 않는다. 고객이 전통자산과 디지털자산을 단일 인터페이스에서 조회·관리하도록 지원하고, 토큰화와 블록체인 기반의 자산 이동·관리 효율을 높이는 방향을 내세운다. 이는 향후 삼성증권이 디지털자산 사업을 검토할 때 핵심이 단순 거래소 연계가 아니라 기관급 수탁, 자산 분리보관, 규제준수, 담보관리, 보고체계, 결제 연결성에 놓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번 MOU는 삼성증권의 글로벌 전략이 ‘해외주식 중개’ 중심에서 글로벌 금융 인프라·수탁·사후관리·디지털자산으로 넓어지는 신호로 읽힌다. 삼성증권은 2025년 9월 말 기준 금융자산 30억원 이상 고객이 5449명으로 2020년 말보다 91% 늘었고, 이들 고객 포트폴리오에서 해외자산 비중은 2020년 말 12.6%에서 2025년 23.2%로 10.6%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고액자산가와 기관 고객일수록 해외 주식·채권·대체자산의 보관·결제·세무·상속·담보 활용을 통합하는 서비스 수요가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BNY 제휴는 자산관리 경쟁력 강화와 직접 연결된다.
박종문 삼성증권 사장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표준을 이끌어온 BNY와의 협업을 통해 전통적인 금융 인프라 혁신은 물론 디지털금융 영역까지 커버리지를 넓히게 됐다”며 국내 투자자에게 글로벌 수준의 차별화된 금융솔루션을 지속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