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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

[이슈&논란] "젤렌스키 탄 비행기 피격될 뻔" 활주로까지 번진 드론전쟁…‘싸게 날리고 비싸게 막는다’ 전쟁도 저비용·고효율 시대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러시아발 무인기 위협이 유럽 하늘을 가로질러 민간항공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방공망을 동시에 시험하고 있다. 몰도바 영공에 침입한 러시아 드론으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태운 항공기의 이륙이 지연되고, 루마니아가 NATO 임무에 투입된 스페인 F-18 전투기를 출격시키는 일이 벌어졌다. 독일은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에서 발견된 폭발물 탑재 드론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를 공식 지목했다.

 

euronews, cnn, euromaidanpress, kyivpost, dronexl, united24media에 따르면, 이번 사태의 핵심은 단순한 국경 월경 사고가 아니라, 유럽의 항공·물류·지원 인프라를 상대로 한 ‘저비용 고효율 압박’ 가능성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시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가스산업의 심장부까지 드론을 날려 보내며 에너지 수익기반을 겨냥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서로의 전략 후방을 향해 드론을 활용하는 가운데, 유럽은 전쟁의 지원자이자 잠재적 피해 공간으로 더 깊이 끌려들고 있다.

 

몰도바 영공 침범…젤렌스키 전용기 이륙 지연


몰도바 정부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드론이 8일 오후 몰도바 영공에 진입하면서 당국은 항공기 안전을 이유로 일시적으로 영공을 폐쇄했다. 이 조치로 출발편 3편과 도착편 4편, 총 7편의 운항이 지연됐고, 키시너우 국제공항에서 노르웨이 오슬로로 향하려던 젤렌스키 대통령 탑승 항공기도 발이 묶였다. 당국은 드론이 몰도바 영토에 추락한 사실을 확인한 뒤에야 젤렌스키 대통령의 항공기 이륙을 허용했다.

 

몰도바 당국과 유로뉴스가 공개한 시간대별 상황을 보면, 무인기는 오후 4시 20분께 처음 포착됐고, 몰도바는 4시 30분 직후 영공을 폐쇄했다. 드론은 오후 4시 37분 루마니아 영공, 즉 NATO 영공으로 넘어갔으며, 2분 뒤 NATO 강화 공중경계 임무에 배치된 스페인 F-18 전투기 2대가 루마니아 미하일 코갈니차누 기지에서 출격했다. 루마니아 레이더는 오후 5시 2분까지 드론을 추적했으나 접촉을 잃었고, 5시 7분 몰도바 상공에서 다시 탐지됐다. 이후 드론은 루마니아 국경에서 약 25km, 키시너우 공항에서 약 160km 떨어진 몰도바 리스카니 지역에 추락·폭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르웨이의 요나스 가르 스퇴레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비행기가 이륙하려 할 때 드론에 거의 맞을 뻔했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 표현은 공식 비행안전 조사 결과가 아니라 총리의 공개 발언에 근거한 것이며, 몰도바 정부가 확인한 사실은 ‘드론 경보와 영공 폐쇄로 이륙이 지연됐다’는 수준이다. 로이터 보도에서도 스퇴레 총리는 드론이 항공기에 얼마나 근접했는지, 어떤 정보에 기반해 ‘거의 맞을 뻔했다’고 판단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AP통신은 이 드론이 해바라기밭에 추락하면서 4건의 화재가 발생했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 사건은 무인기 1대의 국경 침범이 민간공항 운항, 국가 정상의 이동, NATO 전투기 긴급 출격으로 연쇄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루마니아 전투기 출격…‘싸게 날리고 비싸게 막는’ 방공 딜레마


이번에 몰도바와 루마니아 상공을 넘나든 기체의 공식 모델은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오픈소스 감시 채널들은 러시아의 신형 제트추진 공격드론 ‘게란(Геран)-4’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유로뉴스는 이 기종이 날개폭 약 3m, 전장 약 3.5m, 최대이륙중량 약 450kg이며, 최고 시속 500km, 탄두 50~90kg 탑재 능력을 가진 것으로 우크라이나 군 정보당국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기존의 느린 샤헤드 계열보다 속도가 빨라 이동식 대공화기나 저비용 요격수단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NATO 입장에서는 군사적 위협 자체보다도 ‘비용 교환비’가 더 큰 문제다. 드론 침입에 전투기를 출격시키고 고가 공대공미사일로 요격하는 방식은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은 러시아가 장거리 공격용 드론을 하루 최대 400대 생산할 수 있고, 개당 비용은 약 3만~5만달러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전투기와 수십만달러대 요격미사일에 의존하면, 대량·반복 침입 상황에서 NATO의 요격탄 재고와 예산 부담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카네기는 2025년 9월 러시아 드론 약 24대가 폴란드 영공을 침범해 바르샤바 쇼팽 공항을 포함한 4개 공항의 일시 폐쇄를 유발했다고 분석했다. 이후 NATO는 동부 전선 감시를 위한 ‘이스턴 센트리(Eastern Sentry)’ 작전을 가동했지만, 전투기 중심의 대응은 저가 드론 위협에 대한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NATO가 향후 5년간 대드론 역량에 400억달러를 투입하는 ‘드론 엣지(Drone Edge)’ 구상을 내놓은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독일 라이프치히 공항까지…우크라이나 지원망 겨눈 하이브리드 공작 의혹

