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미국에서 데이터센터 증설이 전력망 부담·용수·토지 이용을 둘러싼 지역사회 반발에 부딪히자, 글로벌 빅테크와 에너지 개발업체들이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를 차세대 AI 컴퓨팅 거점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스타게이트 아르헨티나’를 포함한 핵심 사업은 대부분 의향서·부지 검토·투자자 유치 단계여서, 파타고니아가 실제 글로벌 AI 인프라 허브로 도약할지는 송전망·광통신망·자금조달·확정 고객 계약을 얼마나 빨리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의 데이터센터 갈등, 해외 이전 압력으로
gadgetreview, cryptopolitan, energynewsbeat, reuters, bloomberg, futura-sciences에 따르면, AI 확산은 데이터센터 입지 경쟁을 단순한 부동산 개발 문제가 아니라 전력·환경·지역정치가 결합된 인프라 경쟁으로 바꾸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소비가 2025년 약 485TWh에서 2030년 약 950TWh로 거의 두 배로 증가해 세계 전력수요의 약 3%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AI 최적화 데이터센터가 수요 증가를 주도한다는 분석이다.
미국에서는 이 수요가 전력망 연결 지연, 전기요금 전가 우려, 대규모 토지 전용, 디젤 백업발전기와 소음·물 사용 문제 등과 맞물리며 지역 단위의 정치 쟁점으로 번지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시민 반대로 2026년 1분기에만 최소 75개의 데이터센터 사업, 약 1,300억달러 규모의 건설계획이 취소되거나 지연됐다고 집계했다. 이는 2025년 한 해 동안 영향을 받은 프로젝트 수와 대략 맞먹는 수준이다.
상징적 사례는 버지니아주 프린스윌리엄카운티의 ‘디지털 게이트웨이’다. 블랙스톤 계열 QTS는 매너서스 국립전적지 공원 인근 약 2,100에이커 부지에 데이터센터 단지를 조성하려 했지만, 법원이 카운티의 용도변경 승인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뒤 7월 버지니아주 대법원 상고를 철회했다. 이로써 수년간 주민들과 이어진 법적 다툼 끝에 프로젝트는 사실상 종료됐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핵심은 AI 인프라 투자에서 자본과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향후 데이터센터 사업의 승패는 ‘얼마나 싸게 전기를 조달하느냐’뿐 아니라, 주민 수용성과 인허가의 예측 가능성을 프로젝트 원가에 얼마나 반영하느냐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파타고니아의 조합…저온·바람·가스·광활한 부지
로이터는 7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가 서늘한 기온, 풍력·수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자원, 바카 무에르타(Vaca Muerta) 셰일가스, 넓은 미개발 토지를 앞세워 대형 데이터센터 후보지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네우켄(Neuquén)과 추부트(Chubut)는 발전 자원과 토지, 상대적으로 낮은 인구밀도를 결합할 수 있는 지역으로 거론된다.
데이터센터는 전력다소비형 산업이다. IEA는 100MW급 데이터센터 한 곳이 약 10만 가구가 사용하는 수준의 전력을 쓸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500MW급 시설은 단순히 ‘서버를 짓는 사업’이 아니라 발전원·송전선·변전설비·전력구매계약(PPA)·비상전원 체계를 묶어 설계해야 하는 대형 에너지 프로젝트에 가깝다.
파타고니아의 기후는 냉각 비용 측면에서 유리한 요소다. 외기 냉각을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 냉각설비의 전력 사용량과 물 사용량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서늘한 기온이 데이터센터의 경제성을 자동으로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AI 데이터센터는 고밀도 GPU 랙에서 막대한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저온 환경이라도 전력 계통, 냉각 방식, 설비 이중화, 수자원·폐열 처리 방식에 따라 실제 운영비와 환경 부담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풍력 잠재력도 파타고니아의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풍력 자원이 풍부하다’는 사실과 ‘24시간 안정적으로 AI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풍력·태양광의 변동성을 보완하려면 저장장치, 수력·가스 발전, 장거리 송전망, 또는 대규모 전력구매계약이 함께 구축돼야 한다. 결국 파타고니아의 경쟁력은 재생에너지 단독이 아니라 풍력·수력·가스와 계통 인프라를 조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500MW·250억달러 ‘스타게이트’의 현실성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사업은 오픈AI와 아르헨티나 개발업체 Sur Energy가 추진 의향을 밝힌 ‘스타게이트 아르헨티나’다. 양사는 2025년 10월 최대 500MW 규모의 AI 컴퓨팅 데이터센터 개발을 위한 의향서(LOI)를 체결했고, 최대 투자 규모는 250억달러로 제시됐다. Sur Energy는 이 사업이 아르헨티나 대규모 투자 인센티브 제도인 RIGI 틀 안에서 추진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500MW와 250억달러는 현 시점에서 완공 용량과 확정 집행액이 아니라, 전면 확장 시나리오의 상한치로 읽는 편이 타당하다. 사업의 성격도 오픈AI가 직접 건설·소유하는 단일 프로젝트라기보다, 현지 개발사와 글로벌 클라우드 인프라 공급자, 전력사업자, 컴퓨팅 용량 구매자가 결합하는 복합형 인프라 모델에 가깝다. 아르헨티나 정부 발표에 따르면 오픈AI는 주요 컴퓨팅 용량 구매자로 참여하는 구조가 제시됐다.
RIGI는 이 같은 장기·대규모 프로젝트를 유치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보도에 따르면 최소 2억달러 규모의 외화 투자 요건을 충족하는 대형 투자에 세제·외환·통관 관련 혜택과 장기적 규제 안정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제도상 인센티브가 있다고 해도, 아르헨티나의 국가위험, 환율·자본 이동 규제의 변화 가능성, 정권 교체 리스크, 달러 표시 장기 자금조달 비용은 여전히 글로벌 투자자가 따져볼 변수다.
결국 파타고니아의 부상은 ‘빅테크가 미국을 떠난다’는 단선적 이야기가 아니라, AI 인프라의 입지 경쟁이 전력가격 중심에서 사회적 수용성·규제 예측성·국제 연결성까지 포함하는 종합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미국의 지역 반발은 프로젝트 리스크를 키우고, 아르헨티나는 저온 기후와 자원, RIGI 인센티브를 내세워 그 빈틈을 파고들고 있다.
다만 현재 공개된 파타고니아 프로젝트들은 상당수가 제안·의향·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파타고니아가 차세대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가 될지, 혹은 풍부한 자원에도 계통·광통신·금융·계약의 벽을 넘지 못한 대형 청사진으로 남을지는 2026~2027년 최종 투자결정과 실제 착공 여부가 가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