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메타의 카메라 탑재 스마트글래스를 블루투스 신호로 찾아내는 아이폰 앱 ‘Zuckoff’가 등장하면서, 웨어러블 AI 기기의 프라이버시 논쟁이 개인의 불안에서 유럽 규제·소송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
앱 이름인 ‘Zuckoff’는 메타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의 별칭 ‘Zuck’과 ‘꺼져라’ 또는 ‘차단하라’는 뉘앙스의 영어 표현 ‘off’를 결합한 것으로 해석된다. 단순한 기기 탐지 도구를 넘어, 카메라·AI 기능을 탑재한 메타 스마트글래스가 공공장소의 비착용자에게 가할 수 있는 감시 위험에 맞서겠다는 개발자의 문제의식을 전면에 드러낸 작명이다.
블루투스 신호를 ‘탐지망’으로
nypost, euractiv, businessinsider, upday, tvpworld, dailytechnewsshow에 따르면, 폴란드의 30세 소프트웨어 개발자 파베우 시들로프스키(Paweł Szydłowski)가 개발한 ‘Zuckoff’는 주변 기기가 내보내는 블루투스 신호를 스캔해 메타 스마트글래스의 존재와 대략적 거리를 보여주는 iOS 앱이다.
개발자는 여러 모델의 스마트글래스를 직접 구입해 기기가 송출하는 UUID(범용 고유 식별자), 제조사 식별정보, 블루투스 서비스명 등을 수집했고, 앱은 이를 사전에 구축한 기기별 ‘디지털 핑거프린트’와 대조한다. 일부 기기는 블루투스 서비스명에 ‘Meta’ 또는 ‘Ray-Ban’ 같은 식별 정보를 포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앱스토어 출시 후 약 한 달 사이 확보한 이용자는 약 5000명이다. 무료 버전은 주변 기기 탐지와 추정 거리를 표시하고, 유료 ‘Zuckoff Pro’는 앱을 열어두지 않아도 백그라운드에서 감지를 지속해 호환 기기가 근처에 등장하면 알림을 보낸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연간 구독료는 9.99달러, 일회성 결제는 24.99달러로 제시돼 있다.
시들로프스키의 문제의식은 단순하다. Business Insider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스마트글래스는 일반 안경과 외형상 큰 차이가 없고, 작은 LED 하나가 촬영 여부를 알리는 사실상 유일한 외부 신호인 만큼, 제3자가 촬영 사실을 인지하기 어렵다"면서 "우리 사회는 적어도 누군가가 촬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감지’와 ‘녹화 확인’은 다르다
Zuckoff의 등장 자체는 주목할 만하지만, 이를 ‘몰래촬영 탐지기’로 과장해서는 안 된다. 이 앱은 블루투스 방송 정보와 알려진 기기 서명을 비교할 뿐이며, 스마트글래스의 카메라가 바로 그 순간 촬영 중인지, 누구의 기기인지, 촬영물이 어디로 전송되는지까지 확인할 수 없다. 즉 ‘주변에 호환 기기가 있을 가능성’을 알려주는 보조 수단일 뿐, 실제 녹화 여부나 착용자 신원까지 밝혀내지는 못한다는 얘기다.
더 큰 기술적 제약도 있다. 보도에 따르면 블루투스 식별 신호는 기기가 켜질 때, 페어링할 때 또는 충전 케이스에서 꺼낼 때 두드러지게 잡힐 수 있지만, 이미 스마트폰과 연결된 이후에는 신호 송출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멀리서 먼저 연결한 뒤 가까이 접근하는 방식이라면 앱이 포착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앱이 ‘주변 기기 존재에 관한 확률적 경보’이지, 모든 촬영 가능 기기를 빠짐없이 찾아내는 법적·기술적 보장 장치가 아니라는 뜻이다.
또 블루투스 신호세기(RSSI)를 활용한 거리 산정은 사람의 몸, 벽·유리·금속 같은 장애물, 가방이나 의복에 따른 전파 감쇠, 주변 무선 혼잡도에 큰 영향을 받는다. 앱이 제시하는 거리는 정확한 위치가 아니라 ‘근접도 추정치’로 해석해야 한다. 블루투스 감지 앱의 활용 가치는 분명하지만, 오탐·미탐 가능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
LED 안전장치, 현장 시험서 흔들려
메타는 스마트글래스 전면의 ‘캡처 LED’가 사진·동영상 촬영 때 주변인에게 이를 알리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한다. 앤드루 보스워스 메타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최근 인스타그램 영상에서 “우리는 이 카메라가 주변 사람들에게 인식되도록 설계했다”며 안경 전면의 LED가 촬영 시 점등된다고 강조했다.
