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달은 우리 것(The Moon Is Ours)”이라는 문구와 성조기를 담은 이미지를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우주 패권 경쟁을 ‘영토 소유’의 언어로 압축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같은 시기 공개한 미 우주군 차세대 정복 시안은 나치 독일의 군복 미학과 SF 악당 이미지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더 본질적인 문제는 달을 국가 소유물처럼 묘사한 정치적 메시지가 1967년 발효된 국제우주조약의 핵심 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데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동절 연휴 기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에 “THE MOON IS OURS”라는 문구와 성조기를 넣은 달 표면 이미지를 게시했다. 해당 게시물은 별도 설명이나 정책 발표문을 동반하지 않은 이미지형 게시물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기간 ‘미 우주군 차세대 정복’으로 보이는 이미지와 군사·우주 패권을 연상시키는 인공지능(AI) 생성물로 추정되는 게시물을 연이어 올리면서, 단순 밈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정치적 파장을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노동절 연휴에 트루스소셜에 60여 건의 게시물을 올렸다.
논란의 중심에는 ‘달의 소유’라는 표현이 있다. 국제법상 미국은 달에 대한 영유권이나 주권을 선언할 수 없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 우주국들이 당사국인 1967년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 제2조는 “달과 기타 천체를 포함한 우주는 주권 주장, 이용 또는 점유, 또는 그 밖의 어떠한 수단에 의해서도 국가적 전유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미국은 이 조약을 1967년 10월 10일 비준·발효시켰다.
조약은 여기서 더 나아간다. 제1조는 우주와 달의 탐사·이용이 모든 국가의 이익을 위해 이뤄져야 하며, 모든 국가가 차별 없이 동등한 조건에서 접근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제4조는 달과 다른 천체를 “평화적 목적”으로만 이용하도록 하고, 군사기지·군사시설·요새의 설치, 무기 시험, 군사훈련을 금지한다. 즉, 미국 국기를 단 우주선이나 미국이 만든 달 기지가 존재하더라도 달 표면 자체가 미국의 영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우주조약 제8조가 인정하는 것은 등록국이 자국이 발사한 우주물체와 그 탑승 인원에 대해 갖는 관할권·통제권이지, 그 우주물체가 도착한 천체 전체에 대한 영유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은 공식 외교문서나 조약 탈퇴 선언이 아니므로, 그 자체로 국제법상 달의 지위를 바꾸지는 않는다. 실제로 해외 보도들은 이 게시물을 정책 발표가 아니라 AI 생성 또는 디지털 합성 이미지가 포함된 SNS 연속 게시물의 일부로 해석했다. 다만 국가 수반의 발언은 법적 효력과 별개로 외교적 신호가 될 수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달 착륙, 달 자원, 달 궤도 인프라를 둘러싼 경쟁이 심화되는 국면에서는 ‘소유’와 ‘정복’의 언어 자체가 국제 협력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상징 자본이 될 수 있다.
이번 게시물에는 차세대 미 우주군 정복으로 묘사된 디자인 이미지도 포함됐다. 검은색과 회색 계열의 입식 칼라 재킷, 검은 장화, 벨트, 모자, 우주군 휘장 등을 조합한 복장이다. 이미지 설명에는 이 제복이 1997년 영화 ‘스타쉽 트루퍼스(Starship Troopers)’의 제복에서 “규율과 기능성”을 얻어 우주 영역의 수호자들에게 맞게 현대화했다는 취지의 문구가 담겼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문제는 ‘스타쉽 트루퍼스’가 단순한 미래 전쟁영화가 아니라 군국주의와 파시즘을 풍자한 작품으로 널리 해석돼 왔다는 점이다. 폴 버호벤 감독은 영화 속 제복과 사회상이 나치의 시각 언어를 의도적으로 환기하도록 설계됐다는 취지로 설명해 온 인물이다. 이에 따라 온라인에서는 해당 복장이 독일 나치 군복 또는 ‘스타워즈’ 속 은하제국의 악당 의상과 닮았다는 반응이 나왔고, 일부는 ‘우주군’ 대신 ‘우주 나치군’이라는 조롱 섞인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객관적 제복 계보의 판정이라기보다 온라인 이용자와 평론적 반응의 영역이지만, 제작 의도상 파시즘 풍자가 내장된 영화의 미학을 실제 군 조직의 상징에 차용했다는 사실은 정치적 부담이 크다.
