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영홈쇼핑이 ‘국내산’으로 판매한 홍어무침과 손질가자미의 원산지 표시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판매 규모는 9935개, 약 2억8400만원. 아직 수사와 검찰 송치 이전 단계여서 법적 위반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참기름 원산지 논란과 한우불고기 젖소 DNA 검출 등 반복된 식품 사고를 고려하면 공영 유통 플랫폼의 사전 검증 체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근본적 의문을 낳는다.
홍어·가자미 9935개, ‘국내산’ 표기 뒤 수사
공영홈쇼핑이 판매한 홍어무침과 손질가자미가 외국산을 국내산으로 표시해 판매됐다는 혐의로 해양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9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북 군산해양경찰서 외사과는 관련 첩보를 입수한 뒤 지난 2월 27일 공영홈쇼핑에 원산지 위반 가능성을 통보했고, 3월 19일 관계자 소환 조사를 거쳐 5월 27일 공영홈쇼핑을 압수수색했다.
판매액은 적지 않다. 홍어무침은 2025년 9월과 2026년 1월 두 차례 방송을 통해 7331개가 판매됐으며 판매액은 약 1억8200만원으로 집계됐다. 손질가자미도 2025년 2월과 2026년 1월 두 차례 방송에서 2604개, 약 1억200만원어치가 팔렸다. 두 제품을 합하면 총 9935개, 판매액은 약 2억8400만원이다. 상품 판매 당시 소비자에게 제시된 원산지는 국내산이었다.
공영홈쇼핑은 원료 제조·납품 과정에서 협력업체가 허위 정보를 제공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고, 수사 결과에 따라 소비자 환불 등 후속 조치를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구매 결정이 ‘국내산’이라는 표시에 기초했다는 점에서, 제조사의 일탈 여부와 별개로 플랫폼 운영자가 어떤 검증을 했고 무엇을 놓쳤는지는 피할 수 없는 검증 대상이다.
반복된 식품 사고, 축적된 신뢰 적자
이번 수산물 원산지 논란이 유독 무겁게 읽히는 이유는 공영홈쇼핑이 처음 겪는 식품 표시·품질 논란이 아니라는 데 있다. 공영홈쇼핑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판로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공공 성격의 홈쇼핑 채널이다. 일반 민간 유통업체보다 높은 공신력을 전제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만큼, 식품의 안전성과 표시 정확성은 단순한 상품관리 영역을 넘어 공공 신뢰의 문제다.
대표적인 사례는 ‘한우불고기’ 논란이다. 공영홈쇼핑은 2023년 추석 무렵 한우불고기 제품을 판매했는데, 공인 시험기관 검사에서 젖소 DNA가 검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공영홈쇼핑이 이를 인지한 뒤 교환·반품 등 조치를 즉시 취하지 않고 약 한 달가량 지난 뒤 대응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관련 임직원 2명은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해당 불고기 제품의 제조업체 대표는 이후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2024년 9월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수사기관은 이 업체가 젖소 고기 52kg을 섞은 불고기 6만3000kg을 ‘한우 100%’로 표시해 공영홈쇼핑을 통해 약 1만3000명에게 판매한 것으로 파악했다. 판매 규모는 약 6억원이었다. 제조업체의 형사책임과 홈쇼핑 사업자의 품질관리 책임은 법적으로 구분되지만, 판매 전·후 관리의 허점이 공공 플랫폼의 신뢰를 훼손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2021년에는 수입 참깨로 제조한 참기름을 국내산으로 판매한 사안도 불거졌다. 충북 충주의 한 농업회사법인 대표가 중국산·인도산 참깨 60t을 원료로 만든 참기름을 국내산으로 속여 판매하다 적발됐고, 해당 제품은 공영홈쇼핑과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유통됐다. 당시 공영홈쇼핑은 구매자를 상대로 환불 절차에 들어갔다. 다만 원산지 거짓 표시는 식품위생법상 ‘위해식품’과는 별개로 취급돼 행정기관의 강제 회수명령 대상이 되기 어려웠고, 소비자는 자발적으로 환불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도 드러났다.
최 의원실은 공영홈쇼핑이 2020년 이후 참기름, 한우불고기, 멸균처리 논란이 제기된 궁중도가니탕, 품질 저하 논란의 삼계탕 등을 포함해 총 6차례 소비자 환불을 진행했으며, 환불 규모가 23억5400만원을 넘는다고 집계했다.
문제는 납품사가 아니라 검증망
공영홈쇼핑은 제조업체의 허위 납품 가능성을 앞세우고 있다. 실제로 원산지 거짓 표시나 축산물 혼입의 직접 행위자는 제조·가공·원물 공급 단계에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홈쇼핑은 단순 광고 플랫폼이 아니다. 상품기획(MD), 입점 심사, 품질보증(QA), 방송 전 표기 검토, 소비자 민원 대응을 거쳐 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유통사업자다. 특히 공영홈쇼핑은 자체적으로 품질보증(QA)와 소비자상품평가위원회 운영 체계를 공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시스템이 서류 수취와 형식적 현장 점검에 머물렀을 가능성이다. 원산지는 단순한 제품 라벨 항목이 아니라 원물 구매, 수입·통관, 가공, 재고, 출고, 판매 전 과정에서 교차 검증해야 하는 정보다. 납품사가 제출한 원산지 증명서나 거래명세서만 확인하는 방식이라면, 서류가 허위이거나 원료가 중간 단계에서 바뀌었을 때 판매자는 소비자에게 사실상 무방비 상태가 된다.
수산물과 축산물은 특히 고위험 품목이다. 수산물은 원물 수입·가공·해동·혼합 과정이 복잡하고, 축산물은 원재료 혼입 여부가 가공 이후 육안으로 판별되기 어렵다. 따라서 공영홈쇼핑은 판매량, 판매액, 원산지 프리미엄, 과거 위반 이력 등을 기준으로 품목별 위험도를 산출해 검사 강도를 달리해야 한다. ‘국내산’ 프리미엄을 전면에 내세운 상품은 일반 제품보다 높은 수준의 사전 검증을 받는 것이 상식에 가깝다.
공익목적 기관으로서의 책임있는 역할
공영홈쇼핑은 중소기업 판로 지원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가진 기관이다. 그렇기에 협력사의 허위행위 가능성을 이유로 책임을 외부화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공공 유통채널의 책무는 좋은 상품을 방송에 올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소비자가 믿고 결제한 ‘국내산’이라는 약속을 원료 단계부터 끝까지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홍어무침·손질가자미 사건은 아직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이미 드러난 판매 규모와 반복된 식품 논란만으로도 공영홈쇼핑의 사전 검증 체계는 시험대에 올랐다. 수사 결과가 원산지 위반으로 결론 날 경우 이는 단순히 납품업체 한 곳의 일탈이 아니라, 공공기관 간판을 내건 홈쇼핑의 신뢰관리 시스템이 다시 무너진 사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