 

유럽의 드론 위협은 동부 국경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독일 정부는 8월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에서 발생한 폭발물 탑재 드론 사건을 러시아가 배후에서 지시한 공격 시도로 결론 내렸다고 1일 밝혔다. 알렉산더 도브린트 독일 내무장관은 경찰 수사, 범행 양상, 정보기관 분석을 종합한 결과 사건 관련자들이 러시아 국가기관을 위해 활동했다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은 단순한 지방공항이 아니다. 민간 화물 허브이면서 NATO 물류 거점이며, 우크라이나의 안토노프 An-124 대형 화물기가 운용되는 기지이기도 하다. 로이터통신은 공항 직원들이 폭발물과 기폭장치가 장착된 드론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독일 정부는 이를 유럽 내 러시아 ‘하이브리드 작전’의 더 큰 패턴으로 규정했고, 본 주재 러시아 총영사관 폐쇄와 베를린 러시아 문화원 관련 협정 종료 등을 대응조치로 내놨다. 러시아는 독일의 주장을 ‘근거 없는 조작’이라고 부인했다.

 

이 사건은 러시아가 실제로 우크라이나 지원 물자나 항공기를 공격하려 했는지에 관한 법적·정보적 최종 판단과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그러나 독일 정부의 공식 평가는 공격 대상이 공항·물류 거점이었다는 점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선 뒤편의 지원망과 유럽 사회의 불안 심리를 함께 겨냥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독일 외무장관은 당시 “중요 인프라, 방산기업, 우크라이나 지원이 표적”이라고 밝혔고,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민간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재확인했다.

 

 

우크라이나, 러 가스 심장부 3200km 드론 타격


러시아가 유럽의 후방을 압박하는 동안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의 에너지 기반을 겨냥한 장거리 드론 공격을 확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SSO)은 9일 야말로네네츠 자치구의 노비우렌고이 가스응축물 처리시설과 인근 푸로프스키 가스응축물 처리시설을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 공격 거리가 국경에서 약 3200km로, 전면전 개시 이후 러시아 본토를 겨냥한 자국의 최장거리 타격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 발표에 따르면 노비우렌고이 시설은 연간 원유와 천연가스 1950만t을 처리하고 경유 등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곳이다. 지역 주지사도 현장 화재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타격 지점은 러시아의 야말 LNG 프로젝트에서 약 600km 떨어진 곳으로 전해진다. 우크라이나의 드론이 정유시설을 넘어 러시아 북극권 가스처리권까지 도달했다는 점이며, 이는 러시아가 더 이상 모든 에너지 후방을 안전지대로 간주하기 어렵게 됐음을 보여준다.

 

전장의 경계가 사라진다


이번 연쇄 사건은 드론이 전쟁의 보조수단이 아니라 항공안보·외교·물류·에너지 시장을 한꺼번에 흔드는 전략무기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무인기를 통해 NATO의 탐지·추적·요격 체계, 민간의 전쟁 피로도, 우크라이나 지원국의 정치적 결속을 동시에 시험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로서는 장거리 드론을 통해 러시아의 전쟁수행 능력을 떠받치는 정유·가스·물류 인프라를 낮은 비용으로 위협할 수 있다.

 

결국 유럽이 직면한 과제는 전투기 출격만 늘리는 것이 아니다. 국경을 넘는 실시간 경보 공유, 저비용 요격드론·전자전·탐지센서의 다층 방어, 민간공항과 물류시설의 대드론 방호, 주민 경보 및 대피 체계가 결합돼야 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륙 지연은 한 국가 정상의 이동 차질로 끝났지만, 다음번 드론이 대형 공항 활주로·물류 허브·발전소를 겨냥할 경우 유럽의 전쟁 리스크는 곧바로 항공 운항과 공급망, 에너지 가격의 문제로 번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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