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2025년 국내 기업들이 법인카드로 유흥업소에서 결제한 금액은 5516억원, 골프장에서 사용한 금액은 1조9726억원으로 집계됐다. 유흥업소 결제는 2년 연속 감소했지만, 골프장 지출까지 합치면 2조5242억원에 달한다.
기업의 비용통제와 준법경영 강화 기조 속에서도 전통적 접대 관행과 연계될 수 있는 법인카드 지출이 여전히 상당한 규모라는 점에서, 단순 총액보다 지출의 업무 관련성·사후 통제 수준을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룸살롱에만 3026억원
9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과 여신금융협회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유흥업소 법인카드 결제액은 5516억원이었다. 이는 같은 해 전체 법인카드 사용액 204조6606억원의 약 0.3%다. 비중으로는 작지만, 단일 업종군에서 연간 5000억원을 웃도는 법인 지출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기업의 접대비 관리와 내부통제 문제를 다시 부각시킨다.
유흥업소 유형별로는 룸살롱 결제액이 3026억원으로 가장 컸다. 전체 유흥업소 법인카드 결제액의 54.9%를 차지한 수준이다. 이어 단란주점 1173억원, 기타 유흥주점 682억원, 극장식 식당 488억원, 나이트클럽 147억원 순이었다. 룸살롱과 단란주점 두 업종의 합계는 4199억원으로 전체의 약 76.1%에 이른다. 즉 유흥업소 법인카드 지출의 4분의 3 이상이 전통적인 접대 성격이 강한 두 업태에 집중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팬데믹 저점 뒤 반등, 최근 2년 감소
유흥업소 법인카드 사용은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급감한 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반등했다. 2020년 4398억원이던 결제액은 2021년 2120억원으로 절반가량 줄었지만, 2022년 5638억원으로 다시 뛰었고 2023년에는 6244억원으로 최근 6년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이후 2024년 5962억원, 2025년 5516억원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결제액은 2023년 고점보다 728억원, 약 11.7% 줄었다. 전년인 2024년과 비교해도 446억원, 약 7.5% 감소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직전인 2020년과 견주면 1118억원, 약 25.4% 많다. “회식·접대 문화가 줄었다”는 사회적 인식과 달리, 팬데믹 이전 수준을 여전히 웃도는 법인카드 지출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년간 유흥업소 법인카드 결제 누적액은 2조9878억원으로, 사실상 3조원에 육박했다.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4980억원이다. 최근 2년의 감소세는 분명하지만, 이를 곧바로 접대 관행의 구조적 해소로 읽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골프장 법카는 유흥업소의 3.6배
주목할 대목은 골프장 법인카드 사용액이다. 2025년 골프장에서 결제된 법인카드 금액은 1조9726억원으로, 유흥업소 결제액의 약 3.6배에 달했다. 골프장 지출은 전년 2조585억원보다 4.2% 감소했지만, 2021년 이후 매년 2조원 안팎의 규모를 지속하고 있다.
골프장 법인카드 결제액은 2020년 1조5195억원에서 2021년 1조9160억원으로 증가했고, 2022년에는 2조1625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23년 1조8712억원, 2024년 2조585억원, 2025년 1조9726억원으로 등락을 반복했다. 6년 누적액은 11조5003억원으로, 같은 기간 유흥업소 법인카드 지출의 약 3.8배다.
골프장 결제액 역시 모든 지출을 접대비로 간주할 근거는 부족하다. 기업 임직원의 복리후생, 공식 행사, 고객·협력사 미팅, 회원권·시설 이용 등 다양한 목적이 섞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래처 관계 관리와 영업 활동이 결합되기 쉬운 업종 특성상, 고액·반복 결제나 휴일·원거리 이용, 특정 임원 또는 부서 집중 사용 등에 대해서는 기업 차원의 정밀한 점검이 요구된다.
숫자보다 중요한 ‘누가·왜·어떻게 썼나’
이번 수치는 법인카드가 실제로 결제된 가맹점 업종별 금액을 보여주는 통계이지, 불법 지출이나 세법상 비용 부인 규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개별 결제의 업무상 필요성, 지출 승인자, 동석자, 거래 상대방, 시간·장소, 증빙 서류, 회사 규정 준수 여부는 공개된 집계 통계만으로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상장사와 대기업을 중심으로 ESG 경영, 내부회계관리제도, 준법감시, 감사위원회 책임이 강화되는 환경에서 법인카드 관리의 기준은 더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 특히 ▲유흥·골프 업종 결제의 사전승인 원칙 ▲임원 개인카드와 법인카드 사용 내역의 분리 ▲참석자·업무 목적·거래 상대방 기재 의무 ▲휴일·심야·해외 사용 자동경보 ▲고액·반복 지출의 독립적 사후감사 ▲비용처리 및 세무증빙의 교차 검증이 실효성 있는 통제 장치로 거론된다.
문진석 의원은 "접대성 지출 관행과 법인카드 사용 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면서 "법인카드 사용에 있어 정상 영업활동에 필요한 지출과 사적·관행적 지출의 경계를 데이터로 관리하는 방식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