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타격에도 이란이 지하 시설에서 비축 부품을 활용해 탄도미사일 조립을 재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전면적인 미사일 생산망 복구라기보다, 지하화·분산화된 시설과 전쟁 전 축적한 탄두·기체·유도장치를 결합해 제한적으로 전력을 되살리는 ‘재생산 단계’로 해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미국 및 중동 관리들을 인용해 이란이 여러 지하 시설에서 기존 부품을 조립해 탄도미사일을 다시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확인된 활동 거점에는 테헤란 남동쪽 호지르(Khojir) 미사일 시설이 포함됐으며, 이란은 추가 공습을 피하기 위한 신규 지하 조립 거점도 구축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도 WSJ 보도를 인용해 이란의 생산이 재개됐지만 물량은 전쟁 이전보다 제한적이라고 보도했다.
wsj, ndtvprofit, timesofisrael, dailytimes, foxnews에 따르면, 이란이 조립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은 두 계열이다. 액체추진 미사일은 발사 직전 연료를 주입해야 하는 반면, 고체추진 미사일은 사전 충전 상태로 보관해 신속 발사가 가능하다. 따라서 고체추진 체계의 회복 여부는 이란이 ‘미사일 보유국’에 그치는지, 아니면 단기간에 연속 발사가 가능한 실전 억지력을 재구축하는지를 가르는 핵심 변수다.
이번 보도의 핵심은 이란이 완제품 미사일을 처음부터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 이전에 확보해 둔 완성 탄두, 기체, 유도·통제 장치 등 모듈을 결합하고 있다는 점이다. WSJ가 인용한 미국 관리는 이란이 보유 부품만으로도 최소 수백 발을 조립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짐 램슨 킹스칼리지런던 객원연구원 겸 전 CIA 이란 군사 분석가는 비축부품의 깊이와 작동 가능한 지하시설 수에 따라 잠재적 조립 규모가 “수백 발에서 수천 발”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90% 파괴’와 재개는 양립한다
미 국방부는 미군이 이란의 드론·탄도미사일·해군 산업 기반을 최대 90% 파괴했고, 미사일·드론 발사 능력을 크게 약화시켰다고 밝혔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4월 이란 미사일 프로그램이 “사실상 파괴됐다(functionally destroyed)”며 재보충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산업기반의 심각한 파괴와 제한적 조립 재개는 논리적으로 반드시 모순되는 것은 아니다. 전자는 화학시설, 생산라인, 고체연료 혼합 장비, 부품 제조공장 같은 지속 가능한 대량생산 능력의 타격을 뜻하고, 후자는 이미 만들어 보관해 둔 부품을 활용한 한시적·저율 조립 능력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90% 파괴’라는 표현은 이란의 미사일 산업이 복구 불능이라는 의미로 읽기 어렵다. 이란은 지상 공장과 물류망이 훼손된 상태에서도 지하 저장고 속 반제품·완제품 부품과 잔존 조립공간을 이용해 일정 기간 미사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완전한 산업생태계 회복과 재고 소진 전까지의 조립형 생산은 서로 다른 문제다.
전쟁의 병목은 ‘발사대’와 ‘연료’
이란의 미사일 재건에서 가장 큰 병목은 단순한 부품 조립이 아니라 추진제와 발사체계 복원이다. WSJ에 따르면 액체추진제 생산용 화학시설과 고체연료 생산용 산업 혼합장비가 공격으로 손상됐다. 여기에 미국의 해상 봉쇄가 고체연료 관련 부품·원료의 수입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는 이란이 당장 비축 부품으로 미사일을 조립할 수는 있어도, 장기간 고체추진 미사일을 대량 생산하기에는 공급망 제약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발사대도 변수다. 탄도미사일의 실전 위협은 미사일 재고만이 아니라 이동식발사대(TEL), 지하 사일로, 통신·지휘통제 체계, 표적정보와 탄두 재고가 결합돼야 현실화한다. 이란은 피격된 미사일 기지의 터널 입구를 복구하고 있으며, 이스라엘 군의 평가는 지하시설 내부에 보관된 무기는 상대적으로 잘 보존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연합군의 타격이 지상 인프라에는 효과적이었지만, 산악 지하화된 ‘미사일 시티’의 내부 자산을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려웠다는 점을 시사한다.
전쟁 전 이란의 탄도미사일 보유량은 공개 분석기관과 지역 안보당국 추정치에 따라 약 2500~3000발 수준으로 거론돼 왔다. 다만 이는 사거리·유형별 정의가 혼재된 추산치이며, 전쟁 이후 실제 잔존 수량은 비공개 정보에 속한다.
‘제조’보다 ‘재생’의 전쟁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은 현대 공군력 열세를 보완하기 위해 1980년대 이란·이라크전 이후 체계적으로 구축됐다. 그 결과 핵심 인프라를 한곳에 집중하는 대신, 산악지대의 지하시설과 분산된 저장·발사·조립 거점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니콜 그라예프스키 파리 시앙스포(Sciences Po) 연구자는 WSJ에 이란의 미사일 체계가 핵 프로그램보다 더 빨리 재생될 가능성이 있으며, 그 이유로 분산성과 지하화를 지목했다.
이번 생산 재개는 이란이 미국·이스라엘의 우세한 공중타격을 무력화했다는 신호는 아니다. 생산량은 여전히 전쟁 전보다 낮고, 핵심 추진제·산업설비·수입 원료의 제약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산업기반 타격 → 미사일 위협의 즉각 소멸’이라는 기대 역시 성립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하다.
더구나 이란은 최근 요르단 내 미군 주둔 공군기지에 집속탄두를 장착한 것으로 보이는 미사일을 포함한 대규모 일제사격을 감행했다. 이 공격에서 미군기지는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30발 이상을 발사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는 공격용 탄도미사일의 단가보다 방어용 요격체계의 소모 부담이 훨씬 클 수 있는 비대칭 구조를 다시 부각한다.
군사분야 전문가는 "이란 미사일 생산 재개는 ‘전면 복구’가 아니라 비축부품을 활용한 지하 조립형 재생산으로 규정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면서 "미국의 ‘산업기반 최대 90% 파괴’ 주장은 공장·연료설비·부품 제조 인프라의 손상 수준을 의미하는 반면, WSJ 보도는 그 파괴를 뚫고도 지하시설과 잔존 재고를 활용한 제한적 조립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이란이 고체추진제용 산업 혼합장비와 관련 공급망을 복구하는지다. 둘째, 지하 조립시설의 수와 실가동률이 확대되는지다. 셋째, 미사일 재고·발사대·유도체계가 결합된 실제 발사 빈도가 증가하는지다. 이 세 지표가 동반 상승할 경우, 현재의 ‘수백 발 단위 조립’ 단계는 다시 지속 생산과 지역 억지력 복원 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다. 반대로 봉쇄와 공습이 추진제·정밀부품·발사대 복구를 계속 차단한다면, 이란의 생산 재개는 기존 재고를 소진할 때까지의 제한적 버티기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