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1공장이 시험 가동을 앞두고 2나노미터(㎚) 예정 생산물량을 사실상 채웠다는 업계 보도가 나왔다. 삼성전자가 고객별 수주, 공장별 생산능력 배정, 수율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선단공정 수주 확대와 미국 현지 공급망 수요가 맞물리며 삼성 파운드리의 회복 기대를 키우는 신호로 해석된다.
문화일보는 8일 업계 취재를 인용해 테일러 팹이 이르면 9월 말 시범 가동에 돌입하며, 테슬라의 AI5 칩, 브로드컴의 차세대 통신용 반도체, Arm의 AI 칩 관련 수요가 이어져 2나노 생산예정 물량이 ‘풀케파’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도 같은 내용을 인용 보도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에 배정된 고객과 제품, 계약 물량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테일러 1공장은 2027년 고객사 대상 양산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월 웨이퍼 투입능력 5만 장, 9월 말~10월 초 시험 가동 등의 수치와 일정은 업계 보도에 기반한 전망치로, 실제 상업 생산 시점과 생산성은 고객 인증 및 수율 안정화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
테일러 공장은 삼성전자가 2022년부터 총 370억 달러를 투자해 조성 중인 생산기지로, 미국 내 첨단 로직 반도체 공급망을 현지화하는 전략의 핵심 축이다. 초기 투자액으로 알려졌던 170억 달러보다 대폭 확대된 수치이며, 프로젝트의 사업적 무게를 보여준다.
이번 보도의 핵심은 단순히 주문이 늘었다는 데 있지 않다. 선단공정 경쟁의 본질인 수율 개선과 대형 고객의 설계 채택이 동시에 나타났다는 데 있다. 문화일보는 삼성전자의 2나노 수율이 올해 초 약 60%에서 최근 양산 가능 수준으로 평가되는 80%대까지 올라선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수율은 투입한 웨이퍼 가운데 고객이 판매 가능한 정상 칩을 얼마나 얻는지를 뜻한다. 예컨대 같은 월 5만 장의 웨이퍼를 투입하더라도 수율이 60%에서 80%로 올라가면, 고객에게 인도할 수 있는 유효 다이(die)와 공장 경제성은 크게 개선된다. 선단공정에서는 수율이 고객 수주, 가격 협상력, 제조원가, 감가상각 부담 회수 속도를 동시에 좌우한다.
삼성전자는 수율 수치 자체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2026년 2분기 실적발표에서 선단공정 수주 모멘텀이 뚜렷해지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주요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CSP)와 AI·HPC 고객으로부터 2나노 프로젝트를 확보해 설계 단계에 들어갔으며, 브로드컴을 포함한 주요 고객과 추가 프로젝트를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2026년 2나노 프로젝트 수주 건수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서 구분할 대목도 있다. 삼성전자의 공식 발언은 ‘주요 CSP 및 AI·HPC 고객의 2나노 프로젝트 확보’와 ‘브로드컴 등과의 협의’다. 반면 테일러 공장의 구체적 고객이 테슬라·브로드컴·Arm이며 이들 물량으로 생산능력이 모두 채워졌다는 내용은 문화일보와 이를 재인용한 해외 매체의 보도에 기반한다. 브로드컴이 테일러 2나노의 확정 고객인지, 특정 프로젝트가 어느 공장에서 생산될지는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세부 확인하지 않았다.
삼성 파운드리의 회복세 자체는 회사의 공식 실적발표에서도 확인된다. 삼성전자는 2분기 파운드리 매출이 메모리 HBM 베이스 다이 수요와 미국 고객 중심 제품 수요 증가에 힘입어 증가했고, 인센티브 관련 비용 반영 전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하반기에는 미국·중국 핵심 고객의 전 공정 수요 확대로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대한다고 제시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2026년 파운드리 매출에서 선단공정 비중이 50%를 넘고, AI·HPC 응용처 비중은 2025년 10%대 후반에서 올해 30%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삼성 파운드리의 회복이 범용 모바일 물량보다 AI 가속기, HPC, HBM 관련 베이스 다이, 맞춤형 칩 등 고부가 제품 중심의 믹스 개선에 기반한다는 의미다.
일부 보도는 평택 P2·P3 라인의 올해 1분기 가동률이 80%까지 상승했다고 전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전 노드에서 전년 대비 가동률이 개선됐고, 8나노 이하 선단 노드는 완전 가동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을 뿐, 전체 파운드리의 분기별 가동률이나 4나노 단독 가동률을 수치로 공시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테일러 팹의 풀케파 보도가 곧바로 삼성 파운드리의 전면적 흑자 전환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신규 팹은 초기에는 장비 감가상각, 고객 인증, 수율 안정화, 패키징·테스트 공급망, 공정 전환 비용이 함께 발생한다. 월 5만 장의 명목 캐파가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이어지려면 고객별 테이프아웃, 엔지니어링 웨이퍼, 초기 램프업을 거쳐 안정적인 양산 물량으로 전환돼야 한다.
테일러 공장의 전략적 가치는 미국 내 AI 칩 공급망을 현지에서 묶는 데 있다. 트렌드포스는 테일러 팹의 주문 후보로 테슬라 AI5·AI6, 브로드컴의 차세대 통신 반도체, Arm의 스마트기기용 AI 칩을 언급했다. 특히 테슬라 물량은 자동차용 자율주행 칩과 AI 인프라용 칩이라는 복수의 확장 가능성을 지닌 앵커 고객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2026년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2세대 2나노 기반 신규 모바일 제품 양산을 시작하는 한편, 주요 4나노 고객의 LPU 제품 양산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AI 추론용 반도체 수요가 모바일·자동차·데이터센터를 가로지르면서, 파운드리의 고객 포트폴리오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중심에서 AI·HPC 중심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테일러의 2나노 채택 공정은 삼성의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반 선단공정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대량 양산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고객 입장에서는 TSMC에 대한 공급 집중 위험을 낮추고 미국 내에서 첨단 칩을 조달할 수 있는 대안이 생긴다. 반대로 삼성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약점으로 거론돼 온 선단공정 수율과 고객 신뢰도를 동시에 회복할 시험대가 된다.
삼성전자는 테일러 2공장을 올해 말 착공하고 2030년 양산을 목표로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장비 협력사들에 2공장 반입 장비의 SEMI 안전 인증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2나노 경쟁도 빨라지고 있다. 인텔은 18A(약 2나노급) 및 차세대 14A 공정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일본 라피더스도 홋카이도에서 2나노 시범 웨이퍼 투입 단계에 들어갔다고 문화일보는 전했다. TSMC의 선단공정 지배력이 여전히 강한 상황에서, 삼성의 반격 성패는 공장 건설 속도보다 고객 제품의 양산 안정성, 수율, 공급 능력, 후공정 생태계 확보에 달려 있다.
결국 ‘시험 가동 전 2나노 풀케파’는 삼성 파운드리에 분명한 호재다. 그러나 이 소식의 진짜 가치는 2027년 테일러 팹이 계획대로 고객 양산에 들어가고, 수율과 가동률을 장기간 유지하며, 이를 2공장 투자로 연결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수주의 양이 아니라 수주의 질, 그리고 고객 설계가 매출과 이익으로 전환되는 속도가 삼성 파운드리 부활의 최종 성적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