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국제 공동연구진이 빅뱅 이후 약 21억년이 지난 초기 우주에서 형성 중이던 원시 초은하단(proto-supercluster) ‘COSMOS-z3.1-A’를 발견했다. 질량은 우리은하의 약 5000배로 추정되며, 현재까지 확인된 원시 초은하단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의, 가장 먼 구조라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phys, earth, eurasiareview, eurekalert, noirlab에 따르면, 이는 약 120억년 전의 우주를 관측한 결과로, 오늘날 거대한 은하단과 초은하단이 어떤 경로로 만들어졌는지를 3차원 데이터로 되짚을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The Astrophysical Journal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ODIN: Characterizing the Three-dimensional Structure of Two Protocluster Complexes at z=3.1’이며 DOI는 10.3847/1538-4357/ae8091이다.
발견의 핵심은 단순히 먼 은하 집단 하나를 찾아낸 데 있지 않다. COSMOS-z3.1-A는 장차 여러 은하단이 결합한 ‘은하단들의 집합’, 즉 초은하단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구조다. 통상 은하단은 수백∼수천 개 은하와 대량의 암흑물질이 중력으로 결합한 우주 최대급의 중력 결합 구조를 뜻한다. 반면 이번 천체는 아직 완전히 안정화되지 않은 여러 은하 집단이 한데 모이는 과정에 있어, 성숙한 은하단의 전신인 원시은하단(protocluster)을 넘어선 원시 초은하단으로 분류됐다.
‘150개 후보’에서 찾아낸 극단값
연구진은 한국천문연구원(KASI)·한국고등과학원(KIAS)·미국 퍼듀대·럿거스대 등이 공동 운영하는 ODIN(One-hundred-deg² DECam Imaging in Narrowbands) 탐사 자료를 기반으로 분석을 시작했다. ODIN은 칠레 세로톨로로 미주천문대(CTIO)의 NSF 비크토르 M. 블랑코 4m 망원경에 설치된 암흑에너지카메라(DECam)를 활용하는 협대역 영상 탐사다. DECam은 5억7000만 화소급 해상도와 넓은 시야를 갖추고 있으며, 연구진은 최근 3년간 100일이 넘는 관측을 통해 남반구 하늘의 깊은 영상을 수집했다.
ODIN 탐사에서 확인된 초기 우주의 원시은하단 후보는 총 150개다. 이들은 우주 나이가 약 10억∼30억년이었을 때 형성된 구조로, 지구에서 약 100억∼120억 광년 떨어진 영역에 분포한다. 연구진은 그중 은하 과밀도가 특히 높게 나타난 COSMOS-z3.1-A와 COSMOS-z3.1-C 두 구조를 정밀 추적 대상으로 선정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초기 영상 관측만으로는 은하들이 하늘의 같은 방향에 투영돼 보일 뿐, 실제로 같은 거리와 같은 구조에 속하는지를 확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연구팀은 분광 관측으로 각 은하의 적색편이와 거리를 측정하고, 2차원 영상 자료와 결합해 실제 공간상의 분포를 복원했다. z=3.1이라는 명칭은 관측 대상의 적색편이를 가리키며, 우주 팽창으로 인해 빛의 파장이 길어지는 정도를 통해 먼 우주의 시공간 위치를 추정하는 천문학적 표지다.
‘2차원 점’을 3차원 우주지도로
후속 관측에는 미국 애리조나주 킷피크 국립천문대의 니컬러스 U. 메이얼 4m 망원경에 장착된 DESI(Dark Energy Spectroscopic Instrument), 칠레 제미니 사우스 망원경의 GMOS(Gemini Multi-Object Spectrograph), 하와이 켁 II 망원경의 DEIMOS(DEep Imaging Multi-Object Spectrograph)가 동원됐다. 특히 DESI는 한 번에 최대 5000개 은하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다천체 분광장비로, 이번 구조의 입체적 복원에 핵심 역할을 했다.