메타는 LED를 가리거나 훼손하면 카메라가 작동하지 않도록 소프트웨어 대응을 강화했고, LED를 물리적으로 변조한 것으로 탐지된 스마트글래스 수천 대의 카메라 기능을 비활성화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 설명대로 영향 기기는 전체 판매량의 0.1% 미만이다. 메타가 2025년에만 스마트글래스 700만 대 이상을 판매했다고 밝힌 점을 적용하면, 0.1%는 단순 계산으로 최대 약 7000대 규모에 해당한다.
하지만 유럽 소비자단체와 감독당국의 진단은 메타의 설명보다 훨씬 비판적이다. 네덜란드 소비자협회(Consumentenbond)는 9월 10일 특수 스티커가 LED 외부 빛을 가리는 동시에 센서에는 일정 수준의 빛이 도달하게 만들어, 녹화방지 장치가 우회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현재 판매되는 형태의 메타 레이밴 카메라 안경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독일 함부르크 데이터보호감독기구도 최근 최종 보고서에서 LED가 거리·시선 각도·주변 밝기에 따라 잘 보이지 않으며, 특히 야외 또는 직사광선 아래에서는 사실상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조사 결과 2세대 제품은 이용자가 주변 환경에 관해 Meta AI와 대화하는 상황에서 LED가 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고, 1세대 역시 AI 상호작용 때는 빛이 약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기관은 안경 착용자 주변의 제3자가 녹화 사실을 인식한 뒤 유효한 동의를 할 수 있는 수준의 고지가 통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봤다.
‘개인 대응 앱’이 드러낸 제도 공백
논란의 핵심은 스마트글래스가 판매량 확대에 비해 제3자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사회적 인터페이스를 충분히 확보했느냐는 데 있다. 메타가 밝힌 2025년 판매량만 700만 대 이상인 만큼, 일상 공간에서 카메라·마이크·AI 기능을 갖춘 안경과 마주칠 가능성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구매자가 아닌 ‘주변인’을 원고로 포함한 집단소송도 제기됐다. 9월 초 수정된 소장에는 메타 스마트글래스로 촬영된 주변인의 얼굴·음성·신체 정보 등이 동의 없이 수집되고, AI 학습 과정에서 활용됐다는 취지의 주장이 담겼다. 다만 이는 원고 측 주장일 뿐 아직 법원에서 사실로 확정되지 않았으며, 메타는 해당 의혹에 동의하지 않고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유럽에서는 논점이 더 직접적으로 GDPR(유럽연합(EU)의 대표적 개인정보보호법,일반개인정보보호규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규정 EU 2016/679))의 적법성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함부르크 감독당국은 가족·친지 등 제한된 사적 영역을 벗어나 타인을 녹화하는 행위가 일반적으로 GDPR에 부합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결론을 제시했다. 특히 제3자의 얼굴·음성이 Meta AI 기능을 거쳐 모델 학습에 이용되는 경우, 단순한 ‘정당한 이익’이나 불명확한 포괄 동의로는 법적 근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감독당국의 문제 제기다.
다음 전선은 ‘자동 경고 표준’
Zuckoff 개발자는 애플과 구글이 블루투스 추적기 불법추적 방지에 도입한 ‘Detecting Unwanted Location Trackers’와 유사한 업계 표준을, 카메라 탑재 스마트글래스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행 추적기 표준은 iOS와 안드로이드 기기가 소유자와 분리된 미확인 블루투스 추적기가 사용자와 함께 이동한다고 판단할 경우 경고를 보내는 체계다. 애플과 구글은 2024년 이 같은 상호운용 표준을 내놓았다.
다만 스마트글래스에 이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AirTag류 제품은 ‘사용자를 따라다니는 위치추적’이 위험의 핵심인 반면, 스마트글래스는 공개 장소에서의 촬영·음성 수집·AI 질의·데이터 전송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 기기 근접 알림을 넘어, ▲카메라 및 마이크 작동 상태의 검증 가능한 외부 신호 ▲운영체제 차원의 표준 경고 ▲기록·차단·신고 기능 ▲제3자 데이터의 AI 학습 전송 여부에 대한 명확한 고지와 선택권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
결국 Zuckoff는 메타 스마트글래스의 프라이버시 문제를 해결한 제품이라기보다, 시장과 규제가 비워 둔 영역을 개인 개발자가 블루투스 스캐너로 메운 사례에 가깝다. ‘LED가 켜진다’는 제조사의 설계 논리와 ‘LED를 보지 못했다’는 시민의 체감 사이의 간극이 계속되는 한, 스마트글래스 경쟁은 하드웨어 판매 경쟁을 넘어 사회적 신뢰를 설계하는 경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