미 우주군은 트럼프 대통령 재임기였던 2019년 창설된 미군의 독립 군종이다. 그러나 실제 우주군의 임무는 달 정복이 아니라 위성 운용, 우주 기반 미사일 경보, 위성통신, 우주영역 인식, 항법·위치·시간 정보 등 지구 궤도 기반 전략자산의 보호와 운용에 맞춰져 있다. 백악관의 2026회계연도 국방예산 문서는 우주군 운용·유지 예산으로 약 58억8800만달러를 제시했다. 이 수치는 우주군이 상징적 조직이 아니라 미군의 우주 인프라를 뒷받침하는 상설 군사조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우주군의 존재가 달의 군사적 점유 또는 영토화의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우주조약은 군사 인력이나 장비를 과학연구 등 평화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지 않지만, 달 위에 군사기지·요새를 세우거나 군사훈련을 하는 행위는 명시적으로 금지한다. ‘우주군’이라는 명칭과 달 탐사 프로젝트가 결합될 때 대중이 군사적 달 개척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지만, 국제법은 달을 지상 영토와 같은 방식으로 분할·점유하는 발상 자체에 제동을 걸고 있다.
현실의 달 경쟁은 ‘깃발 꽂기’가 아니라 탐사 역량, 착륙 시스템, 궤도 인프라, 자원 활용 규범을 선점하는 경쟁에 가깝다. NASA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통해 2027년 상업 유인착륙선의 핵심 랑데부·도킹 기능을 검증하는 임무를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목표상 첫 아르테미스 달 착륙은 2028년이다. NASA에 따르면 2026년 4월 아르테미스 II 임무는 약 10일간 달을 선회했으며, 우주비행사 4명은 지구에서 25만2756마일 떨어진 지점까지 이동했다.
NASA가 주도하는 아르테미스 협정(Artemis Accords)에는 현재 60개국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이 협정은 달과 심우주 활동의 투명성, 상호운용성, 긴급지원, 우주자원 활동의 원칙 등을 논의하기 위한 정치적·운영적 틀이다. 여기서도 핵심은 ‘영토 소유’가 아니라 탐사·자원 이용 과정에서 충돌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다. 달 표면의 자원을 채굴한 뒤 그 추출물에 대해 어떤 권리를 인정할 수 있는지에는 법적·정치적 논쟁이 남아 있지만, 달 그 자체를 국가 영토로 편입할 수 없다는 원칙만큼은 우주조약에 분명하게 적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달은 우리 것” 게시물은 법률 문장으로 보면 효력이 없는 SNS 이미지다. 그러나 정치 커뮤니케이션으로 보면 훨씬 큰 함의를 갖는다. ‘탐사’와 ‘협력’의 우주 언어를 ‘우리 것’과 ‘정복’의 언어로 치환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파시즘 풍자 영화에서 따온 제복 이미지를 결합하면서, 미국의 우주 리더십은 과학기술·동맹·규범을 중심으로 설명되기보다 군사적 우월성과 영토적 상상력으로 소비됐다.
우주 패권의 승부는 달 표면에 성조기를 합성하는 데서 나지 않는다. 유인 착륙선과 발사체, 달 궤도 정거장, 통신망과 항법체계, 민간 우주산업 공급망, 그리고 무엇보다 국제 규범을 주도할 신뢰를 확보하는 데서 갈린다. 달은 국제법상 미국의 것도, 중국의 것도 아니다. 그러나 달의 미래 질서를 어떤 원칙으로 설계할지를 놓고는 이미 치열한 경쟁이 진행 중이다.

































