그 결과 COSMOS-z3.1-A에서는 서로 구분되는 은하 밀집 영역 10개, COSMOS-z3.1-C에서는 4개가 확인됐다. 두 구조 모두 오늘날 인근 우주에서 관측되는 둥글고 상대적으로 안정된 은하단과 달리, 여러 덩어리가 흩어져 있고 길게 늘어진 불규칙한 형상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들 구조가 시간이 흐르면 국부 우주에서 가장 거대한 은하단 중 하나로 꼽히는 코마 은하단(Coma Cluster)보다 더 무거운 구조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COSMOS-z3.1-A는 당시 우주 나이 21억년 시점에 이미 우리은하 약 5000배의 질량을 갖춘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대규모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도 이에 견줄 만한 구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으며, 반다나 라마크리슈난 퍼듀대 연구팀장은 “COSMOS-z3.1-A는 우주에서 가장 극단적이고 밀도가 높은 영역을 대표한다”며 “이런 구조는 은하단 1만 개당 1개 미만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주 거미줄’ 교차점의 증거
이번 연구가 기존의 고적색편이 원시은하단 관측과 구별되는 대목은, 개별 은하의 밀집 여부를 넘어 이 구조들이 더 큰 ‘우주 거미줄(cosmic web)’ 안에서 어디에 놓이는지를 3차원적으로 제시했다는 데 있다. 우주 거미줄은 암흑물질과 기체, 은하가 필라멘트 형태로 연결되고, 이 필라멘트가 만나는 교차점에 은하단과 대형 구조가 성장하는 우주 대규모 구조의 틀을 뜻한다.
연구진은 COSMOS-z3.1-A와 COSMOS-z3.1-C가 여러 우주 필라멘트의 교차점에 자리하며, 매끈한 단일 구조가 아니라 다수의 작은 덩어리로 이루어졌다는 점을 확인했다. 먼 우주에서 이런 비정형 하위 구조와 필라멘트 연결성을 직접 3차원 관측으로 파악한 것은 처음이라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는 현재 우주론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상향식(bottom-up) 구조 형성’ 모형을 관측적으로 뒷받침한다. 이 모형에서는 암흑물질이 우선 작은 중력 우물을 만들고, 가스와 은하가 그곳으로 유입되며, 작은 집단들이 병합을 거듭해 은하군·은하단·초은하단으로 성장한다. 이번 3차원 지도에서 드러난 여러 은하 덩어리는 향후 중력에 의해 더 큰 구조로 붕괴·병합해, 현재 우주에서 관측되는 비교적 둥글고 안정된 은하단의 전 단계가 될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참여의 의미와 다음 관측
이번 성과에는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진이 참여했고, 문병하 박사가 후속 분광 관측과 3차원 구조 분석에 참여했다. 한국천문연구원과 국내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번 방법론은 향후 원시은하단 내부의 중심부와 외곽부를 구분하고, 물질과 은하가 공급되는 필라멘트의 연결 구조를 정밀 추적하는 데 활용될 전망이다.
향후 관측의 분기점은 NSF·미 에너지부(DOE)가 공동 추진하는 베라 C. 루빈 천문대의 LSST(Legacy Survey of Space and Time)가 될 가능성이 크다. 루빈 천문대는 남반구 하늘의 광범위한 영역을 수일 간격으로 반복 촬영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시계열 관측 자료를 생산할 계획이다. ODIN의 깊은 협대역 영상과 루빈 천문대의 광역 관측을 결합하면, 초기 우주 원시은하단부터 현재 우주의 성숙한 은하단까지 성장 궤적을 훨씬 촘촘히 추적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한다.
이번 발견은 “초기 우주에 거대 구조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구조가 완성된 천체가 아닌 형성 과정의 현장이었다는 데 더 큰 뉴스 가치가 있다. 빅뱅 후 불과 21억년 만에 은하단 10개가 자랄 토대가 한 영역에 형성돼 있었고, 그 토대가 우주 거미줄의 교차점과 연결돼 있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COSMOS-z3.1-A는 우주 최대 구조가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중력과 암흑물질, 가스와 은하의 병합이 만들어낸 거대한 ‘건설 현장’의 가장 이른 관